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16] iOS10,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모바일 환경

어떻게 보면 이번 WWDC의 주인공은 iOS가 아닐까 싶다. 2007년 아이폰과 함께 등장한 아이폰OS는 iOS로 이름을 바꾸면서 10번째 변화를 맞이했다. 팀 쿡 애플 CEO는 ‘거대한 판올림’이라고 새 운영체제를 소개했다. 애플은 10이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10가지 큼직한 기능 변화를 소개했다.

1. 이용자 경험

일단 잠금 화면과 알림 화면이 바뀌었다. 잠금 화면은 ‘밀어서 잠금해제’ 대신 홈 버튼을 누르거나 터치ID를 이용해서 켠다. 잠금 화면을 오른쪽으로 밀면 위젯들이 풍선으로 뜨고, 왼쪽으로 밀면 카메라가 시작된다. 위젯은 이전에 알림 센터에 뜨던 것들을 조금 더 보기 쉽고 접근하기 편하게 만든 것이다. 알림 메시지는 3D 터치를 이용해서 확인할 수 있다. 3D 터치의 활용도를 굳히는 UX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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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리

음성 인식 비서 시리는 드디어 개발자들에게 문을 열었다. 앱 개발자들은 시리의 API를 이용해서 앱을 개발할 수 있고, 음성만으로 앱을 다룰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으로 여자친구에게 5분 늦게 도착한다고 메시지 보내줘”라고 말하면 마치 아이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카카오톡 메시지가 전송된다.

데모를 통해 슬랙과 왓츠앱, 위챗 등의 메신저가 시연됐고, 우버를 부르거나 음성으로 사진을 검색하는 것도 된다. 이 시리는 카플레이에도 그대로 적용돼서 운전하면서 스카이프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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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퀵타입 키보드

시리는 꼭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키보드가 열릴 때 이용자가 어떤 문장을 입력하면 좋을지를 미리 판단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지능형 키보드다. 특히 아이메시지와 결합되는 시나리오가 인상적이었다. 상대방이 ‘지금 어디’냐고 물으면 키보드 위에 뜨는 지능형 키보드는 아예 말이 아니라 현재 위치를 지도에 찍어서 보내주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문자 메시지에 대한 답도 만들어준다.

대화중에 영화나 음식점에 대한 주제를 인식하고 관련 정보나 앱으로 전환해주기도 하고, 원래 언어 대신 다른 언어로 바꿔서 답할 수도 있다. 키보드로 한 자 한 자 치지 않아도 할 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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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진

컴퓨터 비전이 들어간다. 사진을 분석하는 것이다. 딥러닝으로 사진의 내용을 읽어들이고, 얼굴을 인식해서 다양한 주제로 분류해준다. 사진의 내용과 이벤트를 이해해서 스토리가 담긴 슬라이드쇼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기존에 아이무비로 하던 것들을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해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구글 포토와 비슷하다. 하지만 구글 포토가 사진을 구글에 전송해서 분석하는 것과 달리, 애플의 사진 분석은 기기 안에서 분석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에 더 안전하다는 차이점이 있다. 보이는 것은 비슷하지만 과정은 전혀 다른 셈이다.

5. 지도

한 때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애플의 지도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iOS10의 지도는 일단 디자인을 싹 바꿨다. 검색을 중심에 두었고, 아래 검색창을 위로 끌어올리면 미리 경로를 검색할 것 같은 주제들을 띄워준다. 운전할 때 쓰는 내비게이션도 보강돼서 실시간 교통 상황을 미리 보여주기도 하고, 차량의 속도에 따라 지도의 배율도 조정해준다.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나 음식점 등을 찾아주기도 하고, 들렸다 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준다.

특히 지도 관련 프레임워크가 싹 공개돼서 지도 위에서 앱의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다. 목적지를 검색한 뒤에 곧바로 우버를 부른다거나, 음식점을 찾아서 오픈 테이블로 음식점 예약을 할 수 있다. 애플 페이와 연동해서 결제도 된다. 지도가 그 자체로 하나의 위치정보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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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음악

사실 아이폰의 시작은 인터넷 검색과 휴대전화, 그리고 아이팟이었다. 음악이 중요한 축이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근래 음악 앱에 대한 평가는 다소 오락가락하는 면이 있었다. iOS10의 음악 앱은 완전히 시작부터 새로 그렸다.

전반적인 구성에 변화가 있는데 일단 음악에 대한 정보와 앨범 아트가 돋보이도록 디자인됐다. 아이폰에 담긴 음악 정보를 여러가지 방식으로 검색할 수 있게 시원시원한 구성을 했다. 음악 재생 화면은 카드 형태의 UI로 꾸려졌는데, 앨범 아트를 위로 밀어올리면 다음 재생할 곡들과 가사 정보가 뜬다. 음악 듣는 습관에 따라 나만의 곡 리스트들이 추천되기도 하는데, 최신 음악부터, 요일별 음악, 기분에 따라 듣는 음악 등 다양한 형태로 큐레이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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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뉴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되진 않지만 iOS의 위젯 창에는 주요 뉴스가 뜬다. 이 뉴스는 현재 2천개 이상의 미디어가 뉴스를 보내고, 이용자는 6천만 명을 넘기고 있다. iOS10은 이 뉴스 큐레이션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일단 모바일에서 보기 좋은 화면으로 디자인을 뜯어 고쳤고, 특정 주제나 팔로우한 관심사에 따라 뉴스 편집이 개인화된다. 에디터들이 따로 편집한 뉴스 화면도 제공하고, 정기구독 모델도 붙였다.

