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스타트업 협업②] 우리은행이 테라파이와 전세 리스크 줄이는 법
금융권과 스타트업의 협업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실제 금융 서비스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금융사는 스타트업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해법을 찾고, 스타트업은 금융사의 인프라와 고객 접점을 통해 사업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디캠프와 한국핀테크지원센터는 이러한 협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6월 ‘스타트업 OI(오픈이노베이션) #금융권’을 개최했다. 총 44건의 협력 사례 가운데 5개 사례를 선정해 금융기관 담당자와 스타트업이 협업 과정 등을 공유했다.
최종 선정된 ▲KB국민은행-티냅스 ▲우리은행-테라파이 ▲카카오뱅크-웰로 ▲신한카드-왓섭 ▲OK저축은행-고이장례연구소를 차례로 만나 협업의 배경과 과정, 실제 사업으로 이어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금융권 스타트업 협업①] KB국민은행은 왜 신생 ‘티냅스’를 택했나
우리은행과 프롭테크 스타트업 테라파이가 전세 계약 전 주택의 주요 위험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우리은행의 통합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WON뱅킹에 적용했다. 고객이 주소와 보증금 정보를 입력하면 전세계약과 관련한 주요 위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테라파이는 우리금융지주의 스타트업 발굴·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 출신 기업으로, 정동훈 대표가 2021년 7월 설립했다. 정 대표는 직업군인으로 6년간 근무하며 네트워크·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등 IT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직접 부동산을 매입한 경험을 계기로 부동산 거래 과정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IT 기술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에서 창업했다.
테라파이는 자체 플랫폼 ‘세이프홈즈’를 통해 전월세 계약 관련 정보를 제공하며 이용자를 늘려왔다. 플랫폼 뒷단에는 ‘안심등기’의 디시전 OS(Decision OS·의사결정 체계)가 있다. 사람·물건·가격·권리·계약조건을 연결해 계약 상태를 판단하고, 이에 따른 다음 조치를 제시하는 의사결정 엔진이다.
올해 6월에는 하루 방문자 수(DAU)가 18만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해 전월세 관련 서비스를 추천받는 과정에서 세이프홈즈가 함께 언급되면서 이용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디노랩을 통해 발굴한 스타트업의 서비스를 살펴보며 협업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WON뱅킹사업부는 매년 디노랩 출신 기업과 별도 논의를 진행하며 금융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협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테라파이와의 협업 역시 세이프홈즈의 부동산 계약 전 위험 분석 역량과 우리은행의 금융 플랫폼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이번 협업을 추진한 정 대표와 김정한 우리은행 WON뱅킹사업부 뱅킹서비스운영팀 부부장을 만나 협업 배경과 서비스 개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 임대차 시장의 어떤 문제에 주목했는지
기존에는 전세 계약과 관련한 위험 분석이 임차인·중개사·금융기관·보증기관 등 각 주체별로 분리돼 있었다. 임차인은 주택의 안전성을 중개사에게 의존했고, 중개사 역시 명확한 기준보다는 경험이나 판단에 따라 위험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기관과 보증기관은 자체 기준과 내부 지침에 따라 권리조사나 보험 가입 등 위험 관리 절차를 운영했지만, 각각의 목적과 기준에 맞춰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테라파이는 이처럼 같은 주택을 분석하더라도 주체마다 기준이 달라 정보와 판단이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실제 계약을 앞둔 일반인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각각의 주체가 개별적으로 수행하던 분석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일관된 기준으로 제공하고, 안전한 임대차 거래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서비스를 구축했다.(정동훈)
은행은 전세대출 여부와 한도, 금리, 대출금 회수와 관련한 리스크를 중심으로 관리하지만, 실제 세입자가 계약한 전세금이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까지 모두 관리하기는 어렵다. 매매와 달리 전세 계약은 일반인이 주택의 권리관계나 위험 요소를 직접 분석하기도 쉽지 않아 특히 사회초년생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테라파이는 전세 계약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모델을 구축해 왔다. 전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주택의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계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어 개인 고객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김정한)
–안심등기 디시전(Decision) OS의 원리는 무엇인가
안심등기 디시전 OS는 임대차 계약의 위험을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분석한다. 시세 대비 보증금의 회수 가능성을 통해 ‘깡통전세’ 위험을 확인하고, 임대인의 보유 주택과 임차권등기·보증사고 이력 등을 바탕으로 계약 상대방을 분석한다. 또 부동산의 권리관계와 건축물 정보 등을 확인해 주택 자체의 위험도 판단한다.
