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에 부는 차가운 돈 바람

오픈소스 생태계에 차디찬 돈 바람이 불고 있다. 틈새기술에서 주류기술로 지위가 바뀌면서 주도 기업이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폐기하고, 권력 행사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이나 리눅스재단 같은 거대 거버넌스 조직 산하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혼란이 덜하다. 반면, 특정 기업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경우 생태계 내 갈등이 거세게 벌어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표기하는 것을 거절하고 ‘오픈’이란 단어로 스스로를 세탁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현 세태는 씁씁함을 더 한다.

레디스(Redis) 이름 쓰지마

레디스(Redis)는 오픈소스 생태계의 분열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 중 하나다. 레디스는 2009년 공개된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이후 캐시 기술로서 대규모 백엔드 트랜잭션과 콘텐츠제공시스템을 지원하는 실시간 데이터베이스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3월 레디스 프로젝트의 주도 기업 ‘레디스랩(현재는 Redis.ltd 혹은 Redis.inc로 표기)’이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폐기했다. 레디스의 라이선스는 ‘3-clause BSD 라이선스’에서 ‘레디스 소스 어베일러블 라이선스(RSALv2)’와 ‘SSPLv1’로 변경됐다. 소스코드를 기존처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제3자의 상업적을 활용을 막은 것이다. 레디스 법인은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를 오픈소스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커뮤니티는 계속된 독점력 강화에 불안을 느꼈다. 그리고 지난달 사건이 벌어졌다.

러스트 언어 기반의 레디스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 ‘redis-rs’의 관리자 아민 로나허는 레디스 법인으로부터 상표권 침해 주장과 프로젝트 인수 제안 등의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받았다고 깃허브에 밝혔다. 로나허는 레디스랩스로부터 러스트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의 명칭이 상표권을 침해하므로 ‘redis’란 단어를 변경하거나 법인에 권리를 팔라고 요구받았다고 했다.

그는 “레디스를 관리하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이 라이브러리의 상태가 용납될 수 없다며 몇가지 옵션을 제시했다”면서 “상업적 매수 및 레디스.inc로 이전, 라이브러리 이름이 상표권 침해를 구성한다고 생각되는 crates.io에서 패키지 이름 변경, 레디스 프로젝트의 관리하에 유지관리 지속적 진행 등을 제시받았다”고 적었다.

그는 “레디스가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에 점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매우 분명해졌다”며 “파이썬과 고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를 레디스로 이전했는데 어떤 조건인지 확실치 않으면 관심있는 나머지 라이브러리에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라이브러리 사용자와 현재 관리자의 의견을 물으며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고, 모든 법적 집행에서 자신을 제외시키고 싶다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 ‘밸키((Valkey)’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레디스 회사에서 밸키를 얼마나 지원할 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밸키’는 레디스의 라이선스 변경 후 오픈소스 진영에서 만든 대안 프로젝트다.

미르코 오르텐시 레디스 제품관리자는 해당 글에 댓글을 달고 “회사는 평판에 도전을 받는 경우 상표 보호를 고려한다”며 “레디스 크레이트는 레디스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밸키는 레디스와 호환성을 장기적으로 보장할 수 없고, 자체 크레이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밸키 유지관리자인 메이들린 올슨은 “밸키와 레디스를 모두 지원할 수 있고, 오픈 개발 커뮤니티에서 계속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양한 프로젝트에 여전히 중복되는 부분이 많으므로 모두 포크하는 건 낭비”라고 답을 달았다.

이후 redis-rs 프로젝트 관리자와 밸키 관리자, 미르코 오르텐시, 기타 커뮤니티 참여자 등의 긴 논쟁이 벌어졌다.

레디스의 창시자이자 프로젝트 관리자에서 물러났던 살바토레 산필리포가 “오픈소스 클라이언트 라이브러리가 문제없이 레디스란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레디스 회사와 권한 부여에 내대 논의하겠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산필리포는 이후 글에서 “회사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이 이 저장소를 인수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그들은 저장소를 일부 기여자가 처리하는 동안 외부에서 돕고 싶으며, 향후 레디스 분기에서 여기서 허용되지 않는 게 필요하거나 그런 식으로 강제되는 경우에만 포크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살바토레 산필리포는 2020년 레디스 프로젝트의 ‘자비로운 종신독재자(BDFL)’에서 물러났다. BDFL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리더에게 부여되는 칭호로, 커뮤니티 내 논쟁 발생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권위를 갖는다. 산필리포는 사임 당시 레디스랩의 자문위원회 소속이었으며, 레디스랩은 프로젝트의 핵심을 3-Clause BSD 라이선스에 따라 유지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이 약속은 몇년간 유지됐을 뿐 결과적으로 지켜지지 않았다.

