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패싱’ 발표하더니, 국정원 지시…점입가경 쿠팡 청문회
‘3000개 계정 유출 셀프조사’ 두고 청문회 지적 이어져
저장장치 부수지 않고, 왜 버렸나? 외국서도 논란
“악의적 의도, 한미 협상 프레임화 꼼수…미국과 공조해야”
범정부 TF 패싱 논란에 배경훈 장관 “해서는 안 되는 일”
국정원 지시 밝히자, 현장에 없던 국정원장 “위증죄로 고발해달라”
예상한 바였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0일 열린 쿠팡 연석 청문회는 분기탱천한 분위기 속에서 벼르고 나온 의원들의 날 선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쿠팡의 셀프조사 발표에 이어 5만원 보상안이 언급됐다. 3370만여명 개인정보 유출로 촉발한 이번 쿠팡 사태에 누적된 노동자 사망 사안까지 지적이 나와, 박홍배 의원은 질의 중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고 태산이 무너지게 생겼다”고 쿠팡의 현황을 짚기도 했다.
이날 청문회는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가 주관을 맡아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총 6개 상임위가 함께 참여했다.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외통위·기재위·정무위)는 청문회 실시 안건을 의결하지 않아, 소속 위원들이 사보임을 통해 청문회에 나왔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쿠팡 전·현직 임원 등 총 13명이 채택됐으나,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친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 등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통역 윤색하지 말라하는데…초반부터 기싸움?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청문회를 본격 시작하기 전에, 쿠팡 측이 대동한 통역사에게 “지난번에 그렇게 윤색해서 통역하시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번 국회 출석 시에 ‘Lowest(가장 낮은) rate’를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통역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통역사께서 질의를 전달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들어왔다. 외국인들은 동시 통역기를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통역사가) 유엔에서도 통역하셨고, 자질이 충분하다”며 “(청문회) 통역사 허락을 받았고 제 통역사를 쓰겠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이 “통시 통역기를 착용해달라”고 재차 요청함에도, 로저스 임시대표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 위원장이 “우리 국회가 동시 통역으로 의사를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따라야 할 의무”라며 “그 이외 부가적인 도움을 통역사로부터 듣든 말든 관심 없다”고 말하자, 로저스 대표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 제기를 하고 싶다”고 반발했다.
최 위원장이 “이의 제기가 적절하지도 않고 받아들이지도 않겠다”고 강하게 발언하자, 결국 로저스 대표는 동시 통역기를 썼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최 위원장의 발언과 상관없이 청문회 내내 대동한 통역사를 활용했다.
청문회 도중에 로저스 대표가 ‘동시 통역기를 안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 제기되자, 최 위원장은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제가 초를 따져서 (질문시간을) 더 드리겠다”며 “동시 통역기를 쓰는 이유는 방송을 보는 국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정상적인 조사 절차인가
최근 쿠팡이 발표한 이른바 셀프조사가 입방아에 올랐다. 이해민 의원은 “25일 유출자의 진술 근거 운운하면서 기습 발표를 했다”며 사실로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출자가 본인 랩탑에 있는 데이터 인멸 시도를 아무 조치도 안 하고 그 상태 그대로 물에 담그고 그것도 쿠팡 로고가 찍힌 에코백에 넣고 나중에 발견한 사람이 내용을 다 들여다볼 수 있게 해놓는다, 아까 부총리(과기정통부 장관)께서도 되게 황당하다는 입장을 말씀을 하셨는데 이거는 사실로 받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어요.
이 소식이 영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 올라오고요. 첫 댓글이 달려서 좀 아시라고 번역을 해봤습니다. ‘정말 바보 같네요. 그냥 SSD를 산산조각 내서 공중화장실 같은 데다 버리고 물을 내려버리지 않고 말이에요’. 레딧에서 쿠팡 발표가 지금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더라고요.
이 의원은 “수사 기관이 수사 중인 사안을 (쿠팡이) 자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일방적으로 그것도 대통령실에서 회의하기 30분 전에 발표하고, 이게 정상적인 수사 및 조사 절차인가”라며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정부를 방패로 삼아서 증거 인멸을 위한 독단적인 행동을 했고 보안 문제의 기업이면서 그 이슈를 감히 대한민국 정부와 미국 정부 사이에 관세 협상 이슈로 프레임화하려는 꼼수 쓰고 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나 미국 거주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현황도 있고, 미국 SEC(증권거래위원회)에 관련 이슈를 축소 지연 보고했고, 보안이나 노동 문제 같이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 경영진의 리스크로 미국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고 그로 인해서 지금 미국에서 주주들 집단 소송 들어왔잖아요. 이 정도면 한국과 미국은 함께 손을 잡고 조사 진행해야 될 시점이라고 봅니다.
