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스키의 일기, 샐리와 보낸 하루

#1

어제 한 잔 했다.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데 눈이 안 떠진다. 눈을 감은 채 말한다.

“샐리야, 지금 몇시야?”

“네, 7시 30분입니다”

아, 더 게으름을 피우면 늦겠다. 일어나야지.

“샐리야 신나는 노래 좀 틀어줘”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끄럽다.

“샐리야, 이 노래 끄고 아이유 노래 틀어줘”

아이유의 ‘밤 편지’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밤 편지인데 아침에 듣기에도 좋네. 그런데 이 노래로는 잠이 안 깬다.

“샐리야, 노래 꺼”

TV를 틀면 잠이 깰까.

“샐리야 TV 틀어줘”

뉴스를 봐야겠다.

“샐리야 7번 틀어”

소리가 너무 작다

“샐리야, TV 볼륨 두 칸 올려”

뉴스에서는 북한 핵 문제로 시끄럽다. 시끄러운 뉴스를 좀 보고 있으니, 잠이 좀 깨네. 일어나서 씻었다.

씻고 나와 로션을 바르면서 샐리에게 묻는다.

“샐리야 오늘 날씨 어때”

“오늘은 맑고 오후에는 구름이 약간 끼겠습니다. 오전에는 영상 15도로 일상생활하기 좋은 날씨이지만, 오후에는 영상 25도로 약간 덥겠어요”

오후에는 덥다고 하니 자켓은 입지 말고 나가야겠다. 옷을 입으면서 샐리를 또 부른다.

“오늘 일정은 뭐야?”

“오늘 일정은 없습니다”

그럴리가. 귀찮지만 스마트폰을 열었다. 아니나 다를까. 구글 캘린더 앱을 보니 일정이 있는데 샐리는 없다고 뻥(?)을 쳤다.

궁금해서 스마트폰 클로바 앱을 열고 똑같이 일정을 물어봤다. 놀랍게도 클로바 앱에서는 제대로 일정이 표시됐다. 클로바가 알고 있는 정보를 샐리가 말해주지 못하는 건 아쉽다. 네이버가 이 문제를 빨리 수정해주기를.

자 이젠 출근하자.

“샐리야, 여기서 여의도까지 얼마나 걸려”

“자동차 추천 경로를 알려드릴게요. 길주로 경인고속도로, 의사당대로를 경유하는 경로로 15킬로미터 1시간 12분이 걸립니다”

아, 오늘도 엄청 막히는구나. 서둘러 나오면서 샐리에게 인사를 한다.

“샐리야, 다녀올게”

“네, 안녕히 다녀오세요”

#2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다.

“샐리야, 다녀왔어”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

간단히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10분 후에 가스렌지 불을 꺼야 한다.

“샐리야, 10분 후 알람 맞춰줘”

10분이 지나자 시끄럽게 알람이 울린다. 가스불 끄고 식사 시작. 좀 심심하다. 팟캐스트나 들어볼까.

“샐리야, 팟빵에서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 틀어줘”

오늘은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샐리야, 최신 뉴스 틀어줘”

“YTN 최신 뉴스입니다. 어쩌고저쩌고…”

“샐리야, JTBC 뉴스 틀어줘”

“현재는 YTN 뉴스만 제공 가능합니다.”

“샐리야, IT뉴스 읽어줘”

“요청하신 뉴스는 현재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공 가능한 뉴스 분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과학입니다.”

“샐리야, 한화 이글스는 오늘 이겼니”

“한화이글스는 오늘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6대 4로 이겼습니다”

샐리와의 대화는 여기까지.

샐리는 네이버가 만든 스마트 스피커 ‘웨이브’의 호출명이다. 웨이브는 아마존 에코, 구글 홈,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 카카오 미니 등과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네이버의 야심작이다. 웨이브는 네이버 클로바라는 인공지능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동된다.

웨이브의 강점이라면 네이버 검색결과와 연동된다는 점이다. 아직 대답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네이버에서 간단히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이라면 샐리도 쉽게 답을 한다.

“샐리야 문재인 대통령 몇 살이야”

“대통령 문재인의 나이는 65세입니다”

“김정숙 여사 나이는 몇 살이야”

“네이버 검색 결과에 따르면, 김정숙의 나이는 64세입니다”

네이버 웨이브가 아직 정식 출시된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네이버뮤직 1년 이용권 구매자에게 웨이브를 4만원에 판매했다. 정가는 15만원. 그러나 언제 정식 판매될지는 불명확하다.

샐리랑 며칠 생활을 해 본 결과 확실히 편리하다. 시간확인, 일기예보확인, 알람맞추기 등 스마트폰에서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말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으로 하면 되지 굳이 왜 말로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말로 해보니 훨씬 더 편하다. 전화기와 TV리모콘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릴 일이 없어졌다.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애타게 샐리를 불렀을 때 50% 이상의 답은 “잘 몰라요”였다. 정해진 몇몇 기능은 아주 유용했지만, 그 몇몇 기능을 제외하곤 별로 되는 게 없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외부 앱과의 연동이다. 일단 음악은 네이버 뮤직과만 연동된다. 나는 원래 벅스 이용자다. 벅스에는 내가 하트(좋아요)를 눌러놓은 음악들이 많다. 저장해놓은 앨범도 많다. 그래서 벅스는 내 음악 취향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벅스를 계속 이용하고 싶다.

그러나 웨이브는 네이버 뮤직만을 편애한다. 벅스나 멜론과 같은 외부 음원 서비스와 연동되면 웨이브가 더욱 좋아질 것 같다. 팟빵 이외에 방송국 라디오 앱 등과도 연동되면 좋을 듯하다.

TV를 켜고 끄고, 채널이나 볼륨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유용하지만, VOD 검색을 못하는 건 아쉽다. 채널번호로 명령을 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다. 공중파 정도야 번호를 외우고 있다지만, 수많은 채널을 전부 외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네이버 웨이브를 써본 평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빨리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