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photo_2017-05-12-09-30-45김세희 씨는 이제 막 40줄에 들어서는 대한민국 남성이다. 원래 그의 직업은 언론홍보다. 홍보대행사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한 베테랑이다. IT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다양한 분야의 회사를 언론지면에 소개하면서 인맥과 경험을 쌓았다.

그런데 그가 맞이한 40세라는 나이는 대한민국 직장인이 또다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시기다. 50세 안팎으로 직장 생활을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대 초반에 그랬듯 다시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 시기의 많은 직장인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김 씨도 제2의 삶을 위해 창업을 결심했다.

홍보맨으로 경력으로 쌓은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뜻밖에도 온라인 반찬가게였다. 좀더 요즘 유통업계에서 쓰이는 말로 바꿔말하면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다. 경기도 광명 한 구석에 창고를 빌려 반찬 공장과 사무실을 마련하고 ‘델리우드’라는 온라인 반찬가게를 열었다.

2017-05-12-09-36-14그가 뜬금없이 반찬가게를 연 것은 홍보업무를 하면서 신선식품 시장의 미래를 엿봤기 때문이다.

“저희 회사에서 9년 동안 옥션 홍보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유통과 관련된 로우(raw) 데이터를 많이 보게 됐는데, 신선식품 시장이 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태국 식품 홍보를 6년 동안 한 것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태국은 식품 세계화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 데이터를 보면 직접 해먹는 것보다 사먹는 시장이 커집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온라인 유통업계에는 신선식품 바람이 불고 있다. 냉장 냉동 배송 기술이 발달한 덕분이다. 지마켓 11번가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부터 쿠팡 위메프 티몬과 같은 소셜커머스 등 대형 온라인 유통사들은 최근 신선식품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도 온라인에서의 신선식품 매출이 상승 중이다.

이런 대형 유통사 이외에 신선식품 전문몰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일례로 델리우드와 유사한 서비스인 ‘더반찬’은 지난 해 동원이 300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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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맛을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어머니는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다. 어머니의 손맛은 시장에서 분명히 통한다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온라인 반찬가게 업체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런데 그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반찬을 사들여와서 소분해서 판매만 하는 업체들이에요. 저희는 직접 재료를 선택하고, 조리를 직접 하기 때문에 이들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러나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기대처럼 쭉쭉 성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초기 자본으로 시설을 마련하고 매달 고정적으로 인건비와 재료비가 들어가는데, 주문은 기대처럼 늘지 않았다.

“신선식품 시장이 급성장 한다는데, 저희는 주문이 늘기는 하는데 기대만큼 늘지는 않더군요. 성장 그래프 각도가 한 30도는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10도 정도였어요. 지난 해 9월 마지막날 통장을 확인해보니 잔고가 9원이더군요. 이 시기를 잊지 말자고 사진까지 찍어뒀습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상황이 좀 나아졌다. 주문이 조금만 더 늘면 손익분기점(BEP)이 눈앞에 있다.

홍보전문가 출신인 김 대표가 가장 어려워 하는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홍보다. 홍보맨 시절 쌓은 인맥으로 아는 기자들에게 기사 몇 줄 부탁할 수는 있는데, 그런 기사가 효과는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델리우드에서 반찬을 주문한 고객이 온라인 카페 등에 한 마디 남겨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홍보나 광고의 느낌이 나면 고객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아요. 음식은 의식주 중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것 같아요”

김 대표는 최근 식품회사 연합체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세한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 또 각 쇼핑몰 채널에 입점도 하고 있어 낭비되는 요소들이 많다. 각 업체들이 따로따로 쇼핑몰 MD들과 컨택을 하고, 디자인도 별도로 한다.

연합체는 이런 중복 요소를 줄이자는 취지다. 연합체가 식품종합몰 같은 것을 만들어 활성화 되면 유통업체들에게 지불되는 수수료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회사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결식아동, 소년소녀가장 등 편의점 도식락에 의존하는 아이들에게 집밥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델리우드는 비싼 재료 중심의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지 않는다. 유기농 재료나 A+++ 한우, 국내산 재료를 고집하지 않는다. 이런 재료를 쓰면 공급가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위생과 품질이 확인되면 원산지를 표기하고, 외국산 재료도 사용한다.

“밑반찬은 식탁의 메인요리가 아닙니다. 비쌀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생이나 품질에는 문제가 없어요. 저희 반찬은 제 딸도 먹어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r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