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하면 결제주도권 위협”

“국내 법령이 미비한 상태에서 해외에서 외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허용될 경우, 외국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발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원화 결제 주도권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 코인 유통 및 과세 체계’ 세미나에서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대표 변호사는 이같이 밝혔다.

차 변호사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해외에서 발행될 경우, 해당 코인의 지급준비율이 얼마인지 우리나라가 파악하거나 통제할 수 없고, 실제 지급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면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전혀 없는 상황이 된다”며 “그때 가서 제도를 정비하더라도 이미 해외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면, 국내 코인이 일정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로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 인프라’의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번 시장에 자리 잡으면 대체가 쉽지 않은 만큼,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신속한 입법을 통해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내용만큼 ‘시기’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 코인처럼 자산이면서 동시에 지급결제 수단의 성격을 지닌 제도의 경우, 입법 타이밍을 놓치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차 변호사는 “현재 발의된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들을 보면, 자산을 중심으로 규율하면서 지급결제 기능은 전자금융거래법 등 다른 법에 의존하는 경우도 있고, 단일 법안 안에서 두 성격을 모두 포괄하려는 시도도 있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논의 범위와 입법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에도 실제 통과로 이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안과 관련해서는 올해 6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7인이 발의한 이후, 지난달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등 10인이 참여해 총 7개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차 변호사는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정권의 정책 방향이 뒷받침돼야 하며, ‘계좌’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기존 금융 체계와의 정합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려면 민법·상법 등 사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법률 전반의 일관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주도해 사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이에 맞춰 국회 입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더 이상 늦출 수 없으며, 지급결제 ‘수단’과 ‘자산’으로서의 디지털 자산 중 어느 한쪽이라도 정리가 되는 즉시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주최로 열렸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3건의 발제가 진행된 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유통 및 과세 체계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이 이어졌다.

발표에는 이강현 인니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오윤택 인덕회계법인 회계사, 임정건 피니버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발제자를 맡았다. 이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는 차상진 변호사를 비롯해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사업자협회장 ▲장권철 예일세무법인 대표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 ▲로렌스 사만다(Lawrence Samantha) NOBI(노비) 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제 확산 전략, 중소기업 활용 방안, 제도·과세 개선 과제 등을 집중 논의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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