기존에는 이런 분석이 감정평가·신용평가·법률 검토 등 각 분야 전문가와 기관별로 나뉘어 이뤄졌지만, 일반 임차인이 이를 모두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테라파이는 각각의 분석 기준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표준화해 임차인이 계약 가능 여부와 필요한 조치를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디시전 OS는 단순 위험점수를 제시하는 대신 계약 진행 가능 여부와 주의가 필요한 이유, 필요한 자료와 조치를 함께 제시한다. 이를 위해 부동산 공공·민간 데이터, 규칙엔진, 이상징후 탐지, 계약서·비정형 문서를 분석하는 AI 등을 활용하며, 판단 근거와 사용 자료를 기록해 설명 가능성과 검토 가능성도 확보했다.(정)
–어떻게 협업하게 됐는지
우리금융지주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디노랩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에서 시작됐다. 창업 이후 서비스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금융과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임대차에서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전세나 월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지 여부인데 계약 전에 이를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이 부분을 해결하고 싶었다.
전세 계약 전에 주택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대출 상담이나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까지 연결할 수 있다면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다 금융권과 협업할 필요성을 느꼈고, 오픈이노베이션에 도전하면서 협업 기회를 찾게 됐다.(정)
우리은행 WON뱅킹은 생활·편의 서비스 섹션을 별도로 운영하며 매년 다양한 제휴사를 발굴하고 협업하고 있다. 은행 서비스만 제공하는 단순 금융 앱에서 벗어나 금융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이를 통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테라파이의 전세지킴이는 전세라는 금융 소재를 활용해 전세 물건을 진단하는 서비스인 만큼 다른 서비스보다 금융 앱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해 협업을 추진했다.
테라파이는 이미 독자적인 브랜드와 서비스를 구축해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개념검증(POC) 없이 서비스와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세대출 사기로 사회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전세 계약 과정의 위험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김)
–전세지킴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각자의 역할은
우리은행은 테라파이의 전세 물건 사전 리스크 점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하고, 서비스 기획과 공동 마케팅을 담당했다. 테라파이는 실제 운영 중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서비스 기획·운영과 공동 마케팅에 참여했다.
특히 은행 앱은 일반 채널보다 민원의 양과 강도가 높아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정보가 많다는 점이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과제였다. 이를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한 UI·UX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비스 출시 이후 고객 불만이나 민원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김)
WON뱅킹 전세지킴이에서는 고객이 검토 중인 주택의 주소와 보증금 등을 입력하면 권리관계와 보증금 위험신호, 판단 이유와 다음 행동을 안내받을 수 있다. 복잡한 자료를 직접 해석하지 않아도 금융 앱에서 계약 전 위험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정)
–서비스의 성과와 고객 반응은 어땠나
전세지킴이는 출시 첫 달 30만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록했으며, 1년여 만에 120만명의 고객이 이용했다. 이 가운데 은행 앱을 통해 테라파이 서비스로 유입된 고객의 71%가 실제 진단까지 이용했다. 별도의 사은품이나 보상 없이도 고객이 단순히 서비스를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이용했다는 점에서 제휴를 통한 시너지가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금융과 관련된 소재이지만 은행이 직접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제휴를 통해 보완하면서 금융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성과라 생각한다. 금융 앱은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이 중요한 만큼, 앱 안에서 새롭게 개념검증(POC)을 진행하기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김)
현재까지 전세지킴이에서 고객들이 입력한 계약 보증금은 약 1조1961억원이며, 이 중 약 3150억원 규모에서 주의 또는 위험 신호가 확인됐다. 다만 3150억원을 실제 피해 예방액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사고가 발생했을 금액과는 다른 수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 앱에서도 고객이 단순히 관련 콘텐츠를 조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계약조건을 직접 입력해 위험을 확인하는 이용 행태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정)
–은행과의 협업이 스타트업의 기술 종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WON뱅킹 안에서 테라파이의 서비스가 제공되더라도 특정 금융사에 기술적으로 종속되는 구조는 아니다. 민감 정보가 불필요하게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했고, 필요한 정보가 오가는 경우에도 우리은행과 테라파이 양측에서 각각 암호화해 처리한다.
