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 2016 키노트의 모든 것

DSC_1402구글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6이 18일(미국 캘리포니아 현지시각) 개막했다. 지난해까지 구글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모스콘센터에서 I/O 행사를 열어왔는데, 올해는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 본사 캠퍼스 옆 야외에 천막을 치고 행사를 개최했다.

7000명의 개발자가 운집한 가운데 오전 10시 순다 핀차이 CEO가 무대에 오르며 구글 I/O 2016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하반기 CEO로 부임한 그에게 이번 I/O 행사가 메인스테이지 데뷔 무대라고 볼 수 있다.

DSC_1117핀차이 CEO는 “I/O를 10년 동안 개최해 왔는데, 우리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느낀다”며 가장 먼저 ‘구글 어시스턴트’를  발표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가상 비서 서비스로, 애플의 시리와 비교할 수 있다. 핀차이 CEO 는 7000명이 바라보고 있는 무대 위에서 “오케이 구글”이라고 음성인식 모드 명령을 한 뒤 “레버너넌트 감독이 누구야?” 등의 질문을 던졌다. 물론 구글 어시스턴트는 정확한 답을 내놓았다.

DSC_1165두 번째로는 마리오 퀘이로즈 수석부사장이 올랐다. 그는 구글이 야심차게 개발한 신제품인 ‘구글 홈’을 소개했다. 구글 홈은 크롬캐스트와 구글 어시스턴트, 사물인터넷 기기 네스트, 구글 검색 등을 통합한 새로운 종류의 기기다. 가정의 사물인터넷 허브라고 볼 수도 있고, 가정용 비서 기기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과 스피커가 내장된 기기로, 거실에 설치된 구글 홈에 “철수 방에 음악 틀어줘”라고 말하면 스마트폰의 음악이 철수의 방에서 재생된다.

구글 홈은 사용자의 할일 목록의 일을 알려주고,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알람을 주기도 하며, 쇼핑 리스트를 전해주기도 한다. 구글 홈에 날씨를 물어볼 수도 있고, 아보카도의 칼로리를 묻는 등의 일반적인 질문에도 답을 한다.

이어 스마트 홈과 함께 가상 비서 기능을 접목한 신제품 ‘알로(Allo)’가 소개됐다.

DSC_1193알로는 구글의 새로운 모바일 메신저로, 가상 비서 기능을 내장한 것이 특징이다. 에릭 케이 이사는 무대에 올라 “알로는 스마트한 메신저 앱”이라고 소개했다. 기본적인 메신저 기능을 기본적으로 내장하고 있지만, 구글의 검색 및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것이 차별점이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와 알로를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에 파스타를 먹기로 한다면, 알로 메신저 앱을 통해 근처의 맛있는 파스타 레스토랑을 추천받을 수 있다.

이 외에 채팅 창에서 유튜브 영상을 함께 감상할 수도 있고, 게임을 즐길 수도 있으며, 제스처를 통한 명령이나 손글씨 입력 등 다양한 부가 기능도 제공한다.

케이 이사는 알로의 보안 기능도 강조했다. 엔드투엔드 보안 등은 기본이고 ‘인코그니토 모드’라 불리는 비밀채팅을 제공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모드가 가동되면 사적인 알람을 받을 수 있고, 대화가 자동 삭제된다. 일종의 구글판 스냅챗으로 이해하면 될 듯 보인다.

DSC_1224케이 이사는 이어 ‘듀오’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앱도 발표했다. 듀오는 1대 1 영상통화 앱이다. 그는 무대에서 자신의 딸들과 영상으로 통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듀오의 특이점은 통화가 연결되기 전에 전화를 건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전화벨이 울리면서 이미 상대의 모습이 화면에 보여진다.

알로와 듀오는 올여름 출시될 예정이며,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iOS를 통해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데이브 버크(Dave Burke)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인 N을 소개했다. 안드로이드는 군것질거리 음식으로 버전명을 짓는데, 아직 N으로 시작하는 이름이 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버크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N의 특징으로 성능, 보안, 생산성을 꼽았다.

우선 벌캔(Vulcan)이라는 새로운 그래픽API를 통해 오픈GL보다 GPU부하를 낮췄다고 그는 전했다. 이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유용한 소식이 될 듯 보인다. 또 앱 설치 속도도 75% 빨라졌고, 컴파일 코드의 용량도 50% 감소시켰다고 그는 덧붙였다.

보안면에서도 파일 기반 암호화, 미디어 강화 프레임워크, 끊김없는 업데이트 등의 요소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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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N의 멀티태스킹 모습

생산성면에서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추가됐다. 화면을 분할해 두 가지 앱을 동시에 구동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이 따로 개발했던 이 기능이 앞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차원에서 제공되는 것이다.

