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적이 된 배민, 위기의 배민

한때 배달의민족(배민)은 혁신의 상징이었지만, 지금 와서는 소상공인의 적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의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배민이 분명 스스로 책 잡힐 만한 일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이 틈을 타 말장난을 하는 곳들도 보이네요.  배달앱을 이유로 ‘이중가격제’를 한다는 외부의 공세와 내부 결정권의 한계가 얽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프랜차이즈 VS 배민


27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이하 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배민을 신고한다고 밝혔습니다. 협회는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이끕니다.

지난해 말부터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배달앱이 가격 인상의 원인이라며, 배달앱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키웠습니다. 

프랜차이즈 측 주장만 들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전체 매출의 30% 가량이 수수료, 배달비 등 배달 관련 비용이다고 주장했고요. 협회 관계자는 “배달 주문의 약 90%, 최대 96%까지 배달3사로 들어오고 있어 (프랜차이즈 기업에게는) 배달앱은 사실상 필수재다”고 말했죠.

협회가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를 정부가 조율하는 것처럼, 배달앱에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공정위 신고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 위반 내용이 있어야겠죠. 협회는 독과점 지위를 지닌 배민이 이 가격 남용 행위/자사우대행위/최혜대우 요구 행위 등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배민은 배달앱 시장 내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가진 것으로 예상되는, 명확한 업계의 독과점 주자입니다. 

특히 협회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이 독과점적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지난 3년간 두 차례 수수료를 인상한 것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없어 가격남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2022년 3월 자체 배달 서비스 ‘배민1’ 이용료를 주문 건당 1000원인 정액제에서, 주문금액 6.8%인 정률제로 변경했습니다. 협회 측은 객단가가 2만원일 때 수수료가 건당 1000원에서 주문 금액의 6.8%로 변경될 경우 배달의민족이 받는 수수료는 1000원에서 1360원으로 36% 대폭 인상됐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는 수수료를 9.8%로 종전보다 3%포인트 인상했죠. 

 배민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상황에서 이용료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게 협회의 주장입니다. 초기 네트워크 구축 및 개발비용 등 외 이용자 수 인상  별다른 비용 증대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플랫폼에게는, 많은 이용자 수가 배달앱 이용료를 오히려 인하할 요인이라는 게 시각이죠.

반면 배민은 “협회 측이 제시한 법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당사는 위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꿨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건당 1000원은 프로모션이었다고 밝힌 바 있고요.

 

쿠팡이츠의 말장난


최근 들어서는 조금의 말장난도 보이네요.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입장문입니다. 

쿠팡이츠는 지난 24일 배달의민족이 ‘이중가격제’의 원인이라고 공격했습니다. 회사는 “와우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고객배달비 전액을 쿠팡이츠가 부담하며, 업주에게는 어떠한 부담도 전가하지 않습니다”며,
매장용보다 배달용 메뉴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는 특정 배달 업체에서 무료배달 비용을 외식업주에게 전가하고 수수료를 인상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업체 전반의 문제인 것처럼 오인되고 있다”고 설명했죠.

이에 따라 언론 보도는 ‘쿠팡이츠, “무료배달 부담 업주 전가 안해”‘로 나갔고요.

일각에서 쿠팡이츠의 자료를 말장난으로 본 이유는 동일한 서비스를 비교 대상으로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쿠팡이츠 무료배달과 동일한 서비스는 배민클럽 이용자의 배민배달인데, 여기에 가게배달을 뒤섞은 겁니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는 이용 점주에게 수수료로 주문금액의 9.8%에 점주 부담 배달비 2900원을 부과합니다. 이렇게 점주로부터 받은 배달비는 쿠팡을 거쳐 쿠팡이츠 자체 배달 시스템을 통해 배달을 수락한 라이더에게 전달됩니다.

타 배달대행사에 주문을 맡기지 않아, 쿠팡이츠 입장에서는 배달비 조정이 가능하죠. 일반적으로 가게에서 배달대행사와 계약한 경우에는 배달앱이 끼어들 수 없으니까요. 또 쿠팡 와우 회원일 경우에만 고객 부담 배달비를 받지 않죠.  이같은 방식은 배민클럽 배민배달 방식과 동일합니다.

특히 일부 배달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업주 부담 배달비가 아예 없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고 비판하고 있네요.

배달의민족은 25일 입장문에서 “배민배달과 가게배달을 섞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가게배달 중개이용료는 최근 변동된 바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실 배민의 현황은 자승자박이기도 합니다. 수수료 인상을 하지 않았다면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겠죠. 사실 배민배달 수수료 인상 등을 내세워 이중가격제를 하겠다고 나선 업체들 중에서는 가게 배달을 이용하지 않는 브랜드도 있거든요.

IT업계에서는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의 사람이 대표로 오면서, 바로 수수료 인상부터 단행했고 조직문화는 점점 굳어가고 있습니다. 더이상 대표와 직원이 직접 소통하는 자리도 적어지고 있다고요. 한국에서의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는 대표가 현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상황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배민은 올해도 국정감사 단골인사답게 10월에 국회에 얼굴을 비출 예정이고요. 상생협의회에서의 방안 또한 뚜렷하게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배민은 이미 전성기를 넘어 쇠락하고 있는 걸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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