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구영배, 의심하는 금감원
구영배 큐텐 대표가 자신이 큐텐 지분 전량(38%)과 위시로부터 비롯한 큐텐 가용 자금 800억원을 사태 수습에 이용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양치기 소년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공개석상에서 구 대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셈이다. 자금 흐름상 불법 정황도 포착했다.
구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위메프·티몬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그룹이 가지고 있는 건 800억원이다”면서도, 중국 자본법상 바로 가져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외 구 대표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큐텐 보유 지분 38%이다. 다만 기업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구 대표는 “과거 기업 평가 가치로는 5000억원이나, 현재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구 대표는 벤처투자 등으로 자금을 가져올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20년간 이커머스를 만든 경험으로 나를 믿는 사람들고 함께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최대 1조원으로 추정되는 판매대금이 어떻게 되었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하지 않았다. 할인 프로모션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올해 초부터 디지털 기기 등 카테고리에 최대 35% 수준의 할인 쿠폰을 적용해 가격 경쟁을 펼쳤다. 현재 각 사가 확인한 5월 미정산금은 티몬 기준 2081곳의 1384억원, 위메프 경우 659개사 880억원이다.
위시 인수 과정에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 대금이 일부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큐텐은 올해 위시를 2300억원에 인수했다. 구 대표는 이날 “위시 인수에 400억원 정도를 투입했다”며, 이 중 일부는 티몬과 위메프를 동원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동원, 한 달 안에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정산 미지급 사태는 이와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구 대표를 포함한 티몬 류광진 대표, 위메프 류화현 대표는 자금 상황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정무위는 큐텐테크놀로지 재무본부장을 소환하기를 요청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금감원은 구 대표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구체적인 계획을 질의했음에도 별다른 계획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날 “자금 상황에서 이상한 정황 몇 가지 포착한 것이 있다”며, “검찰 등과 협력해 끝까지 책임 묻겠다”고 말했다. 자금 추적에서도 강한 불법행위 흔적이 있어 수사를 의뢰했다고도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