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기술 속도전 중심에 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면서 전 세계 안보와 산업 지형이 다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과 전략 산업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선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견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산업 전략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중요한 파트너로 부상했고, 그간 축적된 한국의 조선 기술력이 다시금 세계 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기술과 속도 모두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장기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 K-조선을 겨냥한 구조적 압박 본격화
중국의 조선업 성장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2012년부터 추진된 ‘해양강국 건설’ 전략을 통해, 국영 조선소와 설계기업, 연구소, 금융기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2019년 CSSC와 CSIC의 합병으로 과잉 경쟁을 해소하고 규모의 경쟁력까지 확보한 뒤, 현재는 LNG 운반선 건조 단가가 한국보다 15~20% 저렴한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전 세계 선박 수주의 약 65%를 중국이 차지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의 변화다. 과거 시장에서 다소 뒤처졌던 일본은 탄소중립과 고부가가치 선박이라는 새로운 규제 환경을 기회로 삼고 있다. 이미 2020년대 초부터 노후 조선소 구조조정과 기술 리빌딩에 나섰고, 최근에는 자국 조선사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수소·암모니아 선박 개발, 자율운항 시스템 연구, 친환경 소재 기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또 조선소와 대학·연구소 간의 기술 통합 플랫폼 구축, 친환경 선박 표준화 협력 등 생태계 차원의 정비 작업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일본의 기술·재정 압박이 본격화되면, 한국 조선업도 결국 다시 가격 경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를 단순한 산업 재건이 아니라 K-조선을 겨냥한 구조적 치킨게임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기술 장벽 높여온 한국, 이제는 시스템 경쟁으로
한국은 그간 LNG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부유식 해양플랜트 등 기술 장벽이 높은 고부가 선종에 집중해왔다. CGT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양(量) 중심 공세, 일본의 기술 재무장이 동시에 본격화되면서 ‘품질 중심’ 전략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조선업의 경쟁은 ‘선박을 누가 더 잘 만드는가’가 아닌, 선박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설계·생산·운영하는가’로 바뀌고 있다. 이 속도전과 정밀전의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운영 체계의 완성도가 자리 잡고 있다.

다쏘시스템, 조선업 생태계를 전환시키는 기술 인프라
전통적인 조선 설계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도구(tool)’에 머물렀다면,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조선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운영 체계(Operating System)’로 기능한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선박을 3D로 설계하는 수준을 넘어, 설계에서 제조, 운항, 유지보수, 폐선까지 이어지는 선박의 전 생애주기를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다쏘시스템은 1981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이래 전 세계 140여개국에 걸쳐 약 29만개 기업 고객에게 가상 세계 기반의 솔루션을 제공하며 산업 혁신을 이끌어 왔다. 항공,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공급되는 자사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폼은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며, 가상세계의 가능성을 현실로 확장하고 있다. 1997년에 설립된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두산인프라코어, 한국항공우주산업 등 국내 대표 기업들과 협력해 왔으며, 현재까지 2만2000여 국내 기업과 디지털 전환을 함께해오고 있다.
핵심은 ‘버추얼 트윈(Virtual Twin)’ 기술이다. 실제 선박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고, 이에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함으로써 가상의 선박에서 먼저 설계·제조·운영 시나리오를 테스트하고 최적화할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과 안전성, 환경 대응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제공한다.
구체적으로는 ▲설계–제조–운항–유지보수까지 연결된 전 주기 디지털화 ▲실시간 데이터 기반 협업으로 부서 간 단절 해소 ▲스마트 조선소 구축을 위한 생산 시뮬레이션·일정 최적화 기능 ▲선박 운항 중 수집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성능 분석과 탄소 배출 저감 시나리오 도출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설계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생산 효율성 향상, 리스크 감소, 탄소중립 대응, 기술 표준화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가치를 창출한다.
다쏘시스템은 단순한 기술 공급자가 아니라, 조선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생태계 파트너’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부터 스페인까지, 실증된 조선 디지털화 사례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이미 글로벌 주요 조선소들을 중심으로 실제 성과를 입증하며, 조선업 디지털 전환의 실질적인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의 황푸원충조선소는 설계와 생산, 프로젝트 관리가 각각 다른 소프트웨어에 분산돼 있던 기존 체계를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통해 단일 데이터 소스 기반으로 통합함으로써, 설계부터 제조, 일정 관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연계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스페인의 국영 조선사 나반티아는 내업 중심의 생산 방식을 외업 중심의 물류 기반 체계로 전환하며, 다쏘시스템 플랫폼을 통해 친환경 선박 개발과 새로운 수출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외에도 다쏘시스템은 중소조선연구원 등과 협력해 중소 조선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차세대 기술의 현장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처럼 다쏘시스템은 설계와 생산의 통합, 데이터 연속성 확보, 스마트 조선소 구현, 친환경 기술 개발 등 조선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혁신을 이끌며,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산업 생태계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
북극항로 시대, 조선업의 미래는 ‘스마트십야드’
기후 변화가 북극해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한때 여름철에도 빙하로 덮여 있던 북극은 해빙(海氷)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빠르게 열리고 있으며, 새로운 전략적 해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2050년쯤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던 ‘얼음 없는 북극의 여름’이 2030년경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북극항로 운항 가능성을 높이며 조선과 해운 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전환을 예고한다. 아시아와 유럽을 최단 거리로 연결하는 북극항로(NSR, Northern Sea Route)는 기존 수에즈운하 대비 약 30~40% 가량 운항 거리를 줄일 수 있어 물류비 절감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효과까지 기대된다. 실제로 러시아는 자국 인근 해역을 따라 펼쳐지는 NS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빙상(氷上) 실크로드’ 전략을 내세워 극지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북극이 새로운 산업의 접점으로 떠오르면서, 조선업은 기술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북극항로가 본격 개방되면 쇄빙선, LNG 운반선 등 고내구성·고효율 선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해운 산업 전반에는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시한 탄소중립 로드맵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IMO는 2050년까지 해운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0)’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기후 변화, 지정학 리스크, 친환경 규제라는 삼중의 압력 속에서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적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최근 주목받는 방향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십야드(Smart Shipyard)’다.
