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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링, 인플루언서 섭외 흥정도 AI에 맡긴다 

지난 2019년, 장지훈 피처링 대표는 육아 분야 인플루언서 두 명에게 같은 제품을 같은 가격에 판매를 의뢰했다. 두 사람은 콘텐츠 분위기와 콘셉트가 비슷했지만, 한 명은 팔로워가 훨씬 많았다. 장 대표는 당연히 그쪽이 더 잘 팔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를 통해서는 한 개도 판매가 일어나지 않았고, 팔로워가 적은 인플루언서는 100~200개를 판매했다.

왜 팔로워가 많은 쪽이 판매에 실패했을까? 장 대표 팀은 팔로워와 반응을 돈으로 사 부풀린 채널이 많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이를 가려내는 분석 기술을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피처링은 28일 서울 강남구 아모리스 역삼에서 열린 첫 컨퍼런스 ‘퓨처링 26’에서 인플루언서 섭외부터 협상, 계약, 콘텐츠 검수까지 맡는 ‘피처링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피처링은 SNS 데이터를 분석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돕는 기업이다. 동명의 솔루션 ‘피처링’에서 기업 고객은 인플루언서를 검색하고 캠페인을 관리하며 성과를 분석한다. 이 솔루션의 자체 데이터 엔진 ‘피처링 AI’는 국내외 약 1800만 개 채널과 4억 건이 넘는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모아 분석한다.

장 대표는 2019년 창업 이후 시장도 빠르게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크리에이터 광고 시장은 5년 새 3배 넘게 커져 올해 약 5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내 광고주의 디지털 마케팅 예산에서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약 6%에서 올해 34%로 늘었고, 뷰티 업계에서는 60%를 넘는다.

“AI를 써도 회사 성과는 제자리”

장 대표는 AI를 쓰는 기업이 늘었는데도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AI를 사용하는 사람의 80%가 개인 생산성이 올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회사 매출이나 이익에 기여했다는 응답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장 대표는 생산성 향상이 회사의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로 AI가 낸 결과물을 사람이 다시 확인하고 고치는 재작업을 꼽았다. 한 조사에서는 AI로 아낀 시간의 절반가량을 검수 및 재작업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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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이 간극을 메울 방법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기업마다 다른 판단 기준과 노하우를 반영해 전문 업무를 끝까지 처리하는 ‘버티컬 AI 에이전트’다. 다른 하나는 SNS 데이터, 기업 내부 데이터, 외부 분석 데이터를 한데 묶어 관계를 정리하는 ‘데이터 거버넌스’다. 장 대표는 직원마다 따로 쓰는 AI로는 개인 생산성이 올라도 팀과 기업의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다며,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처링은 이날 ‘피처링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인플루언서 탐색, 후보 선정, 예산·전략 수립, 캠페인 운영, 성과 확인, 시장 분석, 콘텐츠 기획 등을 자연어 대화로 맡는 제품이라는 것이 피처링의 설명이다. 데이터 거버넌스는 선도 기업들과 함께 구축하고 있다고 장 대표는 밝혔다.

범용 AI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최화섭 CTO는 버티컬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이유를 비교 사례로 보여줬다. 그는 ‘올리브영에 입점한 스킨케어 브랜드 중 9월에 가장 인기 있는 뷰티 콘텐츠’를 찾아달라는 질문을 범용 AI 서비스 네 곳과 피처링에 똑같이 입력했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네이버 등 AI 서비스는 올리브영 공식 사이트, 해외 콘텐츠 검색 서비스, 뉴스·블로그 데이터 등 참조하는 출처가 서로 달랐다. 최 CTO는 범용 모델이 다양한 용도를 다뤄야 해서 깊은 출처까지 참고하기 어렵고 결과도 보편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처링은 입력한 검색 조건에 맞춰 콘텐츠를 반응이 높은 순으로 보여줬고, 각 콘텐츠에 올리브영 입점 브랜드를 표시했다. 최 CTO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콘텐츠를 본 뒤 구매 의도가 있었는지, 소비자의 브랜드와 제품 평가는 어땠는지를 같은 화면에서 바로 물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CTO는 캠페인 정보가 보통 엑셀 시트 곳곳에 흩어져 있지만, 이를 쌓아두면 콘텐츠 결과에서 곧바로 자사 캠페인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케터가 매달 콘텐츠를 검색하는 일도 같은 조건과 같은 화면 구성을 두고 자료만 바꿔 넣는 방식으로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처링은 크리에이터 탐색에 자체 분석 모델과 범용 AI를 함께 쓴다. 이미지 하나를 넣으면 비슷한 콘텐츠와 크리에이터를 찾아내고, 캠페인 조건을 이해한 AI가 이후에도 계속 후보를 찾는다. 최 CTO는 지난 5월 이 서비스를 내놓은 뒤 인플루언서를 찾아 저장하고 연결하는 횟수가 전 분기보다 약 3배 늘었다고 밝혔다.

섭외 가격 흥정도 AI가

최 CTO가 가장 어려운 문제로 꼽은 것은 사람과의 소통이다. 그는 “인플루언서 마케터의 상대는 인간(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했다. 포털이나 플랫폼이 매체인 다른 광고와 달리 인플루언서는 부탁하고 가격을 협상해야 하는 상대다.

피처링은 이를 풀기 위해 직접 운영한 캠페인에서 오간 약 15만 건의 대화를 시간순으로 저장했다. 각 대화가 섭외 성사나 매출로 이어졌는지도 함께 기록해, AI가 협상 맥락을 배우게 했다. 인플루언서가 부른 가격이 실제보다 높은지 낮은지 말투에서 맥락을 감지하고, 자체 예측 모델로 몸값의 적정성을 따진 뒤, 언어모델(LLM)이 구체적인 금액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거절 사유에 따른 재협상도 AI가 맡는다.

계약서 작성에는 외부 LLM을 쓴다. 콘텐츠 검수는 고객사가 브랜드 가이드를 한 줄만 입력하면 AI가 검수 기준을 만들고, 영상 내용을 판독해 이전 검수 이력과 기준에 맞춰 검토한다. 최 CTO는 피처링이 분석해 둔 콘텐츠 반응 데이터도 가이드에 반영해 “이렇게 쓰면 반응이 좋다”는 제안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최 CTO는 범용 AI가 계속 좋아질수록 각 업무 영역의 노하우를 가장 잘 아는 서비스를 찾아 업무 흐름에 연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꼭 피처링이 아니어도 흩어진 데이터를 기준으로 쌓아두라고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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