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 백패커 대표. 아디이어스(idus)는 백패커의 대표 브랜드로, 수공예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작가들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김동환 백패커 대표. 아이디어스(idus)는 백패커의 대표 브랜드로, 수공예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작가들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첫 만남은 2015년이었다. 모자를 눌러쓴 청년이 인사를 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 꼭대기에 이제 막 보금자리를 얻었다는 그는, 인터뷰하기 쑥스럽다며 웃었다. 그리고 2년이 흘렀다. 이번엔 캐주얼 정장을 말쑥이 빼입은 이가 인사를 했다. 그사이 청년은 50억 원 남짓 투자를 유치했고, 엘리베이터 있는 건물 3층에 제법 큰 사무실을 냈다. 수공예 커머스 플랫폼 ‘아이디어스’를 운영하는 김동환 백패커 대표 이야기다. 그는 ‘착한 생산, 착한 소비의 선순환’이라는, 너무 당연해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상향을 현실로 차근차근 이뤄내고 있었다. 지난 24일, 서울 서교동 아이디어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다시 만났다. 반가웠다.

처음 만났을 땐 모자 쓴 청년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아니다. 아침에 머리 만지는데 시간도 걸리고 해서 지금도 항상 모자를 쓴다(웃음). 인터뷰가 있거나 면접이 있는 날 정장을 입는데, 요즘 직원이 늘면서 그럴 일이 자주 생긴다.

대표 분위기만 달라진 게 아니라, 회사도 많이 커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직원이 다섯 명이었는데 올해 스물한 명이 됐다. 2015년에 1억5000만 원 하던 한 달 거래액이 지금은 21억 원으로 늘었다. 그사이 투자도 받았고 개발, 운영, 마케팅 각 분야 직원들도 뽑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회사가 꽤 성장한 셈이다.

사회학을 전공했는데 커머스 플랫폼이라니.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학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했다. 그때 집회에 나가면서 능력과 실력은 있는데 사회적 약자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다. 능력과 실력으로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NGO에 가려 했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IT 분야에 오게 됐다.

IT 중에서도 왜 하필 수공예 커머스인가

공예를 전공한 내 동생이 눈에 들어왔다. 공예 전공자 중에 좋은 대학 나와 유학도 다녀온 사람이 많은데 현실은 길바닥에 좌판 깔고 생계도 유지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더라. 내 신념과 현실의 중간에 있는 것이 ‘수공예 장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생각하기에 수공예 시장이 클 것 같진 않은데

첫 달에 76만 원을 벌었다. 그때는 ‘굿슬립’ 같은 유료앱을 개발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아이디어스에 모두 투자하는 형태로 운영했다. 그런데 지금은 유료 앱을 개발하지 않는다. 아이디어스에만 집중한다. 지금 2000명의 작가가 아이디어스에서 물건을 판다. 그들 중 80%가 월평균 2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낸다. 상위 35%의 매출은 연간 5000만 원, 5%는 2억2000만 원에 달한다.

생각보다 매출이 커서 놀랐다

어느 매체에서 설문조사 한 결과를 봤는데, 공예인의 평균 연봉이 1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더라. 아이디어스가 창작자의 생태계를 많이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창작자가 아이디어스로 모이니까 소비자들도 여길 계속 다시 찾게 되고, 그렇게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자가 버는 만큼, 아이디어스도 이윤이 남나

거래에 비례해 매출이 늘진 않는다. 그래도 지금은 시장을 키워가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생하더라도 작가들이 혜택을 받으면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테고, 그만큼 시장이 커질 테니까.

커머스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힘든데 꽤 큰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이 아이디어스의 어떤 가능성을 높이 본다고 생각하나


[AD] 금융권을 위한 멀티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전략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 수공예라는 시장에 도전한 것이 우리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고, 거래 증가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그동안 투자사 입장에선 “이런 시장을 원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었는데, 그걸 우리가 해소했다고 본다.

아이디어스가 보여준 성공 가능성은 어떤 부분인가

아이템만 보면 똑같을 수 있다. 그런데 실행 부분이 다르다. 기존 플랫폼들은 수공예 작가를 우리보다 더 빨리 많이 모았다. 그런데 우리는 보수적으로 작가를 모신다. 중요한 것은, 좋은 작가를 얼마나 모으느냐다. 그래야 사는 사람도 모인다.

