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압축 기술 등장하니, 메모리 반도체 주가 급락
구글 리서치가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을 대폭 줄이는 압축 알고리즘 ‘터보퀀트(TurboQuant)’를 공개한 직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AI 기술 혁신이 기존 산업의 수요를 위협한다는 공포로 인한 주가 폭락이 다시 나타났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4.71% 내린 18만100원, SK하이닉스가 6.23% 내린 93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앞서 미국 증시에서는 샌디스크가 5.7% 하락했고, 웨스턴디지털 -4.7%, 씨게이트 -4%, 마이크론 -3%를 기록했다. 메모리·스토리지 중심으로 주가가 빠졌다는 게 특징이다.
시장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구글의 신기술이 메모리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기술로 메모리 사용량을 6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면 HBM을 그만큼 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구글이 발표한 터보퀀트는 대형 언어 모델(LLM)과 벡터 검색 엔진의 KV(키-값) 캐시를 극단적으로 압축하는 알고리즘이다. AI가 추론할 때 자주 참조하는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는 KV 캐시는 모델이 긴 문맥을 처리할수록 메모리를 급격히 잡아먹는다.
구글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좌표계를 바꾸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존에 AI 데이터를 X·Y·Z축으로 이뤄진 직교좌표계에 저장했다면, ‘폴라퀀트’는 이를 각도와 거리를 이용한 극좌표계로 옮긴다. 예를 들어 ‘동쪽으로 3블록, 북쪽으로 4블록 이동’하던 방식을 ‘5블록만큼 37도 방향으로 이동’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별도 정보를 따로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에 따르면 KV 캐시를 3비트까지 압축해도 정확도 손실이 없으며, H100 GPU 기준 연산 속도는 기존 대비 최대 8배 빨라진다.
AI 관련 신기술의 등장으로 주식 시장이 출렁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 훈련법을 공개했을 때는 ‘최고급 GPU가 없이도 고성능 AI 만들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의문이 들면서 엔비디아가 하루 만에 시총 약 6000억 달러를 잃었다.
지난 2월에는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 법률 플러그인을 출시하면서 SaaS 업체들 주가가 내려앉았다. AI가 계약 검토, 법률 문서 분석 등 전문 업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면 기존 전문 소프트웨어를 살 필요가 없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터보퀀트 충격은 앞선 두 사례보다 규모는 작다. 메모리 반도체에 국한된 하락이었고, 낙폭도 3~6% 수준에 그쳤다. 알고리즘 논문 공개가 트리거였다는 점도 다르다. 딥시크나 클로드 코워크는 실제 제품이 기존 시장을 직접 공격했지만, 터보퀀트는 아직 광범위한 채택 여부가 불확실한 연구 단계다.
웰스파고 TMT 애널리스트 앤드루 로차도 “터보퀀트는 메모리 비용 곡선을 직접 공격하고 있다”면서도 “광범위하게 채택된다는 전제 아래의 얘기”라고 단서를 달았다.
압축 알고리즘은 수년간 존재해왔지만 메모리 조달 규모를 근본적으로 바꾼 적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터보퀀트가 주로 타깃하는 것도 추론 단계이지, AI 학습에 필수적인 HBM은 아니다.
한편 구글은 이 기술을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의 KV 캐시 병목 해소에 활용하는 한편, 수십억 개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대규모 시맨틱 검색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