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유지보수비 비싸다면, 나에게 오라”

국내에서 오라클이나 SAP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유지보수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한 기업은 공급가의 22%를 매년 유지보수비로 내야합니다.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22%를 내지 않으면 버그패치를 비롯한 그 어떤 유지보수 서비스도 받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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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래리앨리슨 회장

SAP의 고객사도 비슷합니다. SAP의 경우 선택지가 있기는 하지만,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여지없이 22%를 내야 합니다.

두 회사의 고객 기업들은 높은 유지보수요율 때문에 한숨을 푹푹 내쉬게 되더라도 다른 대안은 없습니다. 수억, 수십억 원을 들여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안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지보수를 받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울며겨자먹기로 22%의 높은 요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construction-703807_960_720이에 대해 오라클과 SAP는 22%의 요율은 단순히 유비보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새버전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두 회사의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는 고객기업은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가 출시되면 무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한때 이같은 정책이 미래에 출시될 새 버전의 소프트웨어에 유지보수 서비스를 끼워파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끼워팔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오라클·SAP 고객기업들에게 유지보수요율을 내릴 수 있는 대안이 등장했습니다. SAP와 오라클 제품의 유지보수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기업이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리미니 스트리트’라는 회사입니다. 리미니 스트리트는 17일 한국 지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초대 지사장으로는 김상열 전 한화그룹 CIO선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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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 리미니 스트리트 코리아 신임 지사장

리미니 스트리트는 오라클과 SAP 제품의 유지보수 서비스만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서비스 업체입니다. SAP 비즈니스 스위트, 비즈니스 오브젝트, HANA 데이터베이스, 오라클 DB, 미들웨어, 하이페리온, 이비즈니스 스위트, JD 에드워즈, 피플소프트, 시벨, 오라클 리테일, 오라클 애자일 PLM 등 양사의 거의 모든 제품을 취급한다고 볼 수 있죠.

소프트웨어 제품은 오라클과 SAP에서 구매하고, 유지보수 서비스는 리미니 스트리트에서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리미니 스트리트는 오라클과 SAP 유지보수비의 50%만 받겠다고 합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1%만 유지보수요율로 지급하면 됩니다. 오라클과 SAP의 고객 기업들로서는 환호성을 지를만한 내용입니다.

아울러 리미니 스트리트는 “오라클이나 SAP가 표준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지 않는 추가개발 코드(CBO) 지원과 같은 지원프로그램도 추가비용이 없이 프리미엄 레벨의 서비스와 함께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 많은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하겠다는 것이죠.

다만 리미니 스트리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오라클과 SAP의 새버전이 나와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없습니다. 새버전이 나오면 새롭게 라이선스를 구매해야 합니다. 유지보수비용을 아끼는 대신 라이선스 비용이 드는 것입니다.

RS_LOGO2016_wtagline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기업들은 최신 버전이 나와도 업그레이를 잘 하지 않습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업그레이드 버전 구축, 추가 개발 부분 연계, 통합테스트 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상 업그레이드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오라클이나 SAP 고객은 새버전 무상 업그레이드 쿠폰이 크게 유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리미니 스트리트의 서비스는 고객사에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새버전 업그레이드는 자주 하지 않으니, 유지보수비를 절약하는 방안으로 리미니 스트리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오라클과 SAP에게는 리미니 스트리트가 매우 위협적인 회사입니다. 오라클은 이 때문에 이 회사와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론과 현실이 다르다는 점은 생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라클과 SAP의 소프트웨어를 제값 다 주고 구매하는 기업은 별로 없죠. 대부분 정상가격에서 할인을 받아 구매합니다. 이들 기업은 유지보수비는 안 깍아 주지만, 라이선스비는 할인판매 하곤 합니다.

오라클 유지보수요율은 공급가를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할인받아 구매한 소프트웨어는 그만큼 유지보수비도 줄어드는 것입니다. SAP의 경우 정가의 22%가 유지보수요율입니다.

만약 리미니 스트리트를 이용하겠다고 오라클의 유지보수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면 라이선스 할인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지보수 비용 아끼려다가 라이선스 비용이 높아지면, 조삼모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제품에 대한 비용 절감이 목표라면, 라이선스와 유지보수요율, 할인폭 등을 잘 계산해서 선택해야 할 듯 합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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