제너럴일렉트릭(GE)는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체다. 토마스 에디슨이 설립한 이 회사는 전기전자 제조산업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SAP는 독일의 대표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재무회계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이 회사는 전 세계ERP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현재 독일 주식시장에서 지멘스나 폭스바겐 같은 회사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라있다.

얼마 전까지 두 회사는 서로 상관없는 세상에 살았다. 굳이 관련을 찾자면 GE가 SAP를 소프트웨어를 구매하는 고객과 벤더 관계일 뿐이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이런 구도를 바꾸고 있다. 두 회사는 점차 경쟁사가 돼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다보니 벌어진 결과다

우선 GE는 전기전자 제조산업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제조업체라고 부르기 힘들어졌다. GE는 스스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지난 2015년 “2020년 전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GE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는 ‘프레딕스(Predix)’라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발전 터빈, 항공기 엔진 등 GE의 제품을 구매한 고개사에게 이 프레딕스를 공급한다.

GE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이다. GE 제품의 센서에서는 무수히 많은 데이터가 쏟아져나온다.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GE는 이 데이터에 별 관심이 없었다. 데이터를 모으려는 노력이나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GE의 제품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는 프레딕스에서 분석된다. 이를 통해 제품이 혹시 고장날 가능성은 없는지, 이상 징후가 있는지, 아니면 잘 작동되고 있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GE는 발전 터빈, 항공기 엔진 등을 구매한 고객에게 데이터 분석 서비스까지 팔고 있다. 데이터가 쌓일 수록 GE장비를 구매한 회사들이 GE에 내야 하는 돈은 많아진다. 프레딕스 및 GE디지털(Digital) 관련 소프트웨어 매출은 2016년에 20% 증가한 6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GE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상징적인 기업이 됐다.

반면 SAP 는 이미 디지털 기업이다. 굳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할 필요가 없을 듯 보인다. 그러나 SAP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숙제가 있다.

SAP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기업이다. 산업별로 최적화 된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ERP와 같은 소프트웨어에 담아서 파는 것이 이 회사의 핵심 가치였다.

ERP 소프트웨어는 생산성과 표준화를  목표로 한다. 최대한 적은 리소스로 대량생산을 하기 위해 표준화된 업무 프로세스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 ERP다. 이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방식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대량생산과 표준화가 아니라 자동화와 개인화를 핵심 가치로 한다. 이 때문에 SAP는 이미 디지털 기업이지만 새로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꾀하고 있다.

SAP도 GE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AP는 지난 5월 레오나르도라는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선보였다.

SAP 레오나르도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각종 센서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기존 SAP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 기업의 ‘기록 시스템’이었다면, 레오나르도는 기업의 ‘혁신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 SAP의 목표다.

GE가 보유한 데이터를 지렛대로 분석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과 달리, SAP는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베스트 프랙티스를 지렛대로 삼으려고 한다. 40년 동안 ERP 사업을 하면서 기업의 프로세스를 다룬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SAP는 분석 플랫폼인 레오나르도와 디자인씽킹 방법론을 결합해 고객기업이 GE처럼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한다.

SAP는 이미 디지털 회사였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다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시도한 것이다.

GE와 SAP는 이제 경쟁사다. 두 회사만 언급했지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이 시장에 뛰어든 회사들은 많다. 컴퓨터와 컨설팅 서비스를 팔던 IBM도, e커머스 기업이었던 아마존도, 독일 제조업의 상징 지멘스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제 모두 경쟁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전통기업이든 디지털 기업이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owrk

※ 이 글은 투이톡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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