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묻었네? ‘슬롭 게임’ 어떻게 봐야 하나
[핫겜BN] 슬롭(slop) 게임 진단①
“요즘 AI(인공지능 생성) 게임이 문제입니다”
한 개발사 대표에게 신년 안부 인사 겸 이것저것 물으려 했던 통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그는 생성AI로 만든 ‘슬롭(slop·저품질) 게임’이 점점 많아진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의 저품질 게임에 대한 정의는 이렇다. 이미지(일러스트) 생성 이후 별도 리터칭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 일례로 개발도구(엔진)가 제공하는 무료 애셋에 20달러 정도면 살 수 있는 사용자환경(UI) 100개 묶음의 패키지를 구매해 이를 조합해 역시 리터칭 없이 여러 게임을 빠르게 내는 것 등등이다.
이런 방식이면 소수의 인력으로 게임을 공장 프레스에서 찍어내듯이 만들 수 있다. 가장 중요하다고 볼법한 ‘재미’에 대한 고민은? 개발사 대표는 슬롭 게임은 재미 역시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저품질 게임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이 때문에 슬롭 게임을 정의하기도, 인원과 업력의 부족으로 본의 아니게 저품질 게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신생 개발사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해보면 이게 딱히 잘못인지도 가릴 수도 없다.
다만 슬롭이라고 평가할 만한 게임이 하나 둘 많아진다면 ‘업계가 게이머들의 신뢰를 잃지 않을까’하는 순수한 근심과 걱정 차원에서는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문제다.
AI 묻은 게임
게임 신작 커뮤니티에서 ‘AI 묻었네’라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게임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곧잘 쓰인다. ‘AI를 활용해 작업한 흔적이 있거나, AI의 도움을 받았을 때’ 이 같이 말한다. 다소 부정적 의미를 지닌다.
게임을 자주 즐기는 이용자들은 대번에 AI가 묻었다는 일러스트를 알아보곤 한다. 특유의 피부 질감과 대동소이한 광원 효과 등으로 유추하는 것이나, 그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듯하다. 누군가 AI가 묻었다고 지적하면 공감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100개 UI 묶음의 패키지를 구매해 여러 게임을 만든다면 나온 결과물이 비슷하게 보일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 이용자 입장에서 ‘공 들은 티가 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아류작 양산 문제도
이러한 슬롭 게임 중엔 일명 ‘짭(베낀) 게임’ 문제도 거론된다. 국외에선 ‘클론 게임’으로 불린다. 개발자들이 오랜 시간 만든 게임들을 생성AI 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AI 제작도구를 이용해 저품질로 베낀 게임들을 내보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아류작은 ‘팬 제작(fan made)’라고 표기한 경우도 있지만, 원작 표기 없이 쓰는 경우가 다수 사례다.
공개적으로 입방아에 오른 게임 중 하나가 인디 성공작인 ‘PEAK’를 베꼈다고 평가받는 로블록스 게임 ‘CLIFF’이다. 베낀 것을 넘어 원작에 없던 과도한 수익모델(BM)을 얹어 개발사의 심기를 건드렸다. PEAK 개발사가 “과금으로 가득 찬 로블록스 엉터리 게임을 하느니 차라리 우리 게임을 불법 복제하는 게 낫다”라고 직접적으로 반응한 바 있다.
리터칭이 없다
인디 게임 인사들과 개발사들은 ‘리터칭’을 슬롭 게임 여부를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봤다. AI 결과물을 이른바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을 남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간 인디 게임사를 운영 중인 한 대표는 개발사가 AI를 쓰더라도 이용자들이 이해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지만, AI 사용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이라고 했다. 그는 이용자들의 호불호를 피하기 위해 “리터칭을 빡세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다른 개발사 대표는 “똥게임을 밟을 수 있어서 우려된다”고 했다. 게임을 내려 받아 설치한 뒤 잠깐이라도 즐겨야 슬롭 게임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이용자들의 수고로움이 누적될 경우,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본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윤정환 기자>yjh@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