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회사를 홍보하는 이상한 방송 ‘두나방’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두나방' 운영자 해니(본명 김현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두나방’ 운영자 해니(본명 김현주)

위드이노베이션은 재밌는 회사다. 신동엽이 광고하는 숙박 O2O 서비스 ‘여기어때’를 운영하면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두나방’을 만들어 적극적인 홍보 채널로 활용한다. ‘두나방’은 최근 누적 시청 수 3만5000회를 기록했다. 심지어 셰어하우스나 삼십구도씨, 인스타워시, 우먼스톡 같은 스타트업이’두나방’에 출연해 근황을 소개하고 주요 뉴스를 발표하기도 한다.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이, 그것도 하나의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SNS 방송이 다른 여러 스타트업의 핫한 홍보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현상이다.

더 재밌는 건 이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여기어때’ 홍보팀 김현주(방송명 해니)와 김다빈(다빈)이라는 두 여자가 ‘두나방’의 대본을 직접 쓰고 진행한다. 특히 ‘해니’는 두나방을 기획해 여기까지 끌고 왔다. 그가 지난해 페이스북에 연재한 ‘김대리 일기’의 인기가 ‘두나방’ 시청률에 영향을 미쳤음도 미루어짐작할만하다.

‘두나방’을 보면 해니는 분명 ‘프로 방송인’은 아니다. 혼자 깔깔거리다가 급정색을 하더니, 또 진지한 건 싫다고 헤헤거리는 이 여자한테 사람들은 기꺼이 ‘좋아요’를 누른다. 이 여자의 뇌가 궁금했다. 다른 스타트업을 홍보하겠단 생각은 어떻게 했는지, 난생 처음 해보는 방송이 어렵진 않은지,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등등. 그래서 인터뷰를 빙자해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보기로 했다. 이 복잡한 캐릭터를 제법 잘 운영하는 방송인(?) 해니를, 최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위드이노베이션 본사에서 만났다.

YouTube video

왜 ‘두나방’을 시작했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하는 상사를 모시고 있다. 팟캐스트를 하려다가 접었는데 그 내용을 가지고 해니와 다빈이 의기투합해 만든 방송이다. 처음엔 둘이서 하는 스타트업 뉴스 방송이었다가, 반응이 좋아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회사 공식 방송으로 인정받고 ‘두나방w스타트업’으로 스타트업 관계자를 초빙해 방송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두나방 반응이 좋다. 비결이 뭐라고 보나

스타트업이 자사홍보가 아니라 남의 홍보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라이브방송이라는 형식으로 선보인 것도 모두 최초다. 그리고, 국내 유일 아닌가.

**편집자 주_모비인사이드도 스타트업 관련 인터뷰를 제공하고 있다.

왜 하필 홍보대상이 스타트업인가

우리가 스타트업이니까. 그래서 스타트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련 네트워킹 모임에 나가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을 도와준다면 자연스럽게 네트워킹도 되고 홍보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을 홍보하는 건 좋은데, 이 방송이 ‘여기어때’에도 도움이 되는 게 있나

당신들이 이걸 해서 무얼 얻느냐고 많이들 묻는다. 그런데 아니다. 매일 우리 회사 얘기만 하는 것보단, 오히려 다른 회사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이들과 함께 간다는 상생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으로 우리를 노출하는 거다. 나나 다빈 입장으로선, 우리 개인의 이름을 알리면서도 재밌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해피엔딩인거지.

방송하던 사람도 아닌데, 그것도 ‘라이브’를 진행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을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지 않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빨리 잡는다고. 나는 이런 당연한 얘기나 고정관념을 “굉장히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리고 게으르다. 나는 나를 굉장히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땐 우선 저지르고 본다. 그리고 수습하지.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도 그랬다. 일단 저질렀다. 상사와 함께 팟캐스트 방송부터 시작했는데 그게 잘 안됐다. 그때 썼던 대본을 버리기 아까워서 ‘두나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시도해본 거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조회 수가 나왔다.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비도 없었고, 방송 언어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 파트너인 다빈과 함께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방송이 한 회 한 회씩 진행될 때마다 모니터링 하면서 하나씩 고쳐갔다.

생각보다 팬들이 많다

일단 저지르고 나서 개선해 나가고 잘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갖고 10회를 넘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봐 주기 시작하더라. 어느 매체 기자님은 출연하고프다고 말하기도 하고, 촬영 중에 지나가는 사람이 “두나방이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게 호응을 얻으니까 회사에서도 본격적으로 공식 방송으로 만들어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시작한 게 지금 하고있는 ‘두나방 시즌2_두나방 with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을 초청해 얘길 들어보는 방송을 했는데, 재밌더라.

스타트업들에서도 반응이 괜찮나

스타트업은 홍보에 대한 열망은 있는데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두나방이라는 매개체를 반가워한다. 보도자료를 내기 마땅치 않을 땐 우리한테 와서 단독 뉴스를 내보낸다. 우리를 통해 최초 뉴스를 알리게 되는 거다.

