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의 생존전략 ①샤오미

샤오미라는 이름이 중국 안에서, 또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3년 ‘홍미’였다.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라는 다소 모호한 용어로 설명하는 게 쉬운데, 단적으로 비슷한 성능의 메이저 제품들보다 저렴한 값이라는 게 핵심이다.

샤오미는 그 전에도 ‘Mi1’, ‘Mi1s’, 그리고 ‘Mi2’와 같은 2천위안(우리돈 약34만원)대 스마트폰 제품과 직접 매만진 ‘MIUI’라는 안드로이드를 배포하고 있었다. 사실 이 제품들은 일부 마니아층을 위주로 입에 오르내릴 뿐이었고, 지금같은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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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한번에 뒤집은 제품이 바로 ‘홍미’였다. 799위안. 우리돈으로 약 15만원 수준에 등장한 이 제품은 당시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꼽혔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S4와 비교해도 성능이나 구성이 크게 뒤지지 않았다. 물론 ‘가격에 비해서…’라는 단서는 남아 있었다.

샤오미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꺼내 든 카드는 당연하게도 가격이었다. 홍미는 가격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Mi시리즈는 퀄컴의 프로세서를 쓰고 대부분을 직접 개발했지만 홍미 시리즈는  윙텍(Wingtec)이라는 외부 기업을 통해 ODM(제조업체 주도 설계) 방식으로 만들었다.

프로세서 칩셋 또한 퀄컴에서 미디어텍으로 바꾼다. 당시로썬 퀄컴의 표준 디자인이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고, 결정적으로 퀄컴의 칩은 비쌌다. 미디어텍의 프로세서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ODM을 통해 제품을 내놓으면서 직접적인 연구 개발, 생산 관리 등에서 고정비 부담을 덜어낼 수도 있었다.

또한 제품 출시 후 1년에서 1년6개월 정도 계속해서 판매를 이어가면서 점차 부품 공급가를 낮추는 방법을 택한다. 처음에는 수익이 적거나, 혹은 적자를 보더라도 서서히 원가를 낮춰 제품이 단종되는 시기까지 총 합을 계산하면 소규모의 흑자로 만들어내는 장기적 운영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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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의 또 다른 카드는 마케팅이었다. 샤오미의 마케팅 방법은 이젠 너무도 유명하다. 제품의 공급량을 살짝 부족하게 유지해서 소비자들이 일부러 제품 출시를 기다리게 하는 것, 그리고 그 조바심을 이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따라 붙으면서 이른바 ‘갖고 싶은 제품’ 만들기에 돌입한다. 샤오미 홍미의 주요 소비 대상이 10대부터 30대 초반, 그리고 모바일 이용율이 높은 사람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특별히 큰 투자나 노력 없이 효율적인 마케팅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사실 샤오미의 헝거(Hunger) 마케팅은 일부러 만들어낸 건 아니었다. 자체 공장과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샤오미로서는 무리하게 생산량을 늘리기도 어렵고, 갑자기 폭발적으로 터지는 수요에 즉각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 5만 대 정도의 초도 물량을 풀고, 제품이 얼마나 팔리느냐를 바탕으로 제조를 맡은 ODM사에게 다음 주문을 넣는 것이 일반적인 공정이다. 주문부터 부품 수급, 제조를 거쳐서 완제품으로 생산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야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돌아보면 이 시간 차가 만들어낸 고질적인 물량 부족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10~20대의 팬덤, 그리고 조바심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섞여서 하나의 커다란 마케팅이 된 셈이다.

그리고 린빈은 이런 시차를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오히려 생산 물량 관리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오프라인 유통과 물류에 힘을 쏟지 않고, 제품을 미리 잔뜩 만들어 쌓아놓지도 않았다. 제품은 모두 온라인으로 유통했고, 정확히 예측 가능한 수요 만큼만 만들어 팔았다. 샤오미의 가격에 대해 지금도 의아해하는 시선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제품의 개발, 생산, 재고, 그리고 마케팅에 쓰이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제품에 녹여낸 것이 홍미였고, 지금의 샤오미가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된 근본적인 전략이 됐다.

글. <최형욱> alex.choipb@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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