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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정성호 씨가 17일 ‘상품기획 연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누구나 무언가를 판다. 잘 팔려면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대중에 사랑받는 연예인은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대중이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정확한 포인트를 끄집어내 특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상품기획 연구회’라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지난 17일 개그맨 정성호 씨를 초청해 마케팅 강의를 했다. 정 씨는 ‘성대모사’라는 특출한 장기를 가지고 각종 예능에 출연 중이다. 지금의 정성호가 있기까지, 그도 꽤 긴 무명을 견뎠다. 특색 없는 개그맨으로 나이만 먹는 시절을 겪었다.

정 씨의 강의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너 자신을 알라”다. 그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파악한 이후에야 일이 풀렸다. 마케팅에도 곧바로 대입 가능한 이야기다. 자기 회사, 상품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알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정성호 씨 강연을 아래 재구성했다. 물론, 정성호 씨 강의를 실제로 듣는 게 훨씬 재밌다. 글로 옮기다 보니 간추려지고 재미도 덜해졌다. 그래도 즐겁게 읽어주시길.

안녕하세요, 정성홉니다. 저 누군지 아시죠? 공무원 시험합격 OOO~. ‘SNL’에도 나오고 ‘영화가 좋다’랑 ‘캐리돌뉴스’도 하고 있고. 와.. 스케줄이 바쁘네요.

제가 8년을 무명생활했어요. 개그맨 시험에 붙고 나서 “난 이휘재다!” 소리치면서 미친놈처럼 여의도 거리를 뛰어다녔는데 -그때는 이휘재가 제일 잘 나갔거든요- 8년을 그러기만 했네요. 아무도 날 찾는 데는 없고, 그 사이 술만 늘었죠.

개그맨 시험은 왜 봤었느냐고요? 저한테 성대모사 재능이 있다는 걸 교수님이 발견해줬거든요. “너 서경석 닮았다” 그 한 마디에 개그맨 시험을 준비했죠. 서경석 씨가 많이 배운 사람이잖아요, 쓰는 단어도 고급스럽고. 그래서 모르는 단어 나오면 사전 찾아가면서 공부했어요. 서울예전에서 사전을 본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에요(웃음).

와, 시험 보러 갔더니 경쟁률이 어머어마했어요. 다섯 명 뽑는데 글쎄 1480명이 넘게 와있더라고요. 서경석 흉내를 냈더니 심사위원들이 빵 터졌어요. 서경석 흉내를 낸 사람이 저 하나였던 거예요. 그래서 붙었어요. 전 개그맨만 되면 바로 유명해지는 건 줄 알았죠.

그런데, 그렇게 시간만 흘렀어요. 세상 웃긴다는 애들 다 모아놓은 데가 방송국인데, 그중에서도 더 웃겨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자기색’이 없더라고요. 다 나랑 비슷한 애들인데 딱히 튀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연극판도 기웃거리고 뮤지컬도 해봤는데 제 역량이 부족하더라고요. 리포터도 했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아침 방송 리포터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때 현장에서 누가 묻더군요.

“자네 누군가?”

“개그맨 정성호입니다”

“그래? 무슨 개그 했는데?”

그때 머리를 한 대 맞은 충격이 들었어요. 내 본업이 뭐지? 리포터를 그만둬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개그맨으로 돌아왔어요. 와, 근데 이제 보니까 완전 환경이 바뀌었더라고요. ‘허무개그’랑 ‘와룡봉추’가 유행인데, 개그를 열심히 짠 것도 아니고 연기를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빵빵 터지는 거예요.

적응 못 하고 있는데, 예능국장님이 절 불렀어요. “성호야, 너 8년 차지?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둬라. 이 정도 했는데 사람들이 안 좋아하면 안 되는 거야, 그만둬” 이러시는 거예요. 제가 뭐라 그랬겠어요? 알았다고 했죠. 그리고 그때부터 집에 안 갔어요. 이게 마지막이니까. 숙직실이나 더빙실에서 자면서 후배 데리고 개그만 짰어요.

그러다 제가 한석규 씨 흉내를 내서 히트한 게 ‘주현아’라는 코너였어요. 와, 그땐 대단했죠. 사람들이 웃어주고, 절 알아보기 시작하고. 웃기는 게요, 제가 주현아를 짜면서 방송국에만 있으니까 밖에 나가서 사람 안 만나고 술도 안 마셨잖아요. 제가 마이너스 통장이 2천만 원이었거든요? 그 마이너스가 플러스로 바뀌는 기적을 봤어요. 술과 친구의 빈자리를 ‘주현아’라는 코너가 채웠고, 그게 절 한순간에 ‘핫’하게 만든 거죠.

근데 사람이 뜨니까 또 변하더라고요. 또 술 마시고, 친구 만나고. ‘주현아’도 한물가고. 사람들이 “아 정성호? 뜨려다가 만 애?” 이러고. 다시 술을 끊었어요. 그랬더니 또 기회가 오더라고요. ‘나는 가수다’에 나온 임재범 씨 흉내를 냈죠. 도플갱어가 나타났다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제2의 전성기가 된 거죠.

그때 알았어요. 아, 내가 너무 나 자신을 몰랐구나, 내가 누구였는지 잊고 살아구나, 하고요. 저는 성대모사로 방송국에 들어온 거잖아요. 남들이 생각할 때는 “성대모사, 그거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겠지만, 저한테는 그게 무기잖아요. 그걸 잊고 있었던 거죠. 내가 누군지 아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팩트에요. 여러분들, 업무 때문에 접대 많이 하시죠? 그런데 매일 접대하면 뭐에요. 결국 제일 중요한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스스로를 대접 안 해주는데. 나 자신을 먼저 아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거에요.

여기까지 듣느라 고생하셨어요. 그래서 성대모사 비결 하나 가르쳐 드릴게요. 여러분들이 듣기에 가장 멋진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해보세요. 한석규도 좋고, 이선균, 정진영도 좋겠네요. 영화나 드라마속 장면을 그대로 따라하진 마세요. 그 사람이 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 비트는데 재미가 있죠. 단, 상대방 이미지를 절대 건드리면 안 돼요 ㅎㅎ 우리 그럼, SNL에서 만나요, 안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