기존 조선소는 여전히 부서 간 데이터 단절, 종이 기반 설계, 수작업 중심 공정 등으로 인해 비효율과 오류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IMO(국제해사기구)의 2050 탄소배출 감축 로드맵까지 더해지며, 친환경·고효율 선박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조선업계는 설계부터 제조, 운항,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십야드’ 체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AI 기반 버추얼 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다쏘시스템은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선두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설계–생산–물류–서비스까지 하나의 통합 데이터 환경으로 전환 중이다.
특히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전 생애주기 통합관리, 실시간 설계-생산 연동, 고정밀 시뮬레이션, 공급망 최적화, 예측 유지보수 등의 경쟁력을 통해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을 실질적으로 가속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 지역 조선소에서는 이 플랫폼을 통해 블록 조립 시간을 최대 60% 단축하고, 생산 오류율도 대폭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북극항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해법
스마트십야드는 북극항로 시대가 요구하는 복합적인 기술적·경제적·환경적 과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통합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목표가 전 산업에 본격적인 압력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조선업계는 선박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성과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선박 개발 프로세스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통적인 설계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고차원적 시나리오 분석과 복합 시스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선박의 설계–검증–최적화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데이터 흐름으로 통합할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친환경 추진 기술, 예를 들어 전기, 수소, 연료전지, 고효율 LNG 등을 설계 초기 단계에서부터 비교 검토할 수 있으며, 각 기술 조합에 따른 구조적 조건과 운항 성능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설계 의사결정에서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데이터 기반 전략 설계’를 실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쏘시스템은 이 플랫폼을 통해 선박 개발 과정 전반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고성능·저탄소 선박의 조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변화하는 해양 규제 환경과 글로벌 발주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다.
단기 대응 아닌, 장기 생존 전략으로서의 기술 인프라
이러한 기술 인프라는 단기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장기적인 산업 생존과 주도권 확보를 위한 구조적 전략이어야 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 조선업계는 단순한 선박 제작 기술을 넘어, 설계 프로세스, 시뮬레이션, 유지보수 시스템까지 포함한 통합 기술 수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조선·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 수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으며, 산업 구조 전체가 기술 생태계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경쟁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보다 얼마나 빠르게, 정밀하게, 시스템화해 실행할 수 있느냐에 있다. 디지털 인프라 위에 구축된 기술 전략과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행력은, 한국 조선업이 다시 한 번 ‘세계 1위’를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 조건이 될 것이다.
조선업은 단순한 중후장대 산업을 넘어, 정밀한 데이터 통합과 디지털 시뮬레이션 역량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 중이다.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기회와 기후 위기라는 전 지구적 도전에 동시에 대응하려면, 산업 구조 그 자체의 혁신이 필요하다.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조선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도입하느냐다.
프랑수아 자비에 듀메즈 다쏘시스템 조선&해양 부문 수석 부사장은 “조선업은 치열한 경쟁과 환경 목표 속에서 더 빠르고 스마트하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며 “다쏘시스템은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기반의 버추얼 트윈 기술을 통해 설계 자동화, 오류 방지, 조선소 운영 최적화, 로봇 기술 도입, 공급망 협업 강화 등 조선업체가 디지털 전환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쏘시스템은 독일 마이어 베르프트 조선소와 함께 조선 전용 통합 플랫폼을 구축했으며,프랑스 나발 그룹과 네덜란드 다멘 등 유럽 주요 조선사들과도 ‘어디서 설계하든, 어디서 건조하든(Design Anywhere, Build Anywhere)’ 전략을 실현해왔다”며 “MASGA와 같은 글로벌 협력 환경 속에서 국내 조선소들도 기술을 고도화하고, AI 기반 초격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한국 조선소뿐 아니라 중국과 유럽 조선소들 역시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를 마주해왔다”며 “지난 10여 년간 이들 조선소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왔고, 특히 중국은 설계와 생산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조선소들 역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숙련 인력의 경험을 데이터화하고, 기계가 학습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