또 모든 앱 프로세스 죽이기 등의 기능도 추가돼 백그라운드에 있던 앱을 하나씩 죽이는 불편함을 없앴다. 탭을 길게 하면 화면이 분할된다.

더블탭을 하면 마지막에 사용했던 앱이 앞으로 나오는 기능도 생겼다. 윈도의 ALT+TAB, 맥OS의 COMMAND +TAB 기능이 안드로이드에 도입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스마트폰 액정을 위에서 아래로 길게 드래그하면 나타나는 알림(Notifications) 상태에서 메시지에 대한 답을 직접 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은 ‘직접 응답(direct reply)’이이라고 명명됐다.

다음에 올라온 발표자는 클레이 베이버 구글 가상현실(VR) 담당 부사장이었다.

DSC_1277베이버 부사장은 ‘데이드림’이라 불리는 VR 플랫폼을 소개했다. 데이드림은 기존의 스마트폰과 간단한 컨트롤러를 활용한 VR 플랫폼이다.

헤드셋에 스마트폰을 끼워서 안경처럼 쓰고, 컨트롤러를 손에 쥐면 VR환경이 완성된다. 그는 낚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누구나 데이드림 앱을 개발할 수 있다. 구글은 이번 발표에 앞서 월스트리트 저널, CNN, USA 투데이 등의 언론사와 넷플릭스, 훌루, HBO, MLB 등의 영상업체와 제휴를 맺고 앱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는 구글 플레이에서 데이드림용 앱이 다수 등장할 전망이다.

이어 안드로이드웨어 2.0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데이비드 싱글톤 웨어러블 담당 부사장은 무대에 올라 정보, 사람, 건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펼쳤다.

안드로이드웨어 2.0에서는 메시지에 대한 응답을 간단히 손글씨로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손목에 간단히 답을 써서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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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 위에 손글씨를 쓸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안드로이드웨어 상에서 앱이 독립적으로 구동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없이 직접 와이파이나 LTE 망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이 꺼진 상태에서도 스마트워치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개발자 제품을 이끌고 있는 제이슨 티투스 부사장이 무대에 올라왔다. 그는 ‘프로그레시브 웹 앱’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좀 더 복잡하고 힘 있는 웹을 만들기 위한 구글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속도’다. 모바일 페이지가 더 빨리 열릴 수 있는 구글의 기술을 전했다. 구글이 언론사에게 제시하는 ‘AMP(Accelerated Mobile Pages)’도 이런 방향의 하나로 보인다.

개발자를 위한 툴인 안드로이드 스튜디오 2.2 프리뷰도 소개됐다. 앱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능과 새로운 앱 레이아웃 기능이 발표됐다. 티투스 부사장은 파이어베이스(Firebase)라는 백엔드 지원 시스템도 공개했다. 분석, 테스팅, 광고 등 앱을 개발할 때 개발자들이 어려워하는 백엔드 개발을 구글에 맡기고, 개발자들은 프론트엔드 앱 개발에만 집중하면 된다.

구글 I/O 2016 첫날 키노트의 후반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인스턴트 앱’이라는 기능이었다. 이는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앱이 설치돼 있지 않아도 앱을 이용할 수 있는 신개념의 서비스다.

DSC_1380엘리 파워스 구글 플레이 담당 프로젝트 매니저가 인스턴트 앱을 소개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왔다. 그녀는 “솔직히 제 스마트폰에는 버즈피드 비디오 앱이 설치돼 있지 않아요”라면서 문자메시지로 받은 링크 하나를 클릭했다. 그러자 구글 플레이가 열렸고 버즈피드 비디오 앱이 실행됐다. 그녀가 설치 버튼을 누르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로 이같은 일이 가능한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어쩌다 한두 번 쓰는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은 사용자들에게 희소식인 듯 보인다.

마지막으로 순다 피차이 CEO가 무대 위로 돌아왔다. 그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에 대해 구글의 전략과 현재 기술을 소개했다. 피차이 CEO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알파고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 7000명의 개발자들에게 알려줬다.

피차이 CEO는 구글직원들이 업무 외 20%의 시간으로 이룩한 성과도 전했다. 딥러닝 기술로 학습하는 실제 로봇이 화면에 나왔다. 이 로봇은 박스 안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물건을 하나씩 집어서 밖으로 꺼냈다. 사물을 인지하는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당뇨망막병증을 인지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소개됐다.

피차이 CEO는 “수퍼 컴퓨터와 머신 러닝이 기후변화와 의료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2시간에 걸친 키노트 발표가 끝났다. 참석자들은 지난 3~4년 중 올해 가장 흥미로운 발표가 많았던 구글 I/O키노트라고 평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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