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스타2017, 사라진 VR 살아난 PC온라인

지스타 2017에 꾸려진 배틀그라운드 체험관

올해 지스타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올드보이의 귀환’이다.

한동안 지스타에서 보기 어려웠던 PC 온라인 게임이 전시부스를 대거 점령했다. 일등공신은 역시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다. 공개 8개월만에 스팀에서만 글로벌 판매 2000만 장의 신화를 쓴 이 작품이 지스타 개막 직전인 14일 국내 발매됐다.

블루홀은 10년 만에 지스타에 부스를 꾸리며, 국내 퍼블리싱사인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대규모 시연대를 마련했고, 총 상금 3억원 규모의 배틀그라운드 아시아 최강자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배틀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블루홀은 지스타에서 신작 MMORPG ‘에어’도 공개했다. 넥슨도 4년만에 신작 ‘피파(FIFA) 온라인 4’를 대중에 처음 공개했다. 피파 시리즈는 국내 스포츠 게임 팬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큰 타이틀 중 하나다.

PC 온라인 게임 대작이 상당수 지스타를 통해 공개된다는 사실이 게임 팬에 준 매력은 상당히 컸다. 지진 여파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면서 지스타 모객에 어려움이 있을것이란 우려를 단번에 깼다.

주최측인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개막일인 16일 하루 집계된 관람객은 지난해 대비 6.9% 늘어난 4만111명이다. 행사에 여러해 동안 참가한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관람객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라 설명했다.

벡스코 전경 [사진제공=넥슨]
■온라인 게임 부활, PC 업계도 웃는다

PC 온라인 게임의 부활 신호탄에 웃는 것은 게임사 뿐만 아니다. 새 온라인 게임의 그래픽이 개선되면서 고사양 PC에 대한 수요도 같이 견인하는 분위기다.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해 온라인 대작이 인기를 얻으면서 PC방을 비롯해 개인들의 PC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게임 타이틀이 성공할 경우, 그 과실이 게임업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근 산업계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전문업체인 엔비디아도 올해 지스타 부스에서 유명 게임 캐스터이자 스트리머인 BJ 단군과 개그맨 김기열을 초청해 배틀그라운드 게임 매치를 진행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VR 기기를 전시했으나, 올해는 배틀그라운드를 직접 시연해볼 수 있는 체험존을 구성, 운영한다.

이용덕 엔비디아코리아 지사장은 “배틀그라운드로 인한 그래픽 카드 판매량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며 “배틀그라운드가 나오면서 엔비디아 캠페인 프로그램인 아이카페에 가입하는 PC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배틀그라운드 생중계 현장 [사진=엔비디아 제공]
■e스포츠 전성기, 게임도 ‘보는’ 시대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올해 지스타 트렌드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이 ‘e스포츠 확산’이다. 지스타에 앞서 열린 넥슨 간담회에서 이정헌 넥슨 부사장은 최근 게임 트렌드를 두고 “보는 게임의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넥슨은 지스타 부스에서 피파 온라인 게임 생중계를 했는데, 행사 첫날 오후 12시부터 6시간 동안 넥슨을 찾은 관람객의 수가 1만5400명으로 집계됐다.

e스포츠의 인기는 팬들이 게임을 즐기는 방식을 플레이에서 보는 것으로 다변화한데 기인한다.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로 시작한 e스포츠가 최근 리그오브레전드, 피파온라인3, 오버워치 등으로 종목을 넓혔다. 액토즈소프트는 지스타에서 개막 첫 날 ‘WEGL 2017 파이널 오버워치 인비테이셔널 3:3 섬멸전’을 열어 관람객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e스포츠 활성과 함께 두드러지는 특징은 생방송이다. 넥슨, 넷마블, 블루홀 등 주요 참가사들은 모두 자사 게임 시연과 이벤트를 방송으로 내보내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아울러, 인기 인플루언서나 BJ 등을 초청해 팬미팅을 주최하고, 그 장면을 다시 방송으로 내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개 부스를 꾸린 트위치는 아예 올해 콘셉트를 ‘스트리머’로 잡았다. 스트리머는 트위치를 통해 게임 방송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일종의 BJ로 이해하면 된다.

트위치 관계자는 “지난해 지스타에서는 국내 게임을 글로벌에 소개하는 방송에 초점을 뒀다면 올해는 스트리머가 중점”이라며 “최근 트위치 트래픽이 500%나 증가하는 등 스트리머의 인기가 높아 충분히 모객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고 강조했다.

트위치가 올 지스타에 100개 부스를 설치하고, 스트리머를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다.

■모바일 게임도 대작이 풍성

모바일 MMORPG 대작도 대거 등장했다. 올해 지스타에 관람객을 크게 동원한데는 모바일 MMORPG의 흥행도 한 몫했다.

모바일 게임이 퍼즐, 아케이드 등 비교적 조작이 쉬운 캐주얼 게임과 역할수행게임인 RPG에 머물던 과거에는 모바일이 지스타 모객 흥행을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리니지2 레볼루션, 액스, 리니지 M 등 그래픽이 화려하고, PC 온라인 MMORPG의 IP와 게임 맛을 계승한 대형 MMORPG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특히 넷마블은 총 264개의 시연 부스를 ‘테라M’, ‘세븐나이츠2’,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이카루스M’ 등 모바일 MMORPG 4종으로 채웠다.

넷마블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의 트렌드가 MMORPG로 넘어오면서 이를 직접 체험해보려 오는 관람객이 올 지스타에 크게 늘어난 것 같다”며 “PC 온라인은 물론, 모바일 부문에서도 관람객이 즐길만한 콘텐츠가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은 올해 4개 모바일 MMORPG를 공개했다. 총 264개 스마트폰을 비치해 관람객이 시연할 수 있게 했다.

■그 많던 VR 부스는 어디로 다 사라졌나

지난해 소니, 엔비디아 등 지스타 참가 업체의 3분의 1 가량이 선보였던 가상현실(VR) 게임은 올해 찾아보긴 어려웠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VR과 증강현실(AR)을 섞은 혼합현실(MR) 기기를 선보였고, 이 외에 일부 부스에서 작은 시연대를 마련한 것이 관련 제품과 콘텐츠 전시의 전부였다.

물론 VR은 여전히 차세대 게임 유망주다. 많은 게임 업체와 하드웨어 업체가 VR 관련 제품 개발에 매진한다. 다만 올해 관련 제품의 전시가 부족했던 것은, PC 온라인 타이틀과 모바일 MMORPG 공개가 올 연말, 내년 초에 몰렸다는 시기적 이유와 함께, 지난해 대비 VR 관련 하드웨어와 콘텐츠의 비약적 발전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환경은 VR이 사라진 것”이라며 “많은 업체가 VR 하드웨어와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지만, 아직까지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기술적 모멘텀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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