창시자 산필리포의 중재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논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레디스 회사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회사가 커뮤니티를 배신하고 생태계를 분열시킨다는 비난에 산필리포가 레디스 회사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후 레디스 측은 오픈소스 러스트 클라이언트에 대한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고, redis-rs라 계속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레디스 법인과 커뮤니티의 반목은 해당 프로젝트의 독특한 운영 분위기 때문에 더 격렬하게 벌어진 듯하다. 살바토레 산필리포는 레디스 프로젝트를 자유로운 분위기로 이끌었고, BDFL에 있으면서 ‘가벼운 의사결정 모델(light-governance model)’을 수용했다. 커뮤니티에서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수년간 다양한 참여자가 실력주의 기반으로 프로젝트에 목소리를 내온 만큼 특정 기업의 독재를 강화하는 행보에 반발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워드프레스 상표권 전쟁, 독재자의 등장인가

전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게 상업적으로 성공한 오픈소스 콘텐츠관리시스템(CMS) 프로젝트 ‘워드프레스’도 심각한 분쟁에 휩싸였다. 워드프레스는 현재 전세계 웹사이트의 40%가 워드프레스로 만들어져 운영된다.

워드프레스와 오토매틱 로고

사건은 지난 9월21일 워드프레스 주도 기업인 오토매틱의 매트 멀렌웨그 최고경영자(CEO)의 블로그 글 ‘WP엔진은 워드프레스가 아니다’에서 시작됐다.

멀렌웨그는 “WP엔진은 브랜딩, 마케팅, 광고, 고객 약속 등에서 워드프레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그들은 혼란에서 이익을 얻고 있으며, WP엔진은 사업을 계속하려면 상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WP엔진이 상표권 활용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낼 수 없다면, 적어도 오픈소스에 기여하는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토매틱은 9월23일 워드프레스와 우커머스(WooCommerce) 상표 무단 사용 사례를 지적하며 조치를 취하라는 항의 서한을 WP엔진에 보냈다. 또 25일로 WP엔진이 ‘wordpress.org’ 도메인을 사용하는 워드프레스의 무료 리소스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이에 WP엔진 고객이 장애를 겪었다. 오토매틱은 사용자 로그인 시스템, 서버 업데이트, 플러그인 디렉토리, 테마 디렉토리 등과 보안 리소스 등을 WP엔진 스스로 구축해 운영하라고 했다.

WP엔진은 워드프레스 호스팅 제공회사 중 하나다. WP엔진과 오토매틱은 수년 간 상호비방을 이어왔는데, 이번 오토매틱의 조치는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10월3일 WP엔진은 미국 연방법원에 오토매틱과 설립자인 매트 멀렌웨그를 권력 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WP엔진에게 불필요한 상표 라이선스 비용 수천만달러를 지불하라고 요구했으며, 거부할 경우 커뮤니티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또 “요구를 거부하자 협박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고, 이 협박에 굴복하지 않자 워드프레스 측에서 핵폭탄이라고 스스로 칭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WP엔진은 오토매틱에 오픈소스인 워드프레스 통제권을 오용했다고 비난했다. 오토매틱은 2010년 워드프레스재단을 만들고 권한을 재단에 이관했다. 오토매틱이 상표의 법적 소유권을 재단에 넘겼지만 실제 독점적 사용권을 회사로 되돌리는 거짓말을 했다는 게 WP엔진의 주장이다.

WP엔진은 이후 9월30일 웹사이트에서 워드프레스 상표는 워드프레스재단의 재산이며, 이름의 사용은 식별 목적으로 사용되고, 워드프레스재단의 승인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바닥글을 변경했다. 또 WP 엔진은 워드프레스 재단이나 우커머스에 의해 보증되거나 소유되거나 제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구독제 명칭을 ‘에센셜 워드프레스’ ‘코어 워드프레스’ ‘엔터프라이즈 워드프레스’ 등으로 바꿨다.

10월1일 WP엔진은 플러그인과 테마 업데이트에 필요한 자체 솔루션을 배포한다고 밝혔다.

오토매틱은 올해초부터 법률담당자를 통해 워드프레스 상표를 다시 정리했다. 내부 계획 문건에 따르면 더 많은 상표를 제출하는 전략을 세웠고, 지난 7월 실제로 많은 상표권이 제출됐다.

오토매틱과 매트 멀렌웨그의 WP엔진 비판 이유는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대한 무임승차다. 재단에 어떤 자금도 기여하지 않으면서 상표와 소스코드를 사용해 이득만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멀렌웨그는 10월8일 WordPress.org 기여자 로그인에 새로운 체크박스를 추가하고, WP엔진과 연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도록 했다. 이는 커뮤니티에서 거센 반발에 부딪쳤다. 일부 기여자는 반대했다는 이유로 슬랙 커뮤니티에서 퇴출당했다.

10월3일 워드프레스재단과 멀렌웨그에 동의하지 않는 오토매틱의 직원 159명이 퇴사했다. 대부분의 퇴사자는 생태계 관련 부서 근무자였다. 멀렌웨그는 10월12일 회사의 모든 직원에게 200개의 A12 주식을 지급했다. 만료일 없이 1년 후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특별 등급의 주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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