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대국 10주년, AI는 대결이 아니라 협업이다 (feat. 이세돌 9단)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2016년 대국을 치른 지 10년이 지났다.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이제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지금, AI와의 경쟁보다 협업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틱 AI를 구축하는 스타트업 인핸스(Enhans)는 9일 서울 중구에서 이세돌 9단과 함께 AI에 대한 시각을 ‘대결’에서 ‘협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행사를 열었다.
인핸스는 하나의 AI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AI OS(운영체제) 기업을 표방한다. 상황에 맞는 전문가 모델을 선택해 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MoE(Mixture of Experts) 구조다.
인핸스가 이세돌 9단과 자리를 만든 이유는 사람과 AI의 협업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그와 협업해 바둑 선생 기능이 더해진 바둑 교육 게임을 실시간으로 제작하고자 했다. 행사가 열린 장소 역시 10년 전 구글 알파고와의 대국이 열린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이다.
인핸스가 강조하는 AI OS의 특징은 온톨로지와 CUA(Computer-Using Agent)다. 온톨로지는 에이전트가 산업과 비즈니스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 구조이며, CUA는 실제 컴퓨터 환경에서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실행 엔진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바둑 교육 게임 제작에 앞서 이세돌 9단이 AI 에이전트의 이름을 정하고 음성으로 개인 정보를 입력해 OS를 개인화했다. 이후 이승현 인핸스 대표의 10분간 대담을 기반으로 바둑 교육 게임을 제작해달라 요청하자, AI OS가 중간중간 이세돌 9단의 요청 상황을 반영해 게임 제작까지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승현 인핸스 대표는 “(이세돌 9단이 말한) 대화 속 맥락, 이세돌 9단에 대한 사전 리서치를 통해 적재한 온톨로지에 대해 AI가 이해해 실제 바둑과 바둑의 규칙을 잘 이해한 후 교육의 영역까지 가능하도록 해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이세돌 9단의 도메인 능력을 잘 정리해 놓은 것과 같이 온톨로지가 높은 수준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톨로지의 작동 방식에 따라 기업의 프로세스 혹은 개인의 행동방침에 따라 AI가 작동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AI OS에서 에이전트가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때 실제 사업 조직처럼, PM 역할을 하는 기획 에이전트가 사업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AI OS는 먼저 기획 리포트를 작성한 뒤 이미지는 ‘나노바나나’, 코딩은 ‘클로드코드 오푸스’ 모델을 활용해 게임을 제작했다.

이세돌 9단은 대담 시작 후 30분 만에 만들어진 게임에 대해 “짧은 시간 만에 만든 게 가장 신기하다”고 소감을 표했다. 또 자신이 AI OS에 중간에 요청한 초급자를 위한 9줄용 게임도 반영된 것에도 주목했다.
스스로 제작한 바둑 게임의 수준에 대해서도 “사람이 이길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핸스 측은 과거 알파고 시절 1920개의 CPU와 280개의 GPU로 구동되던 바둑 모델이 현재 가로 세로 15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컴퓨터 엔비디아 DGX Spark 한 대 위에서 작동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은 협업 측면에서도 AI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수십 분 만에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든 건, AI와 협업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바둑을 이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 같다”면서도 “바둑을 둘 때에는 상대의 경험, 감정 등이 반영되는데 AI에는 그런 것이 없어, 협업을 했을 때 사람이 많은 것을 바꿔가고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자리라 본다”고 말했다.
인핸스의 AI OS는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다. 현재 AI OS를 구성하는 핵심 기능인 웹 검색, 쇼핑, 기획, 디자인, 코딩 등은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으며, ‘커머스 OS(Commerce OS)’에 통합되어 서비스 가능하다. 이날 인핸스 측은 9개의 에이전트를 활용해 커머스OS가 이세돌 9단의 취향에 맞는 음반을 선물로 고른 후, 네이버쇼핑에서 검색해 에이전트가 직접 음반을 구매하는 과정도 선보였다. 이 대표는 “30만원 이하는 에이전트가 결제한다”고 덧붙였다.
AI OS의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금은 OS로, 각 개별 사업자들이 이름을 정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려 하고 있다”며, “첫 번째 타겟은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기업이며, 향후 엔터프라이즈부터 SMB, 개인으로 확장되어가는 비전과 로드맵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OS를 하는 기업이 아직 많지는 않다”며 ,”OS가 운영하는 여러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는 동료 기업들은 있다”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