매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같다. 그런 영혼은 조직과는 잘 안 맞는 것 아닌가

나는 천성이 노예다(웃음). 다만 능동적인 노예다. 한동안 일을 쉬었는데, 막상 백수가 되고 나니까 자유가 생기면 하고팠던 걸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걸 발견했다. 오히려 조직 안에서 동기부여가 될 때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낸다. 내 표현으로 하면 ‘탁월하게’ 일을 잘 한다. 마치 ‘두 나방’처럼. 그래서 스타트업이라는 조직은 나한테 너무 잘 맞는다. 스타트업 직원은,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내비쳐야 존재할 수 있다. 일을 더 잘하고 싶고, 그래서 내가 더 멋지게 보이고 싶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데, 나는 지금의 내 조직에 만족한다.

책도 쓰지 않나

‘김대리 일기’를 준비 중이다. 탈고가 끝났고, 곧 출간된다. 예전 회사에서 있던 일인데, 그 회사에서 겪은 경험을 페이스북에 짤막한 데일리 콘텐츠로 연재했었다.

‘왜죠, 왜입니까?’로 알려진 ‘김대리일기’를 책으로 내는건가

그렇다. 공을 들이지 않고 쓸 수 있는, 게으른 나도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매일 하나에서 네 개 까지 꾸준히 썼다. 답답함을 토로한 내 글이 직장인의 마음이었다. 예를 들면 “왜 상사는 암호로 얘기합니까, 왜죠? 왜입니까?” 같은 글들. 취향 저격한 거지. 어느순간부터 “김대리 일기 보러왔다, 하루라도 안 보면 금단현상 일어난다”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6개월을 쓰니까 거의 200개에 달하는 김대리일기가 쌓였다. 책 작업은 그 ‘200개의 슬픔’을 꺼내서 조합한 거다.

지금은 왜 연재 안 하나?

스타트업에 작년 2월에 합류했다. 정말 행운이었다. 여기어때에 오면서 그동안 직장인으로 느끼던 고충이 아무것도 성립하지 않았다. 다 해결돼버렸다.

스타트업이라고 직장인의 고민이 모두 해결된다니,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않나

정정하겠다. 대부분 해결됐다(웃음). 이를테면 ‘업무기안서’ 같은 양식은 우리 회사에서 필요 없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명확하고 타당하기만 하다면 승인이 된다. 심지어 비문이어도 상관없다. 그래서 내가 이제 더는 ‘김대리일기’를 쓰지 못한다.

김대리일기로 포털에서 ‘스토리펀딩’도 진행했었다. 그리곤 마지막에 ‘김대리 파티’를 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런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다

스토리 펀딩을 끝나고 나니까 내가 후원자에게 줄 게 없더라. 그래서 신나게 놀아볼 궁리를 했다. 스토리펀딩 목표액이었던 100만 원을 채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 했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기획부터 예약, 홍보, 모객까지 모두 알아서 해야 해서 힘든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저질렀고, 해냈다는 데 의의를 둔다.

두나방 운영자 다빈(왼쪽)과 해니
두나방 운영자 다빈(왼쪽)과 해니

SNS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SNS는 내가 무언가를 저지르는 플랫폼이자 배설의 창구다. 나는 SNS라는 걸 적절히 잘 활용할 줄 아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SNS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싫다.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무언갈 저지르기 딱 좋은 창구이자, 개개인의 작은 채널이라고 본다. 나는 내 인생에서 무언갈 기획하고 수습해가는 과정에서 SNS를 적절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당신에게 페이스북은?

“김해니가 사는 곳은 사당동(집)이 아니라 페북이다”라고 할 정도로 내게 중요한 곳이다. 눈 뜨면서 잠들 때까지 종일 페이스북에 있다고 보면 된다.

페이스북에 비치는 이미지를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B급 정서다. 나는 유머 코드를 좋아하고,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자로 일했을 땐, 만들어진 틀에 갇혀 내 얘길 표현하지 못하는 게 상당히 스트레스였다. 지금은 모든 걸 다 표출한다. 그래서 나의 치부나, 때로는 멍청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까지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나보고 현실적이고 좌충우돌인 캐릭터라고 하기도 하고.

앞으로 두나방을 어떻게 끌고 갈 생각인가

두나방을 스타트업 공식 홍보 플랫폼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싶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엔 회사에 보안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는데

‘여기어때’에 있으면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다. 회사가 종합숙박O2O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한 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안사고나 다양한 굴곡을 겪었다. 내가 진행하는 ‘두나방’도 그렇고, 이런 굴곡을 거치면서 더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계획은 ?

글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더 연구하고 싶다. 데일리콘텐츠로 책을 낸 배경이 있는 만큼 잘 읽히는 글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공식을 정리할 수 있다면 데일리글로 자기 콘텐츠와 콘셉트를 만들고 책까지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저스트 두 잇’하면서 살 거다. 당분간 재미있는 일만 기획할 거다. 일하는 시간 외엔 놀 궁리만 하겠다. 놀자, 우리! 파이팅!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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