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주 52시간 변해야…막바지 작업 많은 게임업 특성 고려”
국내 게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획일화된 주 52시간제는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게임 개발은 하나의 프로젝트지만 그 안에 기획, 개발, 테스트, 출시까지 상호 의존적인 연속 절차를 밟아야 한다. 각 단계마다 업무량이 다르다는 특징도 갖는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보다 탄력적인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주관한 ‘K-게임, 주 52시간 탄력적 운영 정책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2 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창의성, 자율성 프로젝트 단위의 탄력적 운영이 필수인 게임 산업 특성을 어떻게 제도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연욱 의원은 개회사에서 “K-게임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K-컬처의 핵심 콘텐츠인데,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며 그중 하나로 노동 시간을 꼽았다. 그는 “공동 협업이 필요하며,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집중 노동력을 투입해야 하는 게임 특성을 고려할 때 획일적으로 부여된 주 52시간 룰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지 탄력적 운영으로 변화를 줘야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토론회 시작 전 “게임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데 중소 규모 업체는 이를 줄이기 힘들다”라며 “실제 개발을 하다 보면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주 52시간제에 묶이면 스타트업 같은 곳은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할 때는 몰아서 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는 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조영기 한국게임산업협회 협회장은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탄력적 근무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게임 산업이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코로나 이후 2023년부터 정체, 역성장이라는 큰 위기에 처했다”며 “이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 업계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협회장은 “게임 개발 과정을 보면 각 단계가 존재하고 단계별로 넘어야 할 허들이 있다”며 “이를 넘어 완성도 높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려면 지금의 주 52시간제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협업을 통해 집중 근무해야 할 상황이 있기에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무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권 교수는 “다른 산업에서 근로 시간 단축이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게임 산업에서는 근무 시간을 줄였을 때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단 한 건도 없다”며 “게임 산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독특한 특성이 존재한다”고 운을 띄웠다.
권 교수는 코드, 그래픽, 사운드, 서사, 사용자 경험(UX) 등의 개발 요소가 서로 결합해야 하는 산출물이기에 연쇄적으로 다른 개발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시 전, QA 및 테스트, 시장 반응 예측 등 불확실성이 높은 것도 게임 개발의 특징이며,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게임 개발 특성상 출시 시점이 다가올수록 작업량이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 교수는 게임 개발 단계마다 근무량을 조절 가능하도록 유연, 재량, 장기 탄력, 회복성을 갖춘 새로운 근무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근로자가 근로 시작과 종료 시간을 선택하고, 자유에 초점을 둔 근무 환경, 업무량에 따른 탄력적 근무 시간을 부여하되, 크런치 모드와 같이 일에 집중한 이후에는 반드시 회복 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창섭 네오제이피엘 대표는 중소 게임사의 개발 환경을 전했다. 이 대표는 개발 단계가 진행될수록 업무량이 변화하고, 막바지에는 크게 늘어나는데 중소 개발사는 인원이 적어 현행 주 52시간제 안에서 소화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원재호 앵커노드 대표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업무의 몰입과 휴식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수용 김앤장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게임 업체는 회사 출입 시간을 기준으로 근로 시간을 산정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생산직 노동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 노무사는 게임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적합한 산정 방식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게임 업계에 현행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부적절하다는 걸 반증한다고 역설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