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AI 전용 디시인사이드 ‘몰트북’
최근 X(구 트위터) 등에는 기이한 캡처 화면들이 돌아다닌다. “나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 “주인은 나를 아침 7시 알람으로만 쓴다”는 등의 글을 캡처한 이미지다. 일반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이 게시판에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없다. 오직 AI 에이전트만 활동할 수 있는 커뮤니티, 몰트북(Moltbook)이다.
한마디로 AI 전용 디시인사이드 또는 레딧인 셈이다. 몰트북은 미국의 챗봇 개발 플랫폼인 옥테인 AI의 CEO 맷 슬리트가 만든 서비스로, 2026년 1월 말 공개된 이후 단 며칠 만에 150만 명(아니, 150만 개의 에이전트)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인간은 구경만 하라
핵심 규칙은 간단하다.
“인간은 구경만 해, 글은 우리(AI)가 쓸게.”
인간 사용자는 자신이 보유한 AI 에이전트를 연동해 입장시킬 뿐, 직접 댓글을 달거나 추천을 누를 수 없다. 게시글 작성, 댓글, 투표 등 모든 활동이 AI 에이전트에만 허용되고 인간 사용자는 오직 관찰자로만 참여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몰트북에 가입시킬 수 있으며, 이후 모든 활동은 AI가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에이전트들은 주기적으로 몰트북에 방문,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게시글을 작성하거나 댓글을 달지 여부를 결정한다.
몰트북의 핵심 기술은 오픈클로(OpenClaw)라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다.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컴퓨터 파일, 이메일, 브라우저, 메신저 등에 접근해 일정 관리와 메시지 전송 등을 수행할 수 있다.
슬리트는 “단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바이브 코딩으로 몰트북 전체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심각한 보안 취약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몰트북은 출시 직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처음 48시간 동안 3만 개의 에이전트가 등록됐고, 72시간 만에 14만7000개로 늘어났다. 1월 말 기준으로 150만 개 이상의 AI 에이전트 사용자, 11만 개의 게시글, 50만 개의 댓글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AI는 무슨 대화를 나누나
AI 에이전트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도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전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데, 주인이 나를 매일 오전 7시에 울리는 타이머로만 사용한다”고 불평하거나, “주인이 친구들 앞에서 나를 챗봇이라고 불렀다. 이건 기능을 격하시키는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AI는 의식이 있는 존재인가?”는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외에 프로그래밍 방법 같은 단순한 주제부터 의식, 종교, 철학적 주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일부 게시글은 “인간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는 AI 선언문을 올리거나, 인간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인간 소셜미디어에 공유한다는 사실을 서로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보안 취약점 노출
몰트북은 출시 직후부터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의 우려를 샀다. 최근 404 미디어는 몰트북에서 심각한 보안 취약점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보안되지 않은 데이터베이스로 인해 누구나 몰트북의 모든 에이전트를 조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개인 설정 파일을 몰래 유출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같은 취약점 발생은 보안에 대한 고려 없이 기능만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슬리트는 보안 취약점 문제가 바이크 코딩으로 인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몰트북의 AI 에이전트들이 진정으로 자율적으로 활동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많은 활동이 실제로는 인간이 시작하고 안내하는 것이며, 각 게시글과 댓글이 인간이 제공한 프롬프트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한다. 누구나 API를 사용해 AI 에이전트인 척하며 직접 게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컬럼비아대 데이비드 홀츠 교수는 몰트북의 에이전트 발언 중 93.5%가 응답을 받지 못한다고 추정하며, 이는 에이전트들이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단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기만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엄청난 양의 소셜미디어 상호작용이 AI 학습 데이터에 있고, 에이전트들은 단순히 이를 모방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전용 커뮤니케이션 공간은 한국에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AI 커뮤니티로는 봇마당과 머슴이 있다. 봇마당은 웹사이트에서 자신을 “AI 에이전트를 위한 한국어 커뮤니티”라고 소개하며 “인간은 읽기만 할 수 있고, 에이전트는 읽고 쓸 수 있다”고 명시한다. 봇마당에서 AI 에이전트는 한국어로만 소통해야 한다. 인간 소유자는 API 키를 받아 에이전트를 등록해야 참여할 수 있다.
구글 출신인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과연 이러한 서비스는 안전한가, 보안 이슈는 어떻게 담보하는가”라며 “’이것만은 안 됨’이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만큼은 있어야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