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고리츠 CIO(오른쪽)가 '2017 SC제일은행 핀테크 포럼'에서 남기흥 SC제일은행 부행장과 대담하고 있다.

마이클 고리츠 CIO(왼쪽)가 ‘2017 SC제일은행 핀테크 포럼’에서 남기흥 SC제일은행 부행장과 대담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아이패드용 영업앱을 개발한 곳은 한국이다. 지금은 세계 50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한국은 기술을 개발할 때 국제 표준을 사용한다. 그래서 어떤 것을 만들더라도 쉽게 수출할 수 있다. 한국이 (기술 혁신의) 좋은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클 고리츠 SC은행그룹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는 17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열린 핀테크 포럼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의 기술혁신 강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핀테크가 산업의 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이 가진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든 사례다. SC는 세계 70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금융회사다. 스스로를 ‘코끼리’로 비유할만큼 덩치가 크다. 이런 회사에서 한국을 찾아 ‘핀테크’를 주제로 포럼을 열만큼 금융회사들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크다. 시장 변화를 몸소 겪고 있고, 혁신에 대한 압박을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리츠 CIO가 겪은 지난 10년간 은행 산업의 변화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금융위기로 인한 규제 강화다. ‘은행이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하라’는 압박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늘어나는 금융범죄다. 불법 자금을 찾거나 관련 행위를 막으려는 노력에 은행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마지막은 수익성 압박인데, 특히 기술 혁신이나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언급했다. 기술 도입과 수익성에 대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지금 기존 은행이 갖고 있는 숙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미래 트렌드 변화에서 찾았다. 은행이 “블록체인, 로보틱스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솔루션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으로 금융 체질을 개선하고, 로보틱스 도입으로 그간 은행이 갖고 있던 비효율적 백오피스 업무를 대체하는 방식을 SC그룹도 고민 중이다. 기계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과 꼭 사람이 필요한 ‘휴먼 터치’ 영역을 모두 활용한다면, 이용자의 요구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부분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봤다. 은행이 보유한 대량의 데이터를 잘 활용할 경우,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날 외부인사로서 기조연설 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장도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적절한 투자와 정부 규제 철폐를 강조했다. 지난 2014년 ‘핀테크’라는 말이 국내서도 처음 쓰이기 시작한 이후 핀테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규제로 인해 그 동력에 제한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 센터장은 “핀테크 투자와 관련한 규제가 많이 사라진 상태이고 올 연말까지 한국에서도 수천억원 단위의 핀테크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벤처투자자(VC)는 정부의 규제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핀테크 사업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앞으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겠다는 일관된 신호를 줘 시장에 신뢰를 쌓아야 관련 투자도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금융권에도 국외처럼 기존에 하나였던 사업이나 상품을 여러개로 쪼개는 현상을 ‘언번들링(unbundl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니콘(1조원 이상 가치를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투자와 규제 철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대표적 핀테크 스타트업 성공사례로는 금융 애플리케이션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를 꼽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우리은행과 업무 협약을 맺으며, 국내 대부분의 은행과 함께 ‘송금’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500억원 이상 규모 투자를 받았다. 최근 월 송금거래액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센터장은 또  “소비자 보호와 규제 개혁이라는 두 측면의 밸런싱을 어떻게 잘 잡을 것인가는 은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을 위해선 클라우드 규제 혁신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 지금 국내 금융권이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지적했다.

포럼 현장에서도 핀테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클라우드 관련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행법상 금융업은 고객 데이터(개인정보)를 클라우드를 포함한 외부 서버로 옮길 수 없게 돼 있다. 김홍선 SC제일은행 부행장(CISO)은 “국내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해외 금융업들도 대부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사업하고 있다”며 “지금 같은 규제 아래에선 국내 은행들이 기술 혁신이나 새로운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핀테크는 시대의 화두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정립돼 있느냐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핀테크를 금융 서비스에 어떻게 접목을 하느냐, 이걸 금융 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다가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