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몸조심(?) 하던 네이버의 변신 “나를 따르라”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에 의존해왔지만 이제 수많은 ‘작은 성공‘들이 분수효과를 통해 내수 진작과 고용창출을 이끄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네이버의 모든 임직원들은 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디자인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역할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25일 서울 역삼동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소규모 자영업자와 콘텐츠 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인 ‘꽃’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 대표의 말을 듣고 잠깐 귀를 의심했다. 뭔가 네이버스럽지 않은 코멘트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오랫동안 수세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펼쳐왔다. 그도 그럴 것이, 언론들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네이버를 공격하는 일이 취미가 됐고, 정부도 포털 권력을 견제하겠다며 네이버를 옭죄곤 했다. 하루 2600만 명이 오가는 서비스임에도 소셜미디어에서 네이버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국내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로서는 유일하게 일본, 대만, 태국 등에서 성공을 거둬 1조원을 벌어들이는 수출 역군(?)이지만, 해외는 못 나가고 국내 중소업체들만 삥(?)뜯는다는 다소 억울한 누명도 감수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네이버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최대한 몸 사리기’처럼 보였다. 정부나 언론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소지를 최소화 하고,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듯 했다. 지금까지 네이버의 자세는 “우린 그렇게 힘이 세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우리 조용히 사업하게 해주세요”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의 ‘분수효과’ 발언은 적지 않은 변화다. 만사에 조심스러웠던 네이버 답지 않게 국가 경제를 담론으로 들고 나왔다. 그동안 네이버를 공격했던 정부와 언론을 향해 “자 이제 우리를 지켜봐라. 한 번 보여주겠다”라고 외치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네이버는 이날 1억원 매출의 소상공인을 1500명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부자 몸조심’ 해 왔던 네이버로서는 대단한 태세전환이다.
그렇다면 네이버의 태도는 왜 변했을까?
짐작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이다. 네이버는 얼마 전까지 국내에서만 힘 쓰는 골목대장이라는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터지면서 스스로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라인이 해외에서 터졌다는 것은 단순히 네이버의 수익원이 늘었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네이버가 해외에서 성공을 경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험은 라인 이외에 V앱이나 카메라앱 등의 성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해외에서 네이버의 성공 경험으로 인해 국내 콘텐츠나 서비스가 네이버와 함께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골목대장이라고 비판 받던 네이버가 “나를 따라 글로벌로 나아가자”고 선동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성공사례가 만들어지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조석 작가는 중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작가로 통하고 있다. 네이버가 발굴한 일러스트 작가 퍼엉은 미국 크라우드펀딩업체인 킥스타터에서 한달 만에 13만 달러의 후원금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을 통해 제2의 조석, 제3의 퍼엉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성숙 서비스 총괄 부사장은 “국내 창작자들이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 시장의 한계 때문에 의욕이 꺾이는 경우가 있는데, 글로벌로 진출하면서 의욕을 되찾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면서 “웹툰과 일러스트 이외에 사진, BGM, 회화화, 디자인인, 작곡 등 다양한 창작 영역에서 작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쇼핑 윈도와 같은 O2O 플랫폼의 성공사례도 네이버를 고무시키고 있다. 부산의 8평 옷가게 리틀마켓은 네이버 쇼핑 윈도에 입점한 후 4개월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현재는 월매출 4억 4000만원에 달하고, 혼자 운영하던 옷가게가 8명의 직원을 두게 됐다.
이런 O2O 플랫폼 모델은 파트너의 성공이 곧 네이버의 성공으로 이어진다. 리틀마켓과 같은 성공사례가 다수 나와야 네이버도 비로소 의미있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네이버가 매출 1억원 업체를 1500개 만들겠다고 공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틀마켓 등을 통해 이 플랫폼의 가능성은 확인 했으니, 적극적인 지원과 노출을 통해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한 부사장은 “자기 매장을 잘 가꾸고 애정어린 상품을 파는 분들의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면서 “네이버는 이분들의 기술적인 후원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상헌 대표는 “글로벌 IT 기업들은 무인자동차, VR, 인공지능 등 큰 이야기를 주로 한다”면서 “네이버도 그런 기술에 투자하고 있지만 그것만 하면 안 되고, 작은 비즈니스들이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두도록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젊은 세대가 쉽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그들의 열정과 노력이 의미있는 성취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웹툰처럼 창작자들과 함께 글로벌에서 통하는 새로운 콘텐츠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그들의 이름이 빛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j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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