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는 인공지능 기술들-②게임 편

알파고 때문에 난리다. 구글은 세계 최고수준의 프로 바둑기사를 이기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했는데 한국(기업)은 뭐했냐는 비판도 있고, 정부는 인공지능(AI) 컨트롤타워를 만든다고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인공지능이나 기계학습, 딥러닝 등을 외면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 포털이나 온라인 게임 등에는 이미 인공지능 기반의 서비스들이 함께 하고 있다. 우리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을 살펴본다. [기자 주]


인공지능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꼭 바둑일 필요는 없었다. 알파고를 만든 데미스 하사비스는 왜 하필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개발했을까?

이는 하사비스가 게임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하사비스는 테마게임이라는 유명한 게임의 개발팀에도 있었고, 여러 히트 게임을 선보인 개발자다. 그에게 바둑은 하나의 게임이었던 것이다. 하사비스가 바둑 이후에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도 이런 점에서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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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하사비스

하사비스가 게임 개발자 출신이라는 점과 인공지능 전문가라는 점은 무관치 않다. 하사비스는 게임 개발자였기 때문에 인공지능 전문가가 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을 개발에 인공지능 기술이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NPC(Non-Player Character)를 보자. NPC는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말하는데, 원활한 게임을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하거나 몬스터 등 적으로 활동한다. NPC의 플레이는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하고, 이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기술이다.

하사비스가 개발한 게임 중 하나인 ‘블랙 앤 화이트’는 플레이어가 ‘신 (god)’이 돼서 지구의 환경을 바꾸면, 게임 속의 NPC들이 이에 맞춰 사람처럼 반응하는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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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 화이트의 한 장면

사람이 어떻게 환경을 바꾸냐에 따라 NPC들은 다르게 행동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사용된다. 하사비스에 따르면 ‘블랙 앤 화이트’ 개발에 강화학습 기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강화학습은 알파고에도 사용된 기술이다.

게임 내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또 다른 분야로는, 유저의 경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분야다. 예를 들어 밸런스를 자동으로 미세하게 조정을 해주거나 PvP(Player vs. Player) 전투에서 어떤 사람끼리 매치를 붙여야 그들이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부분에 인공지능이 사용된다.

또 다른 분야로는 인공지능에 의해 콘텐츠가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분야가 있는데, 흔히 ‘절차적 콘텐츠 생성’이라고도 한다.

이처럼 게임과 인공지능은 매우 가까운 사이다. 이는 하버마스 같은 특출한 개발자에게만 국한 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들도 인공지능 기술이 많이 활용한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 보자.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인 ‘블레이드&소울’에는 ‘무한의 탑’이라는 100층으로 구성된 1인 플레이 던전이 있다. 블소 이용자는 NPC(Non-Player Character)와 1:1 대전을 펼쳐 제압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가고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무한의 탑은 층이 올라갈수록 더욱 강력한 NPC를 만나게 된다. 이 때 등장하는 NPC들이 인공지능 NP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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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소울 ‘무한의 탑’ 한 장면

‘무한의 탑’에서 플레이어는 몬스터와 싸우게 되는데, 이 몬스터를 마치 사람이 직접 플레이하는 느낌을 주도록 기획됐다. 이를 위해 사람이 플레이 하는 장면을 인공지능 컴퓨터가 강화학습해 몬스터에 적용했다. 이로 인해 무한의 탑 인공지능 NPC는 상대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방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마치 플레이어와 전투를 하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투의 긴장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된다. 블소 이용자의 실력과 난이도에 따라 다음 층의 높이와 NPC 등 환경이 정해진다.

엔씨소프트는 이런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해 ‘AI(인공지능) 센터’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AI 센터에는 AI 랩과 NLP(자연어 처리) 랩으로 구성돼있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2014년 신년회에서 “엔씨소프트가 집중하고 있는 혁신 중 하나가 AI기술”이라며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AI를 엔씨소프트의 미래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넥슨도 인공지능 기술을 게임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야생의 땅: 듀랑고(2016년 출시예정)’라는 게임에는 ‘절차적 콘텐츠 생성’이라는 인공지능적 요소가 가미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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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땅: 듀랑고 한 장면

‘절차적 콘텐츠 생성’이란 게임 개발자가 손으로 직접 모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순간순간 무한에 가까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게임의 배경 장소는 섬으로, 게임 내에 수많은 섬이 등장하는데 이 모든 섬을 개발자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디자인하고 창조해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해진 공략도 나올 수 없고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세계를 즐길 수 있다.

넥슨의 이은석 디렉터는 “‘ ‘야생의 땅: 듀랑고’는 ‘개척’이라는 테마를 중시하고 있는데, 절차적 콘텐츠 생성에 의해 끝없는 탐험이 가능하다는 면에서 유저들이 많은 호응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스템은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 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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