뱅킹 앱에서 테라파이 서비스가 실행되면 고객 정보는 암호화된 상태로 전달된다. 개인정보 자체가 암호화돼 있어 정보 노출 가능성을 낮췄다. 단순히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사별로 연동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다른 금융사와의 협업에도 동일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정)
테라파이는 기존 독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우리은행과 협업하면서 별도의 고객 관리 체계가 필요했다. 우리은행 채널을 통해 유입된 고객을 기존 회원과 구분하고, 채널별 할인 정책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개발상 어려움도 있었다. 이에 테라파이 측은 은행 채널을 기존 서비스와 구분되는 별도 채널로 설정하고 원장을 분리해 구축했으며, 서비스와 사용자 환경(UI·UX), 마케팅 역시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해 운영했다.(김)
–현재 비즈니스 모델은
개인 고객에게는 계약 전 주택의 위험을 확인하는 ‘안심등기 정밀진단’과 계약 이후 등기 변동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에게는 객관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하고 안전한 계약이 이뤄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임대차 시장에서는 임직원 숙소와 사무실, 점포 등을 계약하기 전에 보증금 회수 가능성과 권리보호 조치 등을 검토하는 건별 분석 및 관리 서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회사와 기관을 대상으로는 초기 시스템 연동·구축비와 연간 라이선스, 분석 건수에 따른 이용료, API 사용료, 관리 대상 계약의 모니터링 비용 등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관별 상품 기준과 업무 규칙을 반영하면서도 공통 판단 엔진은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정)
–우리은행과의 협업 방향은 어떻게 될까
테라파이의 서비스 확대는 WON뱅킹의 편의 서비스를 강화하고 고객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기존 전세 관련 고객뿐 아니라 상가·오피스와 부동산 매매를 고려하는 고객에게도 부동산 계약 과정의 위험을 예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김)
기존 전세지킴이에서 전·월세와 상가 임대차, 부동산 매매까지 서비스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WON뱅킹에서는 기존 전세지킴이를 리뉴얼한 ‘전·월세 AI지킴이’를 비롯해 ‘상가오피스 AI지킴이’, ‘부동산매매 AI진단기’, ‘부동산 AI가이드’ 등 4개 서비스를 오는 9월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 부동산 정보 분석과 계약 위험 판단 기술을 공통으로 활용하면서 각 영역에 필요한 데이터와 판단 기준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정)
–우리은행 이외의 협력 논의 중인 곳은
일반 이용자뿐 아니라 기업의 부동산 의사결정 영역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의 점포개발팀이 신규 점포를 확보하거나 임대·매매를 진행할 때 내부 지침과 규정에 맞는 물건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표준화·구조화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직원 사택 등 기업이 관리하는 부동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기업마다 복잡하게 흩어져 있는 내부 지침과 규정을 데이터화해 AI가 업무 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계약이나 심사 과정에서 규정에 따른 진행 가능 여부와 필요한 조치를 자동으로 제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정)
–향후 테라파이가 지향하는 목표는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부동산 계약의 신용 인프라다. 현재는 사람의 신용을 중심으로 거래 가능 여부를 판단하지만, 부동산 역시 특정 물건의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상태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부동산 계약의 여러 요소를 분석해 계약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선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계약의 신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이 시장이 이렇게 어려운 사업인지 충분히 알지 못했다. 창업 직후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투자를 받으면서 테라파이를 믿고 투자한 이들에게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졌다. 사업 자체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지만 시작한 만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오민선 기자>omsoms94@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