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HTC 스마트폰 인수, MS에 배웠다
최근 IT업계에 깜짝 놀랄 뉴스가 전해졌다. 구글이 HTC의 스마트폰 부문을 인수한다는 소식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구글이 HTC의 픽셀 관련 개발자와 지적재산권을 인수한다는 것이다.
구글은 2011년에 모토로라를 125억 달러에 인수해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별도의 회사로 운영한 바 있다. 그러나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모토로라 인수는 스마트폰 사업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중요한 특허의 대량 구매하기 위한 것이었다. 목적을 달성한 구글은 2014년 다시 모토로라를 레노버에 헐값으로 매각했다. 그런 구글이 3년만에 다시 HTC 스마트폰 관련 사업을 인수했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구글은 왜 다시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을 인수했을까?
♦인수 목적
HTC는 구글의 픽셀폰을 만들던 회사이다. 픽셀은 넥서스에 이은 구글의 스마트폰 브랜드이다. 구글이 설계를 하고 HTC가 생산을 했다.
픽셀 이전의 넥서스는 레퍼런스 폰이라고 불렸다. 넥서스는 많이 팔아서 수익을 내려는 목적보다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레퍼런스를 제시해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파편화를 막으려는 의도가 강했다. 즉 넥서스는 “안드로이드폰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폰이다.
하지만 픽셀은 좀 다르다. 픽셀은 레퍼런스폰이 아니라 구글의 스마트폰이다. 구글이 픽셀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했다고 보는 것이 적합하다. 구글이 직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해서 최고의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픽셀에 담겨있다. 이번 HTC 스마트폰 부문 인수는 이런 전략을 좀 더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애플과 다른 구글의 인수 전략 주안점
이 때문에 많은 언론들은 구글이 애플의 전략을 택했다고 분석한다. 디자인과 성능과 품질을 최적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스스로의 컨트롤 안에 두는 전략이다. 실제로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자 경험을 100% 컨트롤하지 못했다. 구글이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만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각자의 전략을 안드로이드폰에 담는다. 반면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서비스를 통합해 애플만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이 애플의 전략을 따라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구글이 애플과 다른 점은 파트너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구글은 삼성전자와 같은 중요한 디바이스 파트너가 있다. HTC 인수를 통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업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되면 삼성전자 등 파트너들과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 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시장을 함께 개척해온 파트너들과 척을 지게 되면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 이는 구글로서도 좋은 일이 아니다. 구글은 자체적인 스마트폰을 생산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도 삼성전자와 같은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셈이다.
♦참조 사례,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여기서 구글이 참조할 사례가 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라는 브랜드의 PC를 자체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처음에는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인가 했는데, 서피스 프로가 나오면서 노트북 PC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런데 델, HP, 레노버 등 기존의 PC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가 괘씸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PC 제조업체들이 함께 만들어낸 윈도 생태계인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생태계에서 혼자 다 먹겠다고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딱히 제조업체들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반기를 드는 것 같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의 PC 시장 진출에도 기존 제조업체들은 별 반응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시장을 교묘히 다르게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피스 프로는 분명 노트북 PC인데 태블릿PC인 듯한 느낌을 준다. 또 일반 노트북 PC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이 때문에 PC 제조업체들은 서피스 프로와의 경쟁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서피스 프로는 일반 PC와는 경쟁하지 않고 애플 맥북과 경쟁하는 듯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프로가 시장의 대세를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도 가져다준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 프로 팀과 기존의 소프트웨어 팀이 분리돼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팀만을 상대하는 기존 제조업체들은 MS의 전략이 변화됐지만 크게 소외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윈도 운영체제의 독점력이다. 제조업체들은 윈도 이외에 선택할 운영체제가 사실상 없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어도 이에 반발해 다른 운영체제를 도입할 수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견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이들의 설움이라고 할까?
♦MS 서피스 브랜드 추진전략으로 본 시사점
구글은 아마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많이 참조할 것이다. 구글 역시 픽셀을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와 시장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제조 파트너들이 마음 상하지 않게 파트너에 대한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파트너들이 안드로이드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환경도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보면 구글이 삼성전자와 같은 디바이스 파트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용자 경험을 100% 컨트롤 할 수 있는 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 이 글은 투이톡에도 실렸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