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엔비디아와 법정 공방까지…우리가 다시 챗봇으로 돌아온 이유”

지난 10년은 끊임없는 ‘피봇(Pivot, 사업 방향 전환)’의 연속이었다. 단순한 룰베이스 챗봇에서 시작해 구글의 다이얼로그플로우(Dialogflow)를 거쳐, 지금의 생성형 AI 에이전트 서비스로 진화를 해왔다. 돌고돌아 10년 차 스타트업인 ‘꿈많은청년들’은 다시 챗봇으로 피보팅을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대기업 엔비디아와 법정 공방을 벌여 승소한 일도 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경험했고, 왜 고비마다 이런 결정을 했는지 공유한다. 우리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고, 기술을 놓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다.

첫 번째 피봇: 시장의 흐름을 읽고 부동산을 버리다

2015년 설립 당시 우리는 부동산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었다. 그러나 창업 6개월 만에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고, 경쟁은 치열했다. 그러던 중 2016년 4월, 페이스북이 메신저 플랫폼에 챗봇을 도입한다는 발표를 접했다.

그해 가을, 우리는 즉시 방향을 틀었다. 샘플 프로젝트로 ‘영화 추천 챗봇’을 개발해 론칭했다.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즉각적이었다. GM(제너럴 모터스)과 벤츠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부동산 서비스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2016년 이후 사실상 챗봇 사업에 ‘올인’했다.

당시 우리가 구축한 챗봇은 엄밀히 말해 ‘지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딥러닝 기술조차 적용되지 않은, 단순 키워드 매칭과 정해진 규칙대로만 답하는 ‘룰베이스(Rule-based)’ 방식이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 단순한 자동화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SI의 늪: 솔루션을 꿈꿨으나 현실은 인력 시장이었다

2017년, 단순 키워드 방식의 한계를 넘기 위해 구글의 Dialogflow를 도입했다. 이를 계기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빌드 파트너가 되었고, 자체 챗봇 빌드 시스템인 ‘클라우드튜링’을 구축했다.

2018년 카카오톡이 챗봇을 공식 론칭할 때는 초기 에이전시 멤버로 선정되어 그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 아디다스, 마블 등 약 300여 개의 대기업 마케팅 챗봇을 제작했다. 누적 사용자 500만 명이라는 데이터는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레퍼런스 이면에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다. 우리는 ‘솔루션 회사’를 지향했으나, 실제 비즈니스 구조는 ‘인력 기반의 SI(시스템 통합)’였다.

당시 챗봇은 ‘인공지능’이라는 라벨을 달고 있었지만, 실상은 사람이 모든 것을 떠먹여 주는 구조였다. 사용자의 발화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백 가지 예상 질문을 사람이 일일이 입력해야 했고, 답변 또한 사람이 작성해 넣어야 했다. 외부 API 연동이라도 하려면 개발자가 해당 API 문서를 정독하고 직접 코드를 짜서 넣어야 했다.

이것이 우리가 초기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은 이유였다. 확장 가능한 솔루션 비즈니스가 아닌, 개발자 인건비 따먹기 식의 용역 사업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2020년 Dialogflow를 활용해 카카오톡 챗봇을 만들도록 시스템을 고도화했으나,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에 부딪혀 잠시 챗봇을 떠나 블로그나 위키 프로젝트로 외도를 하기도 했다. 검색 최적화(SEO) 기술을 통해 국내 위키 서비스 트래픽 3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냈지만, 트래픽을 수익으로 치환하는 과정은 너무나 험난했다. 결국 회사는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다시 본업인 챗봇으로 돌아와야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벗어나고 싶었던 챗봇만이 유일하게 현금을 벌어다 주는 ‘캐시 카우’였기 때문이다.

