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스토리 7년 후]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 이젠 알 것 같아요”

지난 2008년 연말 ‘벤처스토리’라는 이름으로 스타트업 대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20명의 스타트업 CEO가 이 인터뷰에 응했다. 돌아보면 다소 빠른 기획이었다. 최근 일고 있는 스타트업 붐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한 것인데, 당시는 아직 국내에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이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지만, 그 때도 청년 기업가들은 꿈을 꿨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인터뷰이 리스트를 보니 백만장자가 된 창업자도 있고, 겨우겨우 회사를 유지해나가는 창업자도 있다. 회사 문을 닫고 직장인이 된 이도 있으며, 심지어 정부지원금 불법유용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이 된 사람까지 존재했다. 그래서 그들을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지난 7년 그들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고, 얼마나 성장했을까. [기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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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엄 양봉열 대표

최근 불어오는 제2의 벤처 열풍의 중심에는 모바일이 있다. 카카오를 비롯해 최근 등장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반면 오늘 소개할 이디엄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큰 관계가 없는 회사다. 2013년 설립된 이디엄은 빅데이터 분석 플래폼을 개발한다.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SAP등 무서운 기업들이 터를 잡고 있는 분야다. 이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이들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일에 도전을 하는 것이지만, 이디엄과 양봉열 대표는 특히나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셈이다.

7년전 벤처스토리 연재를 위해 양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이디엄 대표가 아니었다. 당시는 엔초비라는 보안관제 회사를 시작하고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엔초비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자신들이 속해 있는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메커니즘을 제대로 모른 채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은 기술과 제품도 중요하지만 영업력이 그에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국내에는 제품도 없이 청사진 하나만 가지고 영업의 힘으로 고객사를 확보하는 회사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엔초비는 전문적인 영업인력이 없었다. 그저 좋은 제품 만들면 고객들이 만족하고 구매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사업을 했다. 기업용 IT 솔루션 시장의 메커니즘을 몰랐던 것이다.

또 시스템 통합(SI) 사업에 대해 몰랐던 것도 실패의 원인이 됐다. SI 사업은 일종의 인력용역 사업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이 현금 마련을 위해 원치 않으면서도 빠져드는 유혹의 손길이다.

엔쵸비는 2010년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열린 ‘제 2회 아시아 비치 게임’ 으로 인해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 엔초비는 이 행사 IT 시스템 구축 사업에 하도급 회사로 들어가게 됐는데, 투입할 인력비용(맨/먼쓰)을 잘못 계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6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업이 1년 동안 진행되면서 큰 손해를 봤다.

SI 사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얼마만큼의 인력이 필요한지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 대기업들도 이를 잘못해서 일은 일대로 하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당장의 현금 마련을 위해 시작한 일 때문에 큰 손해를 입으면서 회사 존립이 어려워졌다. 어쩔 수 없이 양봉열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퓨처시스템이라는 보안 회사의 한 팀으로 결합하는 선택을 했다. 엔초비 지분도 퓨처시스템에 넘겼다.

양봉열 대표는 “엔초비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전문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고, 솔루션을 완성시킬 시간을 벌기 위해 시작한 SI 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한 점도 문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대표는 첫번째 실패 이후 꿈을 접지 않았다. 2013년 3월 다시 이디엄을 설립했다. 이번에는 보안이라는 특정 영역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라는 분야에 도전했다.

엔초비와 이디엄이라는 회사가 제시하는 청사진은 다르지만, 근간에 있는 기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디엄 제품 ‘로그프레소’는 각종 로그 데이터를 모아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이는 엔초비 당시 개발했던 기술의 연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엔초비 때도 보안 관제를 위한 보안 로그 분석을 핵심 기술로 활용했다. 이 기술을 보편적 로그분석 기술로 발전시킨 것이다.

엔초비 때와 달리 이디엄은 생각보다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이미 손익분기점(BEP)을 맞추고 있다.

양 대표는 엔초비의 경험이 이디엄에 쓰지만 좋은 약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금은 확실한 영업라인을 갖추고 있다. 인젠 출신의 정철호 상무가 창업 멤버로 결합했다.영업에 대해 잘 모르는 양 대표는 정 상무에게 영업에 관한 모든 일을 일임하고 있다고 한다. 인젠은 양 대표가 병영특례를 마친 곳이고, 정 상무와의 인연도 그 곳에서 시작됐다.

SI 사업에도 섣불리 참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 일반적인 기업용 IT 솔루션 회사들처럼 파트너 체계를 갖췄다. 개발부터 판매, 구축,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다하던 과거에서 탈피한 것이다.

이디엄이 시장에 비교적 쉽게 안착한 것도 파트너 덕분이었다. 창업초기 이글루시큐시티 솔루션에 내장되는 형태로 공급했는데, 이것이 큰 힘이 됐다. 이 때 시간을 벌어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었고, 이제는 SI 대신 로그분석 엔진 라이선스 판매로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디엄의 경쟁사들은 여전히 글로벌을 휘어잡는 공룡이거나 스플렁크와 같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총아다. 장기적으로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양 대표는 “고객이 큰 회사를 선택하는 이유는 문제를 잘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면서 “저희와 함께 일한 고객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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