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클라우드 플랫폼이라는 전장에서 모두가 만난다

요즘 나의 이메일 받은편지함에서 가장 많이 만나는 단어는 ‘AI 플랫폼’이다. 기업들이 AI 플랫폼을 새롭게 출시했다거나, AI 플랫폼을 활용한 신제품을 만들었다는 소식, 자사의 AI 플랫폼을 활용해 다른 기업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내용이다.

IT기업들이 AI 플랫폼에 집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AI 플랫폼이 차세대 IT시장을 지배할 플랫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는 회사가 IT월드를 지배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AI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보고 있다.

이 경쟁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IT업계 내에서 업종을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다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리딩 기업은 물론이고, 삼성SDS, LG CNS, SK C&C 등 시스템통합 업체,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기업까지 그 누구도 이 경쟁에 뒤쳐질 생각이 없다.

◆클라우드 리더들, AI를 노린다

AI 플랫폼 지배자를 꿈꾸는 지배자는 엄청 많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라는 점이다. AI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학습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과 컴퓨팅 파워가 많이 필요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AI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유다.

클라우드 컴퓨팅 세계의 최강자 아마존웹서비스(AWS)는 Lex라는 AI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Lex는 자동 음성 인식(ASR), 자연어 이해(NLU), 추론을 위한 고급 딥 러닝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활용하면 챗봇과 같은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Lex라는 이름은 Alexa에서 맨 앞과 맨 뒤의 A를 뺀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Lex는 Alexa와 기반 기술이 같다. Alexa는 일반대중에게 서비스하기 위해 아마존이 직접 데이터를 넣어 학습시킨 것이라면, Lex는 다른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넣고 학습시켜 특수목적의 AI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기반기술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 등 모두 Lex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가장 전방위적인 AI 플랫폼을 제공한다. 현존하는 AI관련 서비스는 모두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인 코타나부터 오피스365, 다이나믹스365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코그니티브 서비스와 애저 머신러닝 같은 인프라까지 인공지능 전반에 걸친 모든 구성요소를 제공하고 있다.

AWS도 다양한 AI 플랫폼과 서비스가 있지만 서비스의 다양성만큼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갈 수 없다.

구글은 ‘AI First’를 회사의 새로운 비전으로 삼았다. 지금까지 구글의 AI플랫폼은 주로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은 B2C 영역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구글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B2B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구글은 대규모 기계학습, 비디오 분석, 음성인식, 텍스트 분석, 번역 등의 기술을 제공한다.

구글의 AI 플랫폼에는 ‘구직 API’와 같은 흥미로운 서비스도 있다. 구직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직업을 좀더 잘 검색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하는 API다. 예를 들어 구직자들이 일반용어로 검색하면 전문용어로 된 구직문서도 검색해준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대중에게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플랫폼화 했다면, IBM 왓슨은 처음부터 AI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IBM 왓슨은 최근 한국어 학습을 마치고 국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근 서비스되기 시작한 현대카드 챗봇이 IBM 왓슨을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다.

◆인건비 장사하던 SI, 플랫폼에 도전하다

소위 시스템통합(SI), IT서비스 업체라 불리는 업체들은 고객사가 원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주는 비즈니스를 해왔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공급하는 인력을 기반으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인건비 따먹기라는 비아냥도 들어야 했다.

그런데 클라우드와 AI 시대가 오면서 이 비즈니스는 지속가능하지 않게 됐다. 고객사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매하게 됐기 때문이다. 또 AI 시대에는 대부분의 업무가 자동화되기 때문에 인건비는 최소화된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면서 SI업체들도 다른 길을 찾게 됐고, AI 플랫폼 사업이 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삼성SDS는 지난 5일 대화형 AI 플랫폼 ‘브리티’를 출시했다. 음성·텍스트 기반 대화형 AI 브리티는 자연어로 대화하며 실적 조회 등 고객이 요청하는 업무를 지원하고 수행하는 지능형 비서다. 복합 의도 등 대화 의도를 95% 이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업들은 브리티를 기반으로 차제적인 AI 응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삼성SDS는 앞서 지난 6월 분석 AI, 시각 AI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SDS도 ‘플랫폼 서비스(AI as a Service)’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용역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하겠다는 포부다. 회사의 DNA를 바꿔야 하는 변화라고 볼 수 있다.

LG CNS는 지난달 멀티 클라우드 기반 AI 빅데이터 플랫폼 ‘답(Data Analytics & AI Platform·DAP)’을 출시했다. 멀티 플랫폼이란 자신의 클라우드가 아니라 AWS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다른 클라우드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 CNS에 따르면, ‘답’은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시각화까지 빅데이터를 즉시 처리·분석하고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스마트 팩토리·고객 분석 영역 등에서 공정 품질 분석, 타깃 마케팅, 상담 챗봇 서비스 등 30개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SK(주)C&C는 IBM왓슨을 국내에 서비스한다. 에이브릴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AI플랫폼 시장을 공략한다.

◆네이버-카카오, B2B 시장에 나선다

국내 대표 인터넷.모바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도 AI 플랫폼이라는 전장에 발을 들여놨다.

네이버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한다. 네이버는 클로바라는 AI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 Alexa, 구글 어시스턴트와 유사한 플랫폼이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고, 다양한 모바일 앱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 서비스 업체들처럼 네이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AI 기술을 클라우드에 올려 B2B 클라우드 서비스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CP)는 지난 6월 네이버 클로바, 자동통역엔진 파파고의 기술을 담은 API 상품을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NCP)를 통해 출시했다.

NCP는 네이버가 개발한 AI 기술을 최대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만들어 B2B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비슷한 전략이지만 결이 조금 다르다. 카카오는 B2B를 먼저 공략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AI API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AI 플랫폼 ‘카카오 아이’를 공급하고, 건설사와 손잡고 홈IoT를 이용한 스마트홈 시장에 진입했다. 비 클라우드 시대의 B2B 비즈니스처럼 접근하고 있다.

물론 카카오가 여기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카카오는 최근 스마트스피커를 공개했다. B2B 접근을 먼저하고 B2C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이 카카오 전략의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중소 솔루션 업체도 플랫폼 도전

AI 플랫폼이 공룡 IT기업들만의 전장은 아니다. 중소기업도 이 전장에서 무기를 들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는 솔트룩스다. 솔트룩스는 오랫동안 AI 관련 기술을 개발해온 회사다. 지난 해 11월에는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을 출시했다. 솔트룩스는 발표 당시 아담이 도서 60만권 분량의 자료를 학습해 2천만 가지 주제에 관한 질문에 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와이즈넛도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분석플랫폼(D-MAP)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즈넛의 플랫폼은 증권사 등에 공급돼 챗봇 개발에 활용됐다.

그러나 아직 솔트룩스와 와이즈넛이 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플랫폼이라기 보다는 솔루션에 가깝다. 기술적으로는 플랫폼 방식으로 접근을 하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중소 업체들이 AI 플랫폼이라는 전장에서 글로벌, 대기업, 인터넷 플레이어와 어깨를 견주기 어려운 것은 현실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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