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데뷰 2017, 기술 플랫폼 기업임을 증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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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2025년 1월 23일 (목) 14:00 ~ 15:10
우리 사회에서 네이버라는 회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대한민국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접하게 되는 네이버이기 때문에 이용자마다 경험과 관심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한다.
한국 최고의 인터넷/모바일 기업이며,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든 거의 유일한 기업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도 있고,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욕심쟁이라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네이버가 편향적이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고, 언론은 네이버 때리기를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밖에서 네이버의 ‘기술’을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응용한 결과물인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접근해왔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기술력은 폄훼당하는 경향이 있었다. 구글 등과 비교하면서 깎아 내리는 시각이 있었다.
네이버가 기술적 우위보다는 서비스 품질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네이버는 달라졌다. 한성숙 대표가 취임 직전 ‘기술 플랫폼’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고, 그 이후 네이버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기술’이 됐다.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 2017’은 네이버가 이제 기술 플랫폼 기업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소개된 네이버의 기술들은 현재의 네이버가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네이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로봇’이었다. 네이버와 로봇이라니…
네이버는 이날 총 9종의 로봇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실내지도 제작 로봇 ‘M1’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 ▲전동카트 ‘에어카트(AIRCART)’ ▲ 4륜 밸런싱 전동 스케이트보드 ‘Personal last-mile mobility’ ▲코리아텍과의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 ▲MIT와의 산학협력 ‘치타로봇’, ▲UIUC와 산학협력하고 있는 ‘점핑 로봇’ ▲계단을 올라가는 바퀴 달린 로봇 ‘터스크봇’, ▲물체 인식 및 자율주행하는 ‘TT-bot’ 등 총 9개의 로보틱스 연구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이 중에서 어라운드, 에어카트, 엠비덱스 등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라운드는 서점 내부에서 고객들이 읽은 책을 스스로 수거하며, 에어카트는 가벼운 힘으로 손쉽고 안전하게 무거운 짐들을 옮길 수 있으며, 부산에 위치한 오프라인 서점(YES24@F1963)에 도입됐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리더는 “로봇은 공간과 공간을 이동하고 연결하는 역할”이라면서 “실내에서 로봇이 자유롭게 다니는 것은 자유로운 연결이며 생활환경 지능이기 때문에 네이버가 로봇을 연구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데뷰 2017 둘째날에는 세계적인 AI 권위자들이 발표에 나선다. 특히, 전 세계 논문 인용건수 1만여 건이 넘는 등 세계적인 AI 개발자로 손꼽히는 플로랑 페로닌(Florent Perronnin)도 발표자로 나선다. 그는 참가신청 페이지 오픈 전부터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 AI리서치센터(FAIR)의 디렉터를 지내기도 한 페로닌은 ‘Large-scale Search with Polysemous Codes’를 주제로 개발 경험을 공유한다.
페로닌이 네이버 DEVIEW 2017에서 발표를 하는 이유는 그가 네이버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6월 미국 제록스로부터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XRCE를 인수했다. 네이버는 해당 인수를 통해 인공지능,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와 같은 미래기술 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XRCE 소속 연구원 80여 명과 함께하게 됐다. 페로닌도 그 중 한 명이다. XRCE는 인수된 이후 네이버랩스 유럽으로 이름을 바꾸고 기존의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페로닌 이외에도 4인의 네이버랩스 유럽 연구원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자율주행차 기술도 소개됐다. 네이버는 자동차 관련이 아닌 기업으로는 국내 최초로 국토부 도로주행 임시허가를 취득해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실험 중이다.
네이버랩스는 현재 미국자동차공학회 자율주행 기준 ‘레벨3’인 기술 수준을 올해 말까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레벨4’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혼잡한 도심 상황에서의 자율주행 과정에 대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현재 네이버 자율주행차는 도심 내 GPS 음영지역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차선 기반 자기 위치 인식 연구를 강화하고 있으며, KAIST와 산학협력으로 대단위 도심 지역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도로와 표지판 정보 등을 자동으로 추출하는 연구도 착수했다.
차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안전하고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n-vehicle infotainment) ‘AWAY’는 내년 상반기 오픈 플랫폼으로 개방한다. ‘AWAY’에 서비스와 제품 제조를 하고 싶은 기업은 AWAY가 지원하는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고 탑재할 수 있다. ‘AWAY’가 탑재된 애프터마켓 제품이 올해 일반에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네이버는 데뷰 2017에서 어린이를 위한 아키(AKI)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도 선보였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아키’는 GPS가 잘 잡히지 않는 실내에서도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자녀가 반복 방문한 장소·시간·상황을 스스로 학습해 더욱 정확한 정보제공를 줄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내년 1월 출시가 목표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없이 네이버가 엄청난 자본력과 인력풀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면서, “네이버는 앞으로도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 플랫폼’으로의 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