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대변혁 시대에 대처하는 SAS의 자세

IT산업의 크게 두 개의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B2C 시장과 기업이 사용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시장이다. 전자의 대표로는 구글을 꼽을 수 있고, 후자의 대표는 IBM이라고 할 수 있겠다.

IT산업의 역사는 대부분 후자가 이끌어왔다. 개인은 구매력이 별로 없기 때문에 IT업체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 되지 못했다. 오죽하면 개인에게는 무료로 배포하고 기업에만 돈을 받는 회사(대표적으로 이스트소프트)가 있겠는가.

IT기업들은 주로 기업용 시스템을 위한 기술을 공들여 개발했다. 그 시장이 돈이 되니까 당연했다. 2000년대에 들어 구글, 야후,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검색 포털이라는 특정 분야일 뿐이었고 전체 IT산업의 중심추는 여전히 B2B에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중심추가 급격히 이동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IT의 소비자화’라는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IT소비자화는 인터넷 포털 등 일반 소비자 대상 기술이 기업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한 것이다. IBM이나 오라클과 같은 전통의 IT 회사가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닷컴 기업이 기술 트렌드를 이끌게 된 것이다.

세상을 빅데이터 태풍으로 밀어넣은 하둡은 구글이 발표한 논문을 기반으로 야후 개발자가 구현한 것이다. 클라우드 역시 아마존이 세상의 중심에 세웠고, 인공지능(AI)은 기존에 존재했던 기술이지만 가치를 증명한 것은 구글과 아마존이다.

IBM, HP, 오라클 등 공룡이라 불리던 기업들은 더 이상 기술혁신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IBM이 21분기 연속 매출이 줄고 있다는 소식, HP가 두 회사로 쪼개진 현상 등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 SAS를 이야기해보자.

SAS는 분석 소프트웨어 산업의 리더다. 통계 소프트웨어로 시작한 이 회사는 IBM이나 오라클과 같은 B2B사이드에 서 있다. 기업이 미래를 예측하고,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기 위한 기술을 제공해왔다.

SAS는 이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회사다. 오랫동안 금융, 제조, 공공 등 다양한 산업의 임직원들이 SAS 를 통해 회사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해왔다.

그러나 이 분야도 IT의 소비자화가 밀려들었다. 인공지능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이제 인공지능을 활용한 분석 시스템을 원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장을 이끄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 등으로 엔터프라이즈 IT시장 밖의 플레이어들이다.

이런 점에서 SAS도 위기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아직 매출은 견고하고 성장도 진행중이지만, 현재 진행되는 변화를 놓치면 SAS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점차 분석업무를 소비자 IT기업의 인공지능 서비스에 맡기는 회사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SAS는 이런 위기를 느끼고 있다. 최근 SAS 올해 Viya라는 플랫폼을 선보인 것이 SAS의 위기감을 대변한다. Viya는 SAS 입장에서 보면 DNA를 바꾸는 수준으로 큰 변화를 담고 있는 제품이다.

우선 철옹성 같던 SAS의 문을 열었다. SAS는 자체적인 기술로 성을 쌓아왔는데 IT의 소비자화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파이썬과 같은 개발언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등 소비자 IT 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 SAS에서 작동된다. 예를 들어 파이썬으로 개발한 프로그램과 SAS 플랫폼이 API로 연동된다. 커널이 마이크로서비스 형태로 바뀌고 REST API를 지원한다.

또 클라우드와의 궁합을 맞췄다. 기존에는 IBM, HP와 같은 서버 벤더와 궁합을 맞추는 데만 노력을 펼쳤는데, 이제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와 같은 서비스와의 연동을 강화했다.

SAS는 이를 두고 “40년만에 닫힌 문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SAS가 여전히 큰 기업(엔터프라이즈)만 바라보고 있는듯 보인다는 점이다. SAS의 타깃은 여전히 엔터프라이즈다. 엔터프라이즈들이 분석 업무에 최신 소비자 IT 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다는 점이 SAS의 마케팅 포인트다. 하지만 기존 엔터프라이즈 시장은 점차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바야흐로 대 스타트업 시대다. 새롭게 등장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Cloud Native) 스타트업들이 성장했을 때 SAS가 눈에 들어올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들에게 미리 어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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