이 의원은 “미국 IRS(국세청)부터 행동이 시작돼야 쿠팡 경영진이 움직일 수 있다”며 “그냥 요청하면 리젝(거부)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관세청이 조사하는 자료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국세청장님 IRS 공조 요청을 하시겠나”라며 묻자, 임광현 국세청장은 “미국 국세청에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겠다”고 답했다.

물에서 건진 노트북이 뭐기에? 서버 데이터는?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은 “쿠팡 측에서는 물에서 건진 랩톱을 포렌식(증거물의 데이터 수집·분석 작업)해서 용의자가 가진 정보가 수천 건(3000여건)이라고 이야기했다”며 “그러면 (앞서 유출된) 수억 건의 데이터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온라인상의 어딘가 서버에서 크롤링(정보 수집)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정보는 서버에 있었을 것이고, 랩톱은 기껏해야 터미널에 해당하는 것인데 이걸 포렌식해서 나올 수 있는 게 뭐가 있나”라고 되물은 뒤 “(랩톱에) 저장된 데이터가 그거 밖에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이 키를 가지고 유출시켰을 수 있다는 얘기인지, 유출한 사람의 말만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쿠팡 발표를 불신했다.

배경훈 부총리(과기정통부 장관)은 쿠팡 발표가 믿어지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배 부총리) 용의자는 노트북과 그리고 별도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 쿠팡이 확보한 획득물들은 노트북, 컴퓨터 그리고 SSD(저장장치) 2점입니다. 노트북은 훼손해서 강물에 버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트북에 있는 정보를 제대로 분석을 할 리가 없습니다. 할 이유도 없죠. 그리고 컴퓨터 상에서 용의자가 접속을 하고 어떤 데이터, 일부 데이터들을 저장한 진술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위원님 말씀하신 것처럼 노트북 컴퓨터 외에도 어떤 클라우드에 정보를 올렸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분석을 해야 됩니다. 이런 모든 분석을 끝내고 조사 결과를 발표해야 되고 지금 민간 합동조사단이 지금 운영되고 있고 개보위가 운영되고 있고 경찰청에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걸 먼저 (쿠팡이) 발표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국정원 지시? 국정원장 “위증죄로 고발해달라”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청문회에서 “우리는 정부의 지시에 따라서 조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황정아 의원이 “어느 부처와 소통했나”라고 묻자, “제가 알기로는 그 기관이 저희와 함께 협력을 했다라고 인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차 질의하자, “국정원이 공개적으로 인정을 했고, 저희가 인정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로저스 대표) 그 기관(국정원)은 저희가 협력을 해야 된다라고 말을 했고 한국 법에 따라서 사실 협조 요청은 구속력이 있고 저희는 이 기관의 지시를 따라야 된다라고 이해를 했습니다. 명령이었습니다. 그 기관에서 피의자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습니다. 저희가 피의자와 연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서 피의자와 연락하라고 요청을 했고, 저희가 거부를 했지만 저희가 법에 따라서 요청을 따라야 된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저희가 피의자에게 연락을 취하게 된 것입니다. (포렌식은) 정부 기관의 지시였고, 이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정부 기관이 복사본을 가지고 있고 원본은 경찰에게 전달했고 그 기관이 저희가 보유할 수 있도록 별도의 카피를 또 만드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민관 합동조사단을 이끄는 배경훈 부총리는 로저스 대표의 이 같은 주장을 전면 부정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도 “어떠한 지시를 한 적 없다”고 재차 밝혔다.
부총리) 정부의 지시를 받았다는 얘기를 계속하는데 포렌식 검사나 로그 분석을 하는 주체는 과기정통부 주관인 민관 합동조사단 그리고 개보위 그리고 경찰청입니다. 국정원은 사실 국정원법에 따라서 국제 연관 침해 사고인 경우에 개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만 증거물들을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유출이나 어떤 실수로 인해서 그 증거물들이 훼손되면 안 되고 분실될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정원이 그 부분을 보았던 겁니다.
최 위원장이 재차 확인하는 발언을 요청하자, 배 부총리는 “범정부 TF에서는 쿠팡의 자체 조사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 청문회 도중에 최 위원장은 “국정원장이 로저스 대표를 위증죄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대호 기자>ldhdd@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