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석의 입장] 대기업 SI 출신의 미래부장관 후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유영민 전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이 내정됐다. 미래부가 4차 산업혁명 등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핵심부처로 낙점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이끌 수장으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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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미래부 장관 내정자

유 장관 내정자의 이력은 대한민국 IT산업을 관통한다. 1970년대 LG전자 전산실을 시작으로 LG그룹 정보화최고임원(CIO)에 올랐다. 유 장관 내정자는 이후 LG그룹 외에도 포스코ICT COO,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 등을 맡은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원장을 지냈다. 이후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이사장,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 이사,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이사 등도 역임했다.

청와대는 유 내정자가 이런 이력을 거치는 동안 IT를 활용한 경영혁신과 미래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주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진흥원 재임 시절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하위권이었던 진흥원을 부임 1년만에 ‘기관평가 1위, 기관장 평가 1위’로 끌어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유 내정자를 선택한 것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청와대는 “유 내정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출발해 ICT분야의 풍부한 현장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기업 연구소장, 전문경영인을 거치면서 쌓아온 융합적 리더십이 큰 장점”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새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도 있다. 유 내정자의 이력이 주로 IT산업에서 ‘갑 중심, ‘대기업 중심’, SI(시스템 통합)’ 중심으로 쌓였다는 점이다. 자연스럽게 유 내정자가 대기업 SI를 중심으로 사고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생긴다.

우려에 대한 약간의 근거도 있다. 유 내정자가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하던 시기는 노무현 정부 말기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던 시절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정책방향의 첨병이었던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선단식 해외진출’이라는 전략을 지원했다. 중소기업이 직접 해외진출 하기는 어려우니 대기업 SI가 해외에서 사업을 따고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SI 용역개발 방식이 해외에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소프트웨어 산업과 SI 산업은 완전히 다르다. 또 덩치가 크다고 유리한 분야도 아니다.

개발용역을 의미하는 SI사업은 해외진출에 적합하지 않은 분야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덩치가 작아서가 아니라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부족한 품질, 시장 공략 전략 부재  등 때문이었다.

결국 대기업 SI업체가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고, 국내의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이 그 덕을 보는 일은 더욱 드물었다. ‘선단식 해외진출’이라는 전략은 실패했다. 아니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청와대는 유 내정자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적임자라고 평했으나, IT업계에서는 유 내정자의 이력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의 연관성을 별로 찾지 못한다.

물론 이력이 전부는 아니다. 유 내정자의 이력이 대기업과 SI 중심으로 쌓였다고 해서 대기업 SI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선입견일 수 있다. 유 내정자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대한민국 산업을 혁신하는 추춧돌을 놓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청와대가 왜 유 내정자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는지 알기는 어렵다.

조만간 열릴 국회 인사청문회가 작은 도덕적 흠결을 트집잡는 자리가 아니라, 유 내정자가 진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부 장관 적임자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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