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밍랩 유호연 대표 (출처=바이라인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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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사도 손해 안 본다”…중고 명품 시계 스타트업의 계산법

중고 시장은 늘 그렇다. 매입 업체는 싸게 사려 하고, 파는 사람은 제값을 받고 싶어한다. 중개 플랫폼에 맡기면 언제 팔릴지도 알 수 없다.

명품 시계 거래도 마찬가지다. 고가인 만큼 가품일지 모른다는 불안까지 얹힌다. 이 오래된 긴장 관계를 깨겠다며 등장한 곳이 있다. 2024년 3월 창업한 중고 명품 시계 커머스 스타트업 ‘테이밍랩’이다.

테이밍랩은 중고 명품 시계를 국내 최고가로 바로 매입해 주겠다고 홍보한다. 더 재미난 건, 업계 평균보다 비싸게 사들이면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재고도 안 쌓인다. 비결은 B2B 중심 국가간 거래다. 유호연 테이밍랩 대표를 만나 물어봤다.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테이밍랩은?

중고 명품 시계를 직접 매입해 되파는 회사다. 2024년 3월 사업을 시작해, 2025년 4월 지금의 B2B 직매입 중심 사업 형태로 전환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개인에게 시계를 사들이는 B2C를, 일본과 홍콩, 중국, 미국 등에서는 현지 시계 업체를 상대로 B2B 매매를 한다. 지난해 매출은 70억원, 올해 상반기에만 100억원을 넘겼다. 올해 예상 매출은 200억원 중반대다.

테이밍랩이 본 빈틈

테이밍랩을 창업한 유호연 대표는 처음부터 창업을 꿈꾸던 사람다. 대학생 시절부터 이웃 간 책 공유 서비스, 인스타툰을 모은 웹툰 서비스, 반려동물 케어, 공동구매까지 여러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도했다. 지금은 전부 접었다.

그 후로 잡은 아이템이 ‘시계’다. 어릴 때부터 시계를 좋아해, “제일 잘 알고 좋아하는 걸로 해보자”는 생각에 시계 ODM(제조자 개발 생산) 사업도 하다가, 중고 명품 시계 거래에 초점을 맞춘 테이밍랩을 창업했다.

이미 여러 주자가 있는 국내 중고 명품 시계 거래 플랫폼 시장이 포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유 대표는 이 통념부터 반박한다. 그는 “시장이 포화라고 볼 수 있지만, 플레이어가 많은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은 별개라고 판단했다”며 “당시 1위 사업자 매출을 400~500억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일본 시장(1위 사업자 1조원)과 비교하면 설명이 안 되는 숫자”라고 말했다.

그가 본 진짜 빈틈은 두 가지, 조세 제도와 판매자 비친화적 구조다.

첫 번째는 조세 제도입니다. 100만원에 시계를 매입하면 부가세를 붙여 110만원에 팔아야 겨우 본전입니다. 사는 사람은 10%나 붙었다고 느끼는데, 파는 쪽에 남는 건 얼마 안 됩니다. 직매입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두 번째는 판매자입니다. 시장에는 ‘시계를 잘 팔고 싶다’와 ‘시계를 잘 구하고 싶다’는 두 가지 사이드가 있는데, 한국 시장의 기존 사업자들이 후자에만 몰려있다고 봤습니다.

테이밍랩은 이 두 가지 문제에 맞춰 지난해 사업 방향을 정면으로 틀었다. 초기에는 중고 명품 시계 구매부터 감정, 수리까지 전 과정을 돕는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회사가 시계를 직매입해 해외로 되파는 방식으로 완전히 갈아탔다. 판매자 눈높이에 맞춰 가장 비싸고 빠르게 시계를 매입하는 전략을 취하는 한편, 국내에서 매입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어 부가세 부담도 사실상 피해갔다.

비싸게 사도 손해 안 보는 이유

직매입은 팔리기 전까지 회사가 모든 리스크를 진다. 그래서 테이밍랩이 사업 초기부터 가장 신경 쓴 건 ‘얼마나 정확하게 가격을 맞히는가’였다.

유 대표는 “중개는 이 시계가 언제 얼마에 팔릴지 아무도 모른 채 예상 판매가만 높게 잡아둘 뿐, 그 가격에 팔릴지는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며 “반면 직매입은 매입 업체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당일에 확정된 가격으로 사들인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모든 모델을 다룰 순 없었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하던 초기에는 양국 간 시세 데이터가 크게 다른 모델에 집중했다. 지금은 사업 국가와 모델, 거래 업체가 늘면서 다양한 시계를 매입해 거래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결국 관건은 어느 곳에 잘 파느냐다. 이를 위해 테이밍랩은 지금 프라이싱 AI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해외 거래소의 시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1주일 안에 B2B로 팔릴 수 있는 최고가를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유 대표는 “국가별, 업체별로 특정 모델을 특정 상태에서 얼마에 살지 오차율 2% 안에서 맞춰야 한다”며 “고가에 매입하는 업체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재고 부담을 0으로 만든 곳은 테이밍랩이 유일하다. 그만큼 난이도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나

지금 테이밍랩은 월 매출이 30억원에 이를 만큼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 월 매출 20억원을 돌파한 지 3개월 만이다.

1주일 단위로 시계 30개 정도를 모아, 거래처와 협상해 매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테이밍랩이 물건을 미리 사두기 때문에 계약서를 쓰고 들어가는 B2B 거래가 성립한다.

가품 우려도 이중으로 걸러진다. 유 대표 본인이 인천세관 위탁 감정업체에서 수습 감정사로 일한 경험이 있고, 일본에서 일한 감정사도 함께한다. B2B 거래 과정에서 양측이 모두 상품을 감정하기 때문에, 유 대표는 “지금까지 가품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거래처는 일본, 중국, 홍콩, 미국 등 시계 전문 기업 60여 곳으로 늘었다. 초기엔 쉽지 않았다. 유 대표는 “해외 업체에 거래하자고 가도 잘 안 됐다”며 일본에서 첫 거래처를 뚫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금은 새 거래처를 확보할 때마다 마진 없이 큰 물량을 먼저 공급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트고 있다.

테이밍랩이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더 빠른 성장’이다. 유 대표가 꼽는 현재 단계의 병목은 자금이다. 매입 대금이 회수되기까지 1~2주 정도 걸리는데, 그 사이 시계를 사들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지금은 돈이 없어 시계를 못 사는 상황”이라며 “가지고 있는 자본 대비 3배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투자 유치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가·사업 구조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일본에서 조 단위로 성장한 회사들은 대부분 판매부터 경매, 유통, 재판매, 수출까지 사이클 전체를 안는 방식으로 수직계열화를 했다”며, 시계 외 카테고리로의 확장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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