좋은 작가는 어떻게 모으나

입점 심사 과정이 있다. 내부에 작가님을 만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기존에 입점한 분들의 추천을 받기도 한다. 내 이름을 걸고 추천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아무나 하지 않는다. 처음엔, 내가 출퇴근을 하면서 명함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다. 주말엔 홍대에 나와 전단을 뿌리기도 했고.

아이디어스의 주요 소비자층은 누구인가

20~30대 여성이 가장 많다. 액세서리나 수제 비누가 많이 팔린다. 나 같은 경우는 원래 샴푸를 쓰다가, 계면활성제가 안 들어간 수제 비누로 바꿨다. 개인의 머릿결이나 두피 상태에 따라서 성분을 맞춰 만들어준다.

개별 고객에 따라 주문제작이 다르게 들어간다는건가

그렇다. 작가들이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다.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도 만들어 놓고 팔기 때문에 덜 신선하다. 재고가 남으니까. 아이디어스에서 파는 제품은 대부분 커스터마이징이다. 가죽 필통을 사면 이름을 새겨주거나, 소비자 취향에 따라 원하는 끈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작가랑 일 대 일 채팅이 된다. 거기에서 작가랑 소비자가 소통을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걸 얘기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그런 상품을 만들어 주는 식이다.

커스터마이징이 아이디어스의 가장 큰 강점인가

기본적으로 제품 차별화가 있다. 여기서 파는 걸 다른 데선 안 판다. 생수나 기저귀는 어디서나 팔아도 여기서 파는 걸 일반 오픈마켓에선 찾을 순 없다.

왜 오픈마켓에선 이런 상품을 못 하나

워낙 소량 생산이라 주문이 들어왔을 때만 만든다. 타깃 층이 달라서, 오픈마켓에선 이런 방식이 맞지 않다. 최근엔 20~30대 층이 ‘스몰럭셔리’를 지향하면서 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찾는다. 여긴 만든 사람이 직접 판매하는 거라, 작가들이 자부심을 걸고 일한다.

액세서리 말고, 또 많이 팔리는 게 있나

최근엔 먹거리가 늘었다. 음식 카테고리가 생겼는데, 모두 위생검사를 받고 파는 음식이다. 가구도 있다. 온라인으로 엄청나게 비싼 가구를 팔긴 어려워도 희소품, 인테리어 소품, 서랍장 같은 작은 가구부터 시작해 늘려 가려 한다. 지금은 어버이날이라 카네이션이 많이 팔리고, 여름에는 파인애플 식초 같은 다이어트 음식도 인기가 있다.

회사 이름인 ‘백패커’는 어떤 의미인가

여행을 좋아하기도 했고, 처음엔 사무실 없이 카페에서 종일 일하다 보니 굳이 사무실이 필요 없겠단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앱 만들어 동남아에서도 올리고, 프랑스에서도 올리자 그런 꿈을 공동창업자와 함께 가졌다. 그래서 배낭여행자라는 뜻을 담았는데 지금은 여행을 잘 못 한다. 다만, 배낭 여행자의 정신은 계승하려고 한다.

다음 출신이다. 굳이 회사를 나와서 창업한 이유가 있나

다음은 열린 조직이고, 개방적인 조직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수평적인 조직이라고 해도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순 없다. 창업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인 것 같다. 큰 돈을 벌고 싶거나, 큰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거나.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게 내가 창업을 한 이유다.

창업자의 자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창업자에 요구되는 자질은 단계마다 다르다. 처음에는 함께할 친구를 잘 모아야 한다. 그리고 서비스가 출시될 때까지는 기획과 마케팅 능력이 필요하다. 그 이후엔 좋은 사람을 모셔와야 하고, 또 그들이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리더로서, 지금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 많아지니까 어떻게 하면 조직을 더 좋게 꾸려갈 수 있을까 하는, 관리 측면에서 고민한다. 이 단계가 지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길 거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한국은 공예 역사가 3000년이 된 나라다. 국산 공예품을 외국에서 더 많이 알아주기도 한다. 아이디어스가 국내 공예인들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한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있는 상품을 해외에서 구매하고, 반대로 외국 작가들이 한국에서도 상품을 팔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K팝, K뷰티처럼 수공예품도 한국이 경쟁력 있다. 글로벌로 핸드메이드 제품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