8. 홈킷

가정용 사물인터넷 기기를 iOS로 통합 제어할 수 있도록 꾸민 홈킷은 이제 발표된 지 딱 2년이 됐다. 기존에는 기기마다 각각의 앱을 이용해서 다 따로 조정해야 했는데, iOS에는 홈킷 앱이 생겼다. 마치 건강 앱처럼 가정용 오토메이션 기기들을 한번에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조명이나 온도 조절부터 차고 문을 열거나 욕실에 물을 받는 등 모든 것들이 통합되고, 별도의 제어 기기 대신 애플TV를 모든 기기를 통합 관리하는 허브로 쓸 수 있도록 했다.

위치 정보나 특정 시나리오에 맞춰 기기들을 한번에 제어하는 기능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외출’ 버튼을 누르면 조명을 끄고, 가스를 잠그고, 에어컨을 끄는 식이다. 홈킷에 연결된 기기 제어는 애플워치로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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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전화

미국에서는 아직도 자동응답기가 많이 쓰인다. 휴대폰에도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데, iOS10은 이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면 텍스트로도 받아적어 준다. 통신사나 특정 전화번호 관리 서비스와 연결해서 연락처에 없는 전화번호라고 해도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서 어디에서 걸려온 전화인지 보여주는 서비스도 공식화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KT와 시행하고 있는 서비스인데, 중국에서도 텐센트와 손잡고 이뤄질 계획이다.

VoIP앱과 더 밀접하게 연동된다. 기존에는 보이스톡이나 스카이프 등을 통해 전화가 걸려오면 메시지 알림으로 한번 ‘딩동’ 울리면 끝이었다. 이제는 iOS10과 연동되는 VoIP 앱이 ㄹ라면 아예 일반 전화나 페이스타임으로 걸려오는 전화처럼 그대로 받아 볼 수 있다. 또한 시스코와 연동해서 회사에서 쓰는 UC(통합 커뮤니케이터)와 전화를 내 아이폰으로 연동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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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메시지

애플이 iOS10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메시지다. 일단 메시지 창에서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정보들이 늘었다. 링크를 보내면 링크의 내용 일부가 미리보기로 뜨고, 음악이나 비디오도 공유할 수 있다. 이모티콘의 크기와 말풍선의 크기를 조절해서 더 다양한 감정을 전달할 수도 있다. 애플워치에서 했던 디지털 터치와 재스터 전송도 붙었다.

메시지 내용을 손으로 긁어야 읽을 수 있는 투명 잉크나 화면 전체에 폭죽이나 색종이를 흩날리는 효과, 상대방 메시지에 직접적으로 ‘좋아요’를 붙이는 기능 등 전반적으로 요즘 메신저들이 갖고 있는 기능들을 다 품었다. 오히려 기능들이 너무 젊어서 아이메시지의 기본 메시지창 구성이 딱딱해 보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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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애플은 앞서 지도처럼 이 메시지 자체를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앱 개발자들이 이제는 메시지 앱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를 직접 만들어서 붙일 수 있고, 대화에서 빠져나가지 않고도 음식을 주문하거나, 결제를 할 수 있다. 메신저 자체가 하나의 앱 환경이 되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애플이 키노트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도 바로 이 메시지 부분이다.

그리고…

이 외에도 메모를 여러 사람이 동시에 편집할 수 있고, 라이브 포토로 찍은 사진을 손보는 것도 된다. 아이패드에서 화면을 반으로 갈라 쓰는 스플릿 뷰에서는 같은 앱을 양쪽에 띄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개인 분석의 정도는 깊어졌지만 보안에 모든 앱 사이에 주고받는 정보에 대한 암호화는 더 강해졌다. 일단 기기간에는 모든 제이터를 전송하기 전에 암호화하는 게 기본 기능이다. 특히 애플은 개인화를 강조했지만 그 사생활 침해 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선을 그었다. 분석은 하지만 본래 데이터를 전송, 수집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만한 모든 부분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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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로서는 iOS 자체에 깜짝 놀랄 기능이 많이 추가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iOS의 중심에 있는 시리, 지도, 메시지, 사진 등의 앱과 관련된 프레임워크가 완전히 개방돼서 앱 개발자들이 iOS 기기를 더 유연하게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더 좋은 경험을 통해 앱 판매를 늘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새 운영체제의 역할은 그 자체로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있지만, 더 풍부한 앱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iOS의 10번째 버전은 이제 거의 개발자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팀 쿡 CEO는 키노트 말미에 “모든 기술은 인류를 도와야 하고,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그 이야기는 결국 이 플랫폼들 위에서 파트너들, 즉 개발자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앱으로, 혹은 서비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통한다. iOS는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기능을 갖게 됐지만 개발자들은 그 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 깜짝 놀라게 하는 이벤트도 좋지만 결국 이 모바일 운영체제의 목적은 ‘생태계’라는 본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개발자들의 반응은 오묘하다. 애플은 다시 한번 이 생태계를 단단하게 굳히면서 끌고 갈 계획이다.

글.바이라인 네트워크
<최호섭 기자> hs.choi@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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