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한국경쟁법학회와 정보통신정책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세미나 ‘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쟁점: 타당성과 효과를 중심으로’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소비자·라이더에 부담 전가될 수도…

배달앱 같은 플랫폼의 수수료에 일률적인 상한을 두면 광고비나 배달비 등 다른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학계에서 나왔다. 학계는 대안으로 기존 경쟁법을 활용하는 방안과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 받는 ‘차등 수수료’를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률적인 상한제에는 부작용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플랫폼 시장은 가격 규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사전 규제엔 신중론…경쟁법 놓고는 갈려

지난 9월 30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한국경쟁법학회와 정보통신정책학회가 ‘플랫폼 수수료 규제의 쟁점: 타당성과 효과를 중심으로’ 공동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요섭 한국외대 교수와 이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수료 상한제처럼 정부가 가격을 미리 정해 두는 ‘사전 규제’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플랫폼은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고, 한 항목의 가격을 묶으면 다른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이유다.

먼저 최 교수는 시장을 지배하는 플랫폼이 수수료를 지나치게 높게 받는 것이 ‘착취남용(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거래 상대에게 부당한 가격을 받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수수료가 실제로 지나친지 가리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서비스가 주는 가치와 들어가는 비용을 함께 따져야 하는데, 플랫폼은 이를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플랫폼이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함께 상대하는 ‘양면시장’이라는 점도 짚었다. 정부가 수수료 상한을 정해 입점업체의 비용을 낮추면, 다른 쪽의 가격이나 혜택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려다 소비자 가격이 오르거나 할인·멤버십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높은 가격이 항상 경쟁을 해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누구나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면 높은 가격은 새 사업자가 뛰어들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가격을 직접 제한하면 새 사업자가 들어오려는 동기가 줄고, 기존 사업자의 자리만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이 때문에 수수료 상한 같은 사전 규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보다, 이미 존재하는 경쟁법으로 구체적인 남용 행위를 따져 사후에 규율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쟁사를 시장에서 몰아낸 뒤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공 KDI 연구위원은 경쟁법으로 플랫폼 수수료를 다루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봤다. 공정거래법에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가격 책정(가격남용)을 막는 조항이 있지만, 국내에서 실제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상대해 원가와 적정 가격을 가리기가 더 어렵다고도 했다. 그는 “가격남용을 플랫폼 수수료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배달앱에는 중개수수료 외에 광고비, 정보이용료, 배달비 등이 함께 붙는다. 한 항목만 묶으면 다른 항목으로 비용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모든 거래비용을 함께 살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대안으로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 받는 ‘차등 수수료’를 제시했다. 차등 수수료는 이미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202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2024년 11월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합의한 안으로, 기존 9.8%이던 중개수수료를 배달앱 거래액 상위 35% 업체에는 7.8%, 중간 구간(35~80%)에는 6.8%, 하위 20% 업체에는 2.0%로 나눠 적용한다.

이 연구위원은 배달 플랫폼이 모든 식당에 같은 수수료를 받는 경우와 매출에 따라 다르게 받는 경우를 비교한 이론 모형(가상의 조건에서 결과를 계산해 보는 분석)을 소개했다. 이 모형에서는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면 매출이 낮은 식당의 입점은 늘고, 매출이 높은 식당의 입점은 줄었다. 소비자 수는 늘었고 플랫폼 이윤도 늘 가능성이 있었다. 그 결과 매출이 낮은 식당과 소비자, 플랫폼의 이익이 함께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아직 이론적 가능성”이라며 한계를 인정했다. 차등 수수료가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에도 일부 동의한다며, 실제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등 수수료 도입 전후로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계속 확인할 모니터링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플랫폼도 관련 데이터를 공개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라이더로 비용 전가될 수도

토론에서도 규제가 입점업체뿐 아니라 소비자와 배달 기사(라이더)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옥경영 숙명여대 교수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이 다른 참여자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않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했고, 전주용 동국대 교수도 수수료 규제로 배달 수요가 달라지면 그 부담이 라이더에게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의 하명진 사무국장은 차등 수수료가 영세 음식점의 참여와 전체 이익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일률적으로 의무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 주문과 수익, 소비자 지출, 라이더 실수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검증한 뒤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하 사무국장은 입점업체가 내는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배달비, 광고비는 성격이 서로 달라 정책을 만들 때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했다. 한 항목이 낮아져도 소비자 배달비가 오르거나 라이더 보상이 줄어드는 식으로 부담이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에는 가격 규제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혜선 공정위 디지털공정거래정책과장은 “전통적인 시장에서는 높은 가격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유도할 수 있어 착취남용 규제가 활발하지 않았다”면서 “플랫폼 시장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와 입점업체 모두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기 어렵고 이미 독과점 지위가 굳어졌다면, 높은 가격이 새 경쟁을 불러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과장은 국내 배달앱 시장은 자영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고 영업이익이 낮은 반면, 배달앱은 소수 사업자 중심이라 새 업체가 들어오기도 쉽지 않다고 짚었다. 입점업체 대부분이 소상공인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가격 규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 과장은 “일률적인 수수료 상한제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 하나의 적정 가격을 정하기 어렵고, 규제로 다른 비용이 오르면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부담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줄이면서 입점업체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차등 수수료나 우대 수수료(특정 업체에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식)처럼 시장 특성을 반영한 방식을 꼽았다.

다만 김 과장은 “일률적인 수수료 상한제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플랫폼마다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 하나의 적정 가격을 정하기 어렵고, 규제로 다른 비용이 오르면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부담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차등 수수료나 우대 수수료처럼 시장 특성을 반영한 방식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토론을 마치며 공정위를 향해 “사전 규제는 하지 말고 대신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태조사 같은 방식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상시적으로 점검할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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