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향하는 국내 게임사, 이유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폴란드 게임 업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으로 발을 넓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폴란드 게임 업계는 AAA급 작품 개발력이 출중하고, 관련 인재도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활발해 AAA급 지식재산권(IP) 확보에 유리한 환경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국내 게임사, 폴란드 투자 잇달아
2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분석한 폴란드 게임산업 현황에 따르면 엔씨, 네오위즈,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국내 게임사들은 폴란드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는 RPG와 모바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 세계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장르와 AAA급 타이틀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지난 2024년 폴란드 게임사 ‘파 프롬 홈’에 투자를 단행했다. 액수는 미공개다. 이 게임사는 AAA급 개발 경험이 많은 개발자들로 이뤄진 독립 개발사다. 2023년에는 게임사 ‘피플 캔 플라이’에 한화 435억여원을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엔씨는 2024년 인디 게임사 ‘버추얼 알케미’와 신규 IP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위메이드는 2023년 폴란드 기업 ‘카트나페’와 협력해 위믹스 생태계를 확장했다.
AAA급 콘솔·PC 게임 개발에 집중 중인 네오위즈는 2024년 폴란드 게임사 ‘자카자네’에 약 115억원 규모 투자를 하고, 개발 중인 RPG 게임 전 세계 판권을 확보했다. 2023년도에는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에 224억원을 투자해 전체 지분의 21.26%를 얻었다. 이 게임사는 위쳐 시리즈와 사이버펑크2077를 개발한 CDPR 출신 개발자들로 이뤄졌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P의 거짓 이후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 IP를 확장할 수 있는 방향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며 “폴란드는 콘솔·PC 개발자가 많고 회사의 전략과 부합되는 개발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계관과 서사를 기반으로 한 내러티브 IP 발굴에 적합한 지역이 폴란드였다는 것이다.
이외 중국 텐센트, 프랑스 유비소프트, 일본 코나미 등 거대 글로벌 게임사들도 폴란드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왜 폴란드를 주목하나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폴란드는 영국과 함께 유럽 게임 업계를 이끄는 국가다. 2024년 기준 폴란드 게임 산업 총 매출은 12억9300만유로(한화 2조원), 종사자 수는 1만5000여명에 달한다. 연간 450여개의 작품이 출시되는데 인디 게임부터 AAA급 게임까지 규모와 장르가 다양하다. 전체 기업 수는 824개로 집계됐다.
폴란드 게임 업계의 가장 큰 강점은 AAA급 게임 개발력이다. 게임사의 71.8%가 콘솔과 PC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개발자 숙련도가 세계 정상급 수준이지만 인건비는 서유럽 지역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내와 비교해도 인건비가 20%가량 적다. 이러한 구조는 큰 자본과 긴 개발 기간이 필요한 AAA급 게임 개발 리스크를 줄이는 데 유효하다는 평가다.
폴란드 정부의 지원도 활발하다. 연구개발(R&D)를 통해 개발한 게임 IP의 경우 일반 법인세율(15%)이 아닌 5%의 세율만 적용한다. 폴란드에 법인을 둔 해외 기업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연구개발에 투입된 비용의 최대 200%까지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콘진원은 “개발사의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기술적 상향 평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단 폴란드 게임 산업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끝나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투자가 줄면서 중소 게임사 다수가 퇴출됐다. 텐센트 등 거대 게임사의 투자로 인한 해외자본 종속화, 인재 유출 등의 위기도 겪고 있다. 콘솔·PC AAA급 게임 개발이 중심이기에 신작 흥행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도 크다.
한국-폴란드, 상호보완 가능
그럼에도 한국과 폴란드 게임 업계가 협업할 경우 큰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양국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는 세계관과 서사가 있는 AAA급 내러티브 게임 개발 능력이 탁월하다. PC와 콘솔에 특화된 싱글 플레이 중심 대작을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다. 한국은 라이브 서비스 역량이 우수하고 정교한 수익모델(BM)을 개발할 수 있다. 게임 퍼블리싱 능력, 마케팅, 자본력, 다양한 플랫폼 활용성 등 강점이 확실하다.
양국 게임 업계가 협력하면 한국은 부족한 콘솔과 PC 개발 능력을 확보하고, 폴란드 게임사는 자본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게임사는 독창적인 내러티브 IP를 지녔지만, 패키지 판매 수익 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단발성 수익 구조를 한국의 라이브 서비스 역량과 BM 설계를 접목하면 장기 수익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