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목표가 없는 한성숙 네이버 CEO

 

naver CEO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저희는 매출목표가 없어요”

한성숙 네이버 신임 CEO의 말이다. 한 CEO는 28일 서울 소공동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첫 미팅 자리를 가졌는데, ‘올해 매출 목표가 얼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기업들은 대부분 새로운 회계연도를 시작할 때 매출 목표를 정한다. 기존 사업 분야의 성장 목표, 신사업 성과 등을 예상해 매출과 이익 목표를 정하고, 그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전 사업부가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네이버는 최근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매출 목표도 클 것 같았다. 그런데 왜 한 CEO는 매출 목표를 정하지 않는 것일까?

한 CEO는 “매출을 목표로 하면 그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To-Do(할일)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매출 목표를 위해 눈 앞의 숫자에 집착하다보면 해야 할 본질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한 CEO는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과제를 이루기 위한 방식이 달라진다”면서 “숫자나 매출을 목표로 잡으면, 저희 동료들의 행동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매출 목표가 없다고 매출에 관심이 없거나 목표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는 매년 필요에 따라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조직이 필요한 일을 한다. 목표한 일을 제대로 하면 매출과 같은 숫자가 어떻게 따라올 것인지 예상할 수는 있다.

어쩌면 이는 기업의 성공 비결인지도 모른다. 구글, 페이스북 등에서 일한 바 있는 고쿨 라자람 스퀘어 제품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은 지난 달 자신의 블로그에서 “래리 페이지(구글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잭 도시(트위터 창업자) 등과 일하면서 관찰한 결과,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서 “매출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라자람은 “세 사람은 창업한 첫날부터 매출은 후행지표라는 근본적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창업자들은) 매출에 대해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그들은 광고와 콘텐츠의 연관성이 적음을 지적하거나(래리 페이지), 월간순방문자 지표를 목표로 정하는(마크 저커버그) 방식으로 목표를 세운다고 라자람은 전했다.

이는 한 CEO의 설명과도 부합한다. 그는 “예를 들어 네이버 비난 댓글이 얼마나 줄었나 이런게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매출 목표는 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올해 목표는 뭘까?

한 CEO에 따르면 올해 네이버의 목표는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프로젝트 꽃을 안착 시키는 것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네이버 내의 세부조직은 모두 이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의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기술 플랫폼이라는 목표는 한 CEO가 부임하면서 주창한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 소호 창업가들이 네이버의 기술을 활용해서 수익을 얻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프로젝트 꽃’이란 기술 플랫폼이라는 토양 위에서 핀 콘텐츠 창작자, 소호 창업가를 의미한다. 네이버는 매년 1면 명의 콘텐츠 창작자와 소호 창업가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위해 ‘분수펀드’라는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도 이날 발표했다. 네이버 전 영역에서 프로젝트 꽃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해피빈 등 공익 플랫폼 부문에 350억, 창업 및 창작 지원 등 사업플랫폼 부문에 250억 등 총 600억 원 규모의 사내 펀드를 조성한다.

한 CEO는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프로젝트 꽃의 가치를 내재화해야 한다”며, “600억 원 규모의 분수펀드 조성은 네이버 및 공익재단 직원 누구에게나 프로젝트 꽃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오픈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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