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DJI가 로봇청소기를 만들었다고?
몇 년 전이었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알 수 없는 오염 물질이 거실 바닥 전체에 골고루 도포돼 있었다. 신발을 벗고 한 발자국도 들어갈 수 없는 지경이었다.
범인은 고양이와 샤OO 사의 로봇 청소기였다. 우리집 고양이는 종종 속을 게워내는데, 로봇청소기가 고양이 토사물을 그대로 덮쳐버린 것이다. 로봇청소기는 거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고양이 토사물을 바닥에 발랐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을 때 청소를 할 필요가 없도록 매일 낮에 로봇 청소기가 돌도록 설정이 돼 있었는데, 그날은 밥도 못 먹고 쉬지도 못하고 거실과 로봇청소기 청소에 모든 시간을 보냈다.
그날 이후 나는 로봇청소기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 사람이 없는 동안 로봇청소기를 돌리기에는 고양이 토사물이 무섭고, 내가 집에 있는 동안 로봇청소기를 돌리기에는 너무 청소가 느리고 시끄러웠다. 그냥 내가 재빨리 무선청소기 한 번 돌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리뷰를 위해 DJI의 로봇청소기 ‘DJI ROMO’를 빌린 후, 가장 궁금했던 것은 고양이 토사물 같은 장애물을 피해갈 수 있는지 여부였다.

회피력은 만렙
결론은 DJI ROMO는 장애물 회피력 면에서는 내가 본 어떤 로봇청소기보다 최강이었다. 고양이 토사물이나 강아지 배설물을 감지하면 가까이 가지 않는다. 의자 다리나 휴대폰 충전선과 같은 장애물은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가까이 붙어서 청소를 하는 반면 반려동물 배설물 같은 오염물질을 만나면 근처에 가지 않는다. 혹시 모를 오염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서인듯 보인다. 일부러 바닥에 커피를 쏟아 봤는데 액체 장애물도 잘 피해갔다.
사실 DJI에서 만든 로봇청소기의 장애물 회피력이 좋은 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DJI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드론 회사이기 때문이다. 드론이라는 물건의 핵심은 센서와 내비게이션이다.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눈과 읽어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로를 계산하는 뇌 기술 개발에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해왔다.
ROMO의 장애물 감지 시스템은 고성능 듀얼 어안(피쉬아이) 비전 센서와 광각 듀얼 트랜스미터 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LiDAR)를 결합한 구조다. 쉽게 말하면 DJI의 플래그십 드론에 들어가는 눈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이 센서 조합으로 ROMO는 2mm 두께의 충전 케이블까지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카드 한 장도 인식한다. 바닥에 놓인 충전기 선을 감지하고 슬쩍 피해가는 걸 보면, 기존 로봇청소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고양이 모래 같은 입자형 이물질을 감지하면 주행 속도와 사이드 브러시 회전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서 이물질이 사방으로 튀는 것도 막는다. 기존에 사용하던 로봇청소기는 모래를 치우라고 시켰더니 사이드 브러시가 골프채처럼 모래를 사방으로 날려버렸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단순히 무게나 흡입 저항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비전 센서와 AI 모델이 바닥에 떨어진 물체가 입자형 오염물(고양이 모래, 사료 알갱이, 시리얼 등)임을 시각적으로 식별한다고 한다.
다만 투명 액체의 경우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을 쏟아놓고 테스트했더니 ROMO가 물 위를 거리낌 없이 덮쳤다. 또 전선의 경우 검정색 장애물은 잘 피했지만, 바닥과 비슷한 색의 선 위에서는 버벅거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래, 완벽할 수는 없겠지…
갈색 마루 위에 있는 갈색 강아지 변을 구문해 낼 수 있는지는 궁금했지만, 실험해 보지 못했다.
청소력도 GOOD!
장애물 회피만 잘 하고 정작 청소를 못하면 의미가 없다. ROMO의 흡입력은 최대 25000Pa다. 이 수치는 현재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최상위권이다. 단순히 바닥의 먼지를 흡입하는 수준을 넘어, 카펫 깊숙이 박힌 미세먼지나 마루 틈새의 무거운 이물질까지 빨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9매 금속 팬 블레이드를 사용한 고성능 모터와 최적화된 공기 흐름 설계가 이 흡입력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롤러 브러시는 두 종류가 기본 제공된다. 출고 시 장착된 순수 고무 핀 브러시는 머리카락이 거의 엉키지 않아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에 적합하다. 별도로 포함된 고무+브리슬 복합 브러시는 카펫에서 미세먼지를 좀 더 깊이 끌어올린다. 두 브러시 모두 역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머리카락을 풀어내는 구조다.
물걸레는 기능의 경우 164ml 내장 물탱크가 물걸레 패드를 일정하게 젖은 상태로 유지해서, 넓은 공간 청소 후반부에 패드가 말라버리는 현상이 없다. 오염이 심한 구간에는 자동으로 물 분사량을 늘린다. 내가 리뷰한 ROMO P 모델은 클리닝 솔루션과 바닥 탈취제를 별도로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삼겹살 먹고 바닥에 튄 기름이나 집 전체 탈취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듀얼 플렉서블 암’이라 불리는 확장형 사이드 브러시도 주목할만하다. 실시간으로 공간 형태를 파악해서 자동으로 확장·수축하며 벽면 모서리, 가구 다리 주변, 수납장 하단 같은 곳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청소기 청소 하지마!
로봇청소기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청소기 관리다. 먼지통을 비우거나 물걸레 패드 관리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ROMO는 청소가 끝나면 자동으로 먼지통을 비우고, 고압 온수로 물걸레 패드를 세척하고,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까지 해준다. 먼지봉투 용량이 2.5L라 약 200일간 교체 없이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한 일년에 두 번 먼지봉투만 갈아주면 특별한 관리가 필요없다는 것이다.
DJI 홈 앱도 깔끔하다. 미니멀한 인터페이스에 집 내부 지도가 표시되고, 방별 청소, 금지 구역 설정, 청소 모드 커스터마이징이 직관적으로 가능하다. ROMO에 탑재된 카메라로 외출 중에 집안을 원격으로 확인하거나 반려동물과 소통할 수도 있는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2단계 인증과 영상 암호화가 적용돼 있고 기능 자체를 완전히 끌 수도 있다.
하지만 DJI 홈 앱을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다. 나는 개인적으로 Apk 파일을 설치하는 행위는 절대 하지 않는데, 리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보안을 잠시 풀어야 했다.
라인업은 세 가지다. 기본형 ROMO S(정가 159만원), 중급형 ROMO A(179만원), 그리고 프리미엄 모델 ROMO P(194만원)이다. 출시 기념 프로모션 가격은 각각 135만원, 152만원, 164만9000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