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연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도용 논란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가 초반부터 연이어 시끄럽다. 5개 정예팀의 1차 프로젝트 결과물이 공개된 가운데, 업스테이지와 네이버클라우드가 ‘프롬스크래치’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업스테이지는 발빠르게 공개 검증을 통해 논란을 벗어났고, 네이버클라우드는 사업에 일부 오픈소스 기술을 차용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자체 개발 모델이란 점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세금을 투입해 국가의 AI 기반을 만드는 프로젝트인 만큼 향후에도 정당성 시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고석현 사이오닉AI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솔라 오픈 100B’가 중국 지푸AI의 ‘GLM-4.5-air’를 미세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석현 대표는 솔라 오픈 100B와 GLM-4.5-air 모델의 신경망 구성요소 중 하나인 ‘레이어놈(LayerNorm)’ 파라미터가 특정 구간에서 96.8%의 코사인 유사도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업스테이지 김성훈 대표는 고석현 대표의 소셜 게시물에 즉각 댓글을 달고 자체 개발한 모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일 오후 2시 공개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고, 실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공개검증회를 열어 해명했다. 이날 유튜브 생중계는 약 2000명이 동시 시청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업계 및 정부 관계자 70여 명 대상의 현장 설명을 통해 제기된 주장에 반박하는 증거로 모델 학습 로그와 체크포인트 등 개발 관련 주요 데이터를 모두 공개했다.
그는 레이어놈 유사성을 근거로 타 모델의 가중치를 재사용했다는 주장에 대해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구간은 모델 전체의 약 0.0004%에 불과한 미세 영역으로, 오히려 솔라 오픈의 99.9996%가 타 모델과 완전히 상이함을 보여주는 역설적 지표라고 했다. 또한 LayerNorm 유사성 판단에 사용된 ‘코사인 유사도’ 역시 적절한 비교 기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코사인 유사도는 벡터의 방향만 비교하는 단순 지표로, 통상 언어모델의 LayerNorm은 비슷한 구조와 특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모델 간 유사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게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업스테이지는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정규화를 통한 모델 특성을 반영하는 ‘피어슨 상관계수’로 재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피어슨 상관계수는 데이터 분포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분석 결과 솔라 오픈과 타 모델 간 패턴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사인 유사도와 함께 제기된 솔라 오픈의 타 모델 토크나이저 도용 주장에도 반박했다. 모델 어휘수는 약 15만개, 솔라 오픈은 19만6000개이며, 실제 공통 어휘는 약 8만 개(4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동일 계열 토크나이저라면 일반적으로 70% 이상 어휘가 중복되므로, 이는 솔라 오픈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별개의 토크나이저임을 입증하는 정량적 근거라고 설명했다.
업스테이지는 또한 특정 모델의 구조·코드를 베꼈다는 주장과, 오픈 모델의 소스코드를 가져와 라이선스를 조작했다는 의혹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공개 검증회 후 고석현 대표는 자신의 의혹제기 글을 삭제했고, 3일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해당 근거를 보다 엄밀하게 검증하지 않은 채 공개함으로써 불필요한 혼란과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레이어놈 레이어 값의 코사인 유사도만으로는 모델 웨이트 공유 여부를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업스테이지 사태 일단락 후 조용해지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네이버클라우드가 논란에 휘말렸다. 5일 네이버클라우드에서 공개한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싱크’ 모델이 알리바바클라우드의 큐웬2.5 모델과 비전 인코더 웨이트 코사인 유사도와 피어슨 상관계수에서 각각 99.51%, 98.98%의 높은 유사성을 보였다는 주장이다. 의혹을 제기한 측은 큐원 모델의 비전 인코더와 웨이트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AI 모델에서 비전이나 오디오 인코더는 입력된 이미지 및 오디오 정보를 숫자 벡터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에 중국 오픈소스 비전 인코더를 차용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글로벌 기술 생태계와 호환성과 전체 시스템의 효율적 최적화를 고려해 검증된 외부 인코더를 전략적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사의 파운데이션 모델이 자체 개발(프롬 스크래치)이란 점을 강조했다. 음성과 이미지를 인식해 처리하는 모듈을 오픈소스로 빠르게 가져왔지만, 모델 자체는 직접 처음부터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해명은 ‘프롬 스크래치’의 기준에 대한 논란으로 커졌다. 통상적으로 AI 개발업계에서 공개된 인코더나 웨이트를 가져와 빠르게 모델을 구축하는 관행이 있지만, 모든 것을 직접 설계하고 구축했다는 ‘프롬 스크래치’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인코더의 경우 AI 모델의 프롬 스크래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 단순히 글로벌 모델을 미세조정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기준만 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은 국가의 AI 두뇌를 갖추는 사업이다. 글로벌 기업이나 특정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성과 통제력을 기본으로 삼는 소버린 AI를 목표로 하는 만큼 프롬 스크래치에 대한 더 명확한 기준을 정부에서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부가 명확한 기준선을 제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어질 정예팀 성과 평과 결과에 대한 정당성 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