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vs소셜커머스 2차 대전 예고, 이번엔 ‘신선식품’이다

지난 해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 사이에는 일명 ‘기저귀 전쟁’이라 불리는 격렬한 싸움이 있었다. 이마트가 기저귀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하면서, 소셜커머스를 압박하던 사건이었다.

쿠팡으로 상징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이 전쟁에서 지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에 참전했다. 이 흥미로운 싸움은 특별한 승자 없이 끝났지만, 대형마트가 그동안 ‘듣보잡(?)’ 취급했던 소셜커머스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news_1456120566_124195_m이마트와 소셜커머스 사이에 기저귀 전쟁이 벌어졌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기저귀와 분유로 대표되는 유아용품은 소셜커머스의 가장 대표 상품이었다. 영유아를 보살펴야 하는 엄마들은 대형마트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소셜커머스가 이 시장을 영리하게 파고 들었다.

대형마트가 위기를 느낀 것은 당연했다. 소셜커머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기저귀를 사는 주요창구는 대형마트였다. 주말에 부부가 아이를 데리고 기저귀를 사러 대형마트에 들르면, 기저귀뿐 아니라 각종 식재료와 간식, 맥주까지 사들고 가정에 돌아갔다. 기저귀는 젊은 부부를 대형마트로 이끄는 핵심 상품이었던 것이다.

결국 기저귀 전쟁을 통해 소셜커머스의 싹을 없애버리려던 이마트의 뜻은 실현되지 않았다. 소셜커머스는 무너지지 않았고, 이마트는 기저귀 주도권을 가져가는데 실패했다. 기저귀 전쟁 속에서 하기스 기저귀를 판매하는 유한킴벌리만 환하게 웃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후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는 한동안 조용하게 지냈다. 각자도생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위메프가 제2의 대형마트vs소셜커머스 전쟁에 불을 지폈다.

위메프는 지난 해 11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신선생’을 오픈했다. 각종 육류, 채소, 과일, 우유, 달걀 등 가공되지 않은 식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위메프는 이를 위해 경기도 광주시 소재 위메프 물류센터 내 660평 규모의 냉장시설을 마련했다.

unnamed-1위메프에 따르면, ‘신선생’ 오픈 후 첫 주차(11월 14일 부터 11월 20일)대비 9주차(1월 9일부터 15일)기간을 비교해 본 결과 ‘신선생’ 서비스 내 신선식품품목인 냉장ž냉동(과일, 채소, 수산, 건어물 등) 상품의 판매수량이 3000여 개에서 2만2000여 개로 5배 이상 성장한 570%가량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판매건수는 1300여 건에서 7300여 건으로 450%라는 큰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간 거래액은 354% 성장을 기록했다.

또 같은 기간 신선식품과 쌀, 생수, 간편요리 상품 등을 포함한 ‘신선생’ 서비스의 전체 거래액은 277%, 판매수량은 428% 성장했으며, 판매건수는 37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메프가 성과를 보이자 티몬도 신선식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티몬은 최근 ‘티몬프레시’라는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몬의 생필품 판매 브랜드인 슈퍼마트 내에 전문MD들이 직접 고른 신선식품을 공급한다. 티몬 측은 “고품질의 신선식품을 마트대비 최대 66%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소셜커머스가 신선식품 시장에 뛰어든 것은 배송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신선식품을 산지에서 물류센터로 옮기고, 물퓨센터에서 각 가정으로 배달하는 과정에서 식품이 변질될 우려가 있었다. 전국에 오프라인 상점을 두고 있는 대형마트만이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물류센터와 냉장시설을 설립하고 로켓배송(쿠팡), 슈퍼배송(티몬), 원더배송(위메프) 등 빠른 직배송 체계를 갖춤에 따라 신선식품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20170104114932203183신선식품은 온라인 쇼핑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은 배송의 한계로 인해 공산품 중심으로 발전했다.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이용자들도 신선식품 구매를 위해서는 시장이나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중심의 쇼핑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메프 직매입사업본부 하송 본부장은 “대형마트가 주도하고 있는 신선식품 시장에서 온라인쇼핑몰이 대형마트의 수준의 신선도와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면 가격경쟁력 부분에서 우월한 온라인 쇼핑몰로의 구매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구매 패턴이 온라인 쇼핑 중심으로 바뀌면 많은 것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대형마트에 전혀 가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시작을 대형마트가 그냥 방치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플래그십 상품이었던 기저귀에 대한 주도권을 온라인에 빼앗겼는데, 장바구니의 60%를 차지한다는 신선식품마저 온라인에 주도권에 넘겨주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대형마트와 소셜커머스의 2차 대전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 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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