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국감] 가상자산 정책 불확실성에…외국인 자금 99% 이탈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부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을 바탕으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현 제도 환경에서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대상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사실상 99.9%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코팍스)의 외국인 자금 유출입 추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외국인 자금 유입은 5조6666억원, 유출은 4조3202억원이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 1조3463억원 ‘순유입’됐다. 즉 들어온 금액이 나간 금액보다 1조3463억원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1~9월) 유입은 4억원, 유출은 35억원에 불과해 들어온 돈보다 31억원이 더 빠져나간 ‘순유출’ 상태다. 김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외국인 자금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결국 우리나라 투자자들끼리 코인을 사고파는 시장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명계좌 확인’ 제도 때문이다. 외국인은 실명 확인이 불가능해 국내에서 가상자산 거래를 할 수 없다.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2021년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과 2017년 국무조정실의 비거주 외국인 신규 계좌 개설 차단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

김 의원은 “2021년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면서 국내 주소가 없는 외국인은 가상자산 시장에 투자할 수 없게 됐다”며 “특금법 제7조에 따라 은행 실명 입출금 계좌를 보유해야 하는데, 국내 주소를 전제로 하고 있어 비거주 외국인은 사실상 투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여권·운전면허증 등 신분증만으로 신원확인이 가능해 외국인 투자가 자유롭지만, 국내 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돼 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비거주 외국인은 투자할 수 없고 장기 체류 외국인만 제한적으로 가능해 시장의 국제화와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화된 만큼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더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자금세탁방지가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자금 흐름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포괄적 기본법이 없다”며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은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은 금융투자 상품으로 인정되지 않아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이 불가능하고, 기관투자자의 진입도 막혀 있다”며 “세제 측면에서도 가상자산 양도차익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공제액이 250만원에 불과하고 손실 이월공제도 허용되지 않아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인 계좌 사용이 불가능해 기관투자자나 기업이 시장에 참여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가상자산 시장에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현재는 특금법에서 자금세탁방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에서 이용자 보호만 다루고 있어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기에 스테이블 코인과 산업 전반을 포함하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시장과 산업을 아우르는 종합법을 마련해 제도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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