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요즘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않은 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약 10년 전부터 IT 업계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한 이 단어가 이제는 IT산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 에게도 익숙한 용어가 됐습니다.

네이버 N드라이브, 드롭박스, 구글 드라이브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더욱 친숙해졌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용자가 IT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인터넷을 통해 이용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구름이 모여 비가 내리듯 IT자원을 모아서 거대한 풀(Pool)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접속해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컴퓨터나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등을 구매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만 인터넷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으니 가격도 저렴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죠.

예를 들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관하려면 카메라 메모리에 있는 이미지 파일을 컴퓨터로 옮기고,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꽉 차면 다시 외장하드로 옮기거나 CD로 구워서 저장해야 했죠.

그러나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 그대로 클라우드와 동기화 됩니다. 구글 포토처럼 저장공간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도 있을 정도로 편리해졌습니다.

그런데 클라우드 컴퓨팅은 단순히 편리함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동력입니다.

포드의 컨베어 벨트로 상징되는 2차 산업혁명은 ‘전기’ 덕분이었습니다. 전기의 발명이 없었다면 그와 같은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컨베어 벨트 위의 포드 자동차

이런 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의 ‘전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전기가 없으면 컨베어 벨트가 돌지 않듯, 클라우드 컴퓨팅이 없으면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발명된 초창기,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전기를 멀리 보내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각자 전기를 만들어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기계를 돌리는 회사는 없습니다. 모든 가정과 기업은 한국전력과 같은 전기회사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씁니다. 사용하고 난 후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죠.

컴퓨팅도 마찬가지 입니다. 얼마전까지 모든 기업들은 자신의 컴퓨팅 환경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들은 ‘데이터센터’라는 것을 짓고 그 안에 컴퓨터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을 넣어뒀습니다.

데이터센터

그러나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로부터 컴퓨팅 자원을 끌어다 사용하고 사용량만큼 요금을 지불합니다. 전기처럼 말이죠.

이제는 전기를 직접 만들어서 쓰는 회사나 가정은 존재하지 않듯, 어쩌면 미래에는 컴퓨팅 자원도 직접 보유한 회사는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발전소에서 전기 끌어다 쓰듯 컴퓨팅 자원도 끌어다 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과 클라우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한 장면을 살펴보죠.

지난 해 3월 22일 저녁 서울 마장동 한국기원입니다. 한국의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대국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한 기자가 손을 들었습니다.

구글은 이세돌 9단과 대국을 위해 슈퍼컴퓨터 같은 것을 들고 한국에 오는 건가요?”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아닙니다. 알파고는 구름(클라우드) 위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름 위에 있는 알파고에 연결할 뿐입니다.

기자가 알파고가 슈퍼컴퓨터냐고 물은 것은 ‘딥블루’를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이다. 지난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20년간 체스의 세계 챔피언 자리를 지켜왔던 ‘가리 카스파로프’을 이겼습니다. 당시에는 깜짝 놀랄 사건이었다. 컴퓨터가 체스에서 인간을 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던 시절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들은 전기로 비유하자면 발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엄청난 규모의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의 무한대의 컴퓨팅 파워를 제공합니다.

IBM 딥블루는 아래와 같이 생긴 물리적인 컴퓨터였습니다.

IBM 딥블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한국에서 벌어졌지만, 알파고는 사실 한국이 아니라 미국 중서부의 한 데이터센터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알파고가 물리적인 컴퓨터가 아니라 클라우드에 자리잡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엄청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컴퓨터 한 두대는 감당할 수 없는 파워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클라우드 위에 자리잡은 알파고는 필요하면 더 많은 자원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등은 엄청나게 많은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합니다. 구글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300여개의 센서를 통해 초당1GB의 데이터를 뿜어낸다고 합니다. 1초마다 영화 한편 분량의 데이터가 나오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이렇게 쏟아지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어떻게 스스로 운전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구글 자율주행자동차

이런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컴퓨터 한두 대로는 불가능합니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없다면 자율자행차도 존재하기 힘듭니다.

사물인터넷도 마찬가지죠. 사물인터넷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가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전자기기에 와이파이를 부착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사 제품을 모두 사물인터넷 기기로 만들겠다는 계회이죠. LG전자는 이 데이터를 모두 세계 클라우드 1위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보내서 관리할 방침입니다.

이처럼 클라우드 없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자동차는 상상할 수 없고, 클라우드 없는 4차 산업혁명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나 걱정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전기와 같은 ‘클라우드’ 경쟁에서 한국 기업들이 뒤져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IBM에 맞설 수 있는 회사가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KT가 꽤 앞서서 클라우드에 투자했지만, 현재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으니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