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스는 왜 자꾸 논란이 되나
1월에 끝난 줄 알았던 ‘팁스(TIPS, 창업성장) 지원 논란’이 7월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약속한대로 팁스 지원금을 차질없이 100% 지급했다고 하는데요, 스타트업 일각에서는 정부가 약속을 안 지켜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원성을 높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 입장 차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이유를 알려면 올 1월로 거슬로 올라가야 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팁스 선발 기업의 지원금 20%를 감액하겠다 발표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2주 만에 “원래대로 지원급 지급” 계획을 밝혔죠. 오영주 중기부 장관(=사진)이 직접 발표한 내용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예산 삭감과 관련해서는 중기부가 권역별 설명회를 진행했으나, 전액 지급으로의 방향 선회는 당사자인 스타트업과 운영사들도 뉴스를 듣고 알았다는 후문입니다.
어찌됐든, 시간은 흘러 6월이 됩니다. 중기부는 팁스 운영사 대표, 또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책임자들에게 전체 미팅을 요청합니다. 어떤 내용이 이 미팅에서 다뤄질 지에 대해서는 공지되지 않은 상황이었죠.
중기부는 이 자리에서 “국가 R&D 예산은 삭감되지만, 팁스 예산은 삭감되지 않고 보전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습니다. 다만, “2023년에 선정된 팁스 팁에게 올해 지급 예정 금액 중 20% 정도를 내년 초에 지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합니다. 2년간 총 5억원 지원이라는 큰 그림은 변하진 않았지만, 언제 얼마를 줄 것이라는 작은 그림에 변화가 생겼네요.
문제는 여기서 일어납니다. 중기부는 이런 결정을 팁스 운영사 대표들에게만 전달했습니다. 당일 회의에 참석한 팁스 운영사 관계자는 “중기부 측이 지급 계획 관련 내용을 기업에 직접 공지하지는 않을 예정이므로 운영사가 알아서 스타트업에 안내하되, 혹시나 사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는 팀은 운영사가 알아서 잘 관리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말합니다.
팁스 운영사는 팁스 프로그램으로 지원할 스타트업을 선정하고 육성과정을 맡는 민간 기업을 말합니다. 즉, 스타트업에 정부 정책을 알리고 현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도 운영사의 책임 중 하나죠. 그러나, 지원금 지급 지연이라는 소식이 운영사에 맡겨지면서, 스타트업이 지급 지연 소식을 접하는 속도가 달라졌습니다. 누구는 이 소식을 먼저 알았지만, 누구는 “어? 왜. 지원금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지?”라고 불안해 하는 일을 겪게 된 거죠.
더 큰 문제는, 이 6월 미팅에 전체 팁스 운영사가 참가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해당 미팅에 참가하지 않은 팁스 운영사도 있어서, 이들은 소식을 알음알음 전해 듣고, 그제야 스타트업들의 재정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전수 조사를 해야 했습니다. 조사 대상에는 올해 받을 것이라 예상했던 자금이 집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도 있었습니다. 규모가 작고, 정부 지원사업 외에 아직은 별다른 매출이 없어 팁스 지원금으로 인건비를 지불해야 했던 기업일수록 힘든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요.
팁스 지원금이 다 입금되지 않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했던 이들 스타트업이, 공식 채널을 통해서도 아니고 “나중에 알아보니 이렇더라”라는 말을 전해 듣게 된 상황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들에게는 ‘사전 통보 없는 상황에 지원비 삭감’과 다름 없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러다 팁스 지원금 다시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거죠. 조금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월급이 예정보다 적게 들어와서 재무팀에 문의하니까 “회사 사정이 어려워 내년에 나머지를 더 주겠다”는 답이 돌아온 거와 같죠. 그것도 회사가 모든 직원에 제대로 공지하지 않은 상태에서요.
6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한 팁스 운영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협회나 기관으로부터 지원금 이월 지급과 관련한 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2022년에 선정된 기업들 중에서도 정부 지원금이 조정된 사례가 있는데, 이때는 정식 시스템을 통해 기업과 운영사에 명확히 안내가 되었었다”면서 “지금은 운영 상태 안내를 정식 고지한 것도 아니고, 기업에서 문의가 들어와서 운영사가 다시 협회에 문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 당혹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합니다.
물론, 중기부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지원금 이월 지급은 중기부 입장에서도 나름의 고육지책이었을 겁니다. 국가 R&D 예산이 삭감된 경우가 많아 올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에서 대체 지원을 해줬지만, 2023년도 이월 자금까지 확보는 어려웠다는 게 중기부 측 설명이었다고 당시 6월 미팅 현장에 있었던 이들이 전했습니다. 또 다른 팁스 운영사 관계자는 “정부가 어쨌든 100%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것”이라 두둔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키워가야 하는 정부 기관이라면, 지원 계획에 변경이 생길 경우 당사자들에게 조금 더 책임 있는 모습으로 설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지원금으로 계획을 세우는 스타트업이 정부 정책에 신뢰를 가지면서, 덜 불안하게 사업을 할 수 있을 거고요. 물론 그 전에, 정부가 말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더 좋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취재를 위해 연결한 팁스 운영사 관계자 중 한 명의 말을 전합니다.
“올 초 지원 삭감 논란 때 스타트업들이 협약 변경에 대한 불만은 많았지만, 괜히 밉보였다가 그나마 지원금 자체를 받지 못할 것 같아 익명방에서만 서로 불만을 토로했었어요. 6월 미팅도 그런 분위기가 다시 일어날까봐 (중기부가) 스타트업이랑 얘기 안 하고 운영사만 대상으로 이야기하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능하면 취재에 도움을 준 모든 관계자를 실명으로 언급하고 싶었지만, 독자님들도 왜 이 기사의 취재원들이 익명이 되었는지는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진짜 해프닝이였으면 다행인데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 제일 기사답게 쓰신 것 같습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정책을 운영했으면 하네요
쉽게 정리 잘해주셔서 중기부와 기업들 양쪽 입장이 다 이해가 되네요.
나만 아니면 돼. 주위에 알앤디 삭감될때 입닫고 있었잖아?
예산이 없어서 내년에 주겠다는데 내년에는 없는 예산이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답니까?
협약을 했으면 지켜야 하고 그래야 신뢰 사회가 유지 된다고 봅니다. 사업 선정할때는 그렇게 깐깐하게 이것저것 다 체크하더니 정작 돈 줄때는 말이 바뀌네요. 협약 변경이 있다면 상호간에 조율 과정을 진행해야하지 않나요? 밀실에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결정하고 정작 당사자는 통보 받아야 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요. 뭐 이 정부 들어와 이것만 그런건 아니지만 가장 신뢰해야할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러니 하네요.
주변을 보아도 솔직히 눈먼 돈이라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