정민석 꿈많은청년들 CTO

2025년, LLM이 가져온 진짜 ‘기술적 해방’

반전의 계기는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찾아왔다. 사실 2022년 챗GPT가 처음 나왔을 때 바로 도입을 검토했었다. PoC(개념 증명)를 진행했으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당시 기술로는 기존 딥러닝 방식 대비 압도적인 성능 우위가 없었고, 무엇보다 핵심 문제였던 ‘인력 리소스 투입’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LLM 기술은 비로소 실무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무르익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기존의 모든 개발 방식과 서비스 구조를 생성형 AI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개발 프로세스의 자동화’다. 현재 사내 개발 조직은 나 혼자지만, 과거 수 명의 개발자가 하던 몫을 혼자 처리하고 있다. 이는 내가 천재라서가 아니라, 개발 도구를 AI 중심으로 완전히 바꿨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커서(Cursor)’와 같은 AI 코딩 도구를 적극 도입했고, 구글의 ‘제미나이(Gemini) CLI’를 거쳐 현재는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메인으로 사용하며 AI와 협업하는 코딩 방식에 완전히 숙달되었다.

이제 ‘클라우드튜링’은 더 이상 사람이 API 문서를 읽고 코딩하지 않는다. AI가 문서를 읽고 스스로 연동 코드를 작성한다. 사용자의 의도 분류를 위해 사람이 데이터를 라벨링 하던 ‘노가다’ 작업도 이제는 AI가 알아서 판단하고 처리한다.

이 변화가 가져온 생산성의 격차는 압도적이다. 과거 사람의 손으로 문서를 분석하고 코드를 작성하던 시절에는 프로젝트 하나를 완수하는 데 짧게는 4개월, 길게는 6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AI가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지금은 전체 프로세스를 완료하는 데 1~2시간이면 충분하다.

물론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AI가 ‘마법’처럼 버튼 한 번에 1초 만에 뚝딱 결과물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AI가 문서를 독해하고, 코드를 생성하고, 검증하는 현실적인 연산 시간이 필요하기에 물리적으로 몇 시간은 소요된다. 하지만 ‘개월(Month)’ 단위의 프로젝트가 ‘시간(Hour)’ 단위로 압축되었다는 것은, 비즈니스의 차원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챗봇은 단순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넘어, ‘에이전틱(Agentic)’한 서비스로 진화했다. 사용자가 복잡한 작업을 요청하면 챗봇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응답한 뒤, 백그라운드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완료 알림을 보낸다. 과거 상담원이 시스템을 조작해 처리하던 업무를 AI가 완벽하게 대체하는 수준, 즉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그토록 원했던 ‘진짜 솔루션’이 완성된 것이다.

비즈니스 현실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에피소드

우리의 목표는 감상적인 비전이 아니다. 사람들을 소모적인 상담 업무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담 인건비를 절감하고, 상담원은 단순 반복 업무 대신 더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다.

실제로 최근 공공기관과 기업 약 10곳에 생성형 기반 챗봇을 도입한 결과,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계절적 이슈로 문의가 20배 폭증하는 시기에도 AI는 지치지 않고 모든 문의를 처리했다. 심지어 장비의 오류 로그를 AI가 분석해 AS 접수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고객사는 인력을 줄이면서도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성과를 얻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024년 말 예기치 못한 계엄 이슈 등으로 기업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시장이 위축되었을 때는 매출 타격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시장 심리가 회복되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급등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정비는 줄었는데 매출은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덧붙인다. 2018년 ‘클라우드튜링’ 상표권을 출원했을 때, 엔비디아(NVIDIA)로부터 이의 제기를 받았다. 그들의 GPU 아키텍처 ‘튜링’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였다. 우리는 3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2021년 승소했다.

“튜링은 컴퓨터 과학의 시조 앨런 튜링에서 유래한 기술 용어이며, 소비자는 엔비디아라는 브랜드를 보고 구매하는 것이지 튜링이라는 단어만 보고 그래픽 카드를 사진 않는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졌다. 당시에는 무지해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거대 기업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경험은 우리에게 묘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튜링 테스트를 넘어서

우리가 서비스 이름을 ‘클라우드튜링’이라 지은 것은 언젠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는 완벽한 챗봇을 만들겠다는 공학적 목표 때문이었다. 구글이 먼저 그 벽을 넘은 듯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수정되지 않았다. 다만 이제는 튜링 테스트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챗봇이 되는것이 목표일뿐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SI 기업이 아니다. AI가 인간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하고, 코드를 작성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세상을 만드는 솔루션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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