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롯데면세점 AI 에이전트 구축, IT 아닌 현업이 주도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 “어떤 에이전트를 만들 것인가?”

기업의 AI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많은 기업이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 전환은 이미 모든 조직의 당면한 과제가 됐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AI 전환 과정에서 던진 질문은 조금 달랐다.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정말 업무가 바뀌는가?”

이호영 롯데면세점 IT혁신팀 팀장은 9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마이크로소프트 인더스트리 서밋 2026’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진행한 AI 에이전트 구축 사례를 소개하며, 기존 IT 프로젝트 방식만으로는 AI 전환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이후 사업을 재정비하고 다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트래블 리테일 기업이다. 현재 6개 국가에서 20개 점포를 운영하며 약 4800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특히 면세점 업무는 일반적인 리테일과 달리 주문·입고·재고 배분·판매·인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관세청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연계해야 한다. 여권 정보와 항공편 정보 등 민감한 고객 정보도 다루기 때문에 AI와 AX를 추진할 때 데이터 관리와 보안이 중요한 전제가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롯데면세점은 무작정 AI를 확대하기보다 현업에서 실제 가치가 높은 업무를 선별하고, 작은 단위의 에이전트부터 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 IT 프로젝트 방식의 한계

AX 전환이라는 미션을 받은 롯데면세점 IT혁신팀은 처음에 전통적인 IT 프로젝트처럼 접근했다. IT 부서가 현업을 인터뷰하고 개선할 점(페인포인트)를 파악한 뒤, 이를 기반으로 시스템이나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IT혁신팀원들은 MD 직무와 관련된 여러 부서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반응은 부서마다 달랐다. 어떤 부서는 불편한 점을 열정적으로 쏟아냈고, 어떤 부서는 IT 부서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공통적으로 기대 수준은 높아서, AI를 쓰면 다 되는지, 한 번에 다 되게 해 줄 수 있는지 묻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IT 혁신팀이 느끼는 것은 달랐다. AI 프로젝트는 현업의 요구사항을 받아서 IT 팀이 요구에 맞는 기능을 개발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시스템은 대부분 이용자가 개발된 기능을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프롬프트나 요청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개발이 끝났다고 완성되는 구조가 아니었다. 같은 AI 에이전트라도 이용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질문하고 실행을 요청한다. 또 같은 질문이라도 데이터의 상태나 기준, 범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실제 업무 기준에 맞춰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조정하고 튜닝해야 했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현업의 요구사항을 듣고 IT팀이 개발한 후 현업이 마지막에 검수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현업이 개발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결과를 직접 확인하면서 업무와 데이터를 함께 조정해야 했다.

AI가 필요한 업무부터 골랐다

롯데면세점은 AX를 거대하기 시작하지 않았다. 갑자기 전직원의 생산성을 높여줄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기존 방식이나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업무의 문제라면 굳이 AI 에이전트를 적용하지 않았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했을 때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업무를 별도로 선별했다.

대표적인 게 MD가 사용하는 에이전트다.

① 브랜드 아카이빙 에이전트

면세점 MD는 수많은 브랜드를 관리한다. 브랜드별 이슈와 협의 내용, 메일, PPT, PDF, HTML 문서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가 축적된다. 문제는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담당자가 바뀌거나 과거에 자신이 직접 관리하지 않았던 브랜드의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 축적된 히스토리를 파악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롯데면세점은 이러한 브랜드 관련 자료를 한곳에서 탐색하고 자연어로 질문할 수 있는 브랜드 아카이빙 에이전트를 구축했다.

사용자는 특정 브랜드의 팝업 오픈일, 미팅 정보, 인상률 등 필요한 내용을 질문하고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단일 문서뿐 아니라 여러 문서와 데이터 유형을 복합적으로 비교하는 질의도 테스트했다.

② 브랜드 트렌드 조회 에이전트

MD에게는 신규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웹사이트와 매체, 문헌을 직접 찾아 내용을 취합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사전에 정한 정보 사이트와 채널을 에이전트가 검색하도록 구성하고,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정보를 검색·정리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면세 박람회나 특정 라이징 브랜드에 대한 최신 동향을 질문하면 관련 기사와 매체, 발행일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단순히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정보의 출처와 최신성을 관리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과정을 지속했다.

③ 미수금 현황 분석 에이전트

세 번째 과제는 미수금 관리다. 미수금은 MD 업무에서 재무적 성과와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영역이다.

롯데면세점은 사내 시스템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자가 자연어로 질문하면 월별 미수금 건수와 금액, 과거 발생 패턴, 특정 관리 코드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존 시스템의 데이터를 이동시키지 않고, 애저 클라우드에서 뷰 형태로 조회할 수 있는 구조를 활용했다. 이는 민감한 기업 데이터를 다루는 면세점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기도 하다.

기술보다 더 중요한 ‘현업 주도’

롯데면세점의 사례에서 주목할 부분은 특정 기술보다 프로젝트 운영 방식의 변화다. 롯데면세점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현업이 주도하고, IT와 AI 부서는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를 위해 에이전트별로 현업 중심의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현업은 자신의 업무를 직접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했다. 이어 AI 에이전트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지 정의하고, 어떤 프로세스에 적용할 것인지 결정했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과 AI의 역할을 다시 설계했다는 점이다. AI는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만, 실제 판단과 의사결정, 현장 적용은 MD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권한과 승인 체계 역시 현업이 중심이 되어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노베이션 허브 프로그램을 활용해 MD들이 직접 페인포인트를 찾고, 어떤 업무를 에이전트화할지 우선순위를 정했다. 프로토타이핑까지 직접 경험하면서 현업 스스로 “AI를 활용하면 내 업무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검색하고 정리하는 시간’에서 ‘MD 본연의 업무’로

에이전트 적용의 핵심 가치는 단순히 정보를 빨리 찾는 데 있지 않았다. 기존에는 이슈가 발생하면 MD가 여러 자료를 검색하고, 데이터를 찾아 정리하고, 다시 내부 보고용 자료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반면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자연어로 필요한 정보를 질문한 후 관련 데이터와 문서를 종합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통해 검색과 자료 정리에 소요되는 업무를 단순화하고, MD가 보다 고차원적인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현업의 태도였다. 초기에는 IT 부서가 현업을 대상으로 AI 활용을 이끌었지만, 실제 에이전트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업이 스스로 개선점을 찾아 추가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수동적으로 “무엇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이렇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현업이 먼저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확인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작은 성공 경험이 현업의 AI 활용을 다시 촉진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에이전트가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다음 단계는 이 체험을 전사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직무와 역할, KPI와 AI 활용을 연결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실제 AI 활용 성과를 경험한 직원들이 교육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면이다. 과거에는 AI 관련 교육에 참여가 높지 않았다. 실제 업무에서의 작은 성공 경험이 조직 내 AI 확산의 기반이 되고 있는 셈이다.

‘AI 네이티브 조직’으로 가는 길, 가드레일도 필요하다

AI 활용이 늘면서 IT혁신팀에는 ‘섀도 AI’라는 새로운 고민도 생겼다. 각 조직에서 AI를 활용하는 시도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어느 부서, 어느 팀이 어떤 AI를 사용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데이터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거나 실질적인 기능이 부족한 AI가 조직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롯데면세점은 이를 단순히 차단하기보다는 AI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드레일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AI를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은 활성화하되 데이터와 보안, 활용 방식 등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면세점이라는 산업 특성상 개인정보와 업무 데이터의 보호가 중요한 만큼, AI 활용 확대와 통제 사이의 균형 역시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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