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바디스 한국 AI] 알토스 신정환 파트너 “스타트업도 참여할 수 있는 경쟁의 장 만들어야”
“AI 코리아, 어디로 가야 하나”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한국의 AI 산업은 새로운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을 넘어 경제·안보의 전략 자산이 된 AI.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빅테크의 질주, 공급망 재편, 소버린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습니다.
한국 AI 정책, 이대로 충분한가?
진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정치, 산업, 학계, 스타트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질적 해법을 모색합니다. 정책은 현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가 ‘AI 강국’ 코리아의 새로운 길을 찾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인터뷰 시리즈 ⑩ 신정환 알토스벤처스 파트너
인터뷰 시리즈 ⑨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⑧ 남경필 포니링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⑦ 류정혜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의장
인터뷰 시리즈 ⑥ 이성엽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
인터뷰 시리즈 ⑤ 노정석 비팩토리 대표
인터뷰 시리즈 ④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시리즈 ③ 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인터뷰 시리즈 ②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인터뷰 시리즈 ① 임문영 미래전환 대표
“빅테크 내부 연구팀들도 자원을 할당받기 위해 내부 경쟁이 치열해요. (정부의 AI 인프라를 할당받기 위해)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LLM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LLM 이후의 ASI(인공 초지능)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국방 분야의 성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국방 예산을 많이 지출했고, 덕분에 국내 방산 기업들이 조금씩 수혜를 입었죠.”
지금 AI 분야는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의 전쟁터으로 보인다. 수십, 수백조원 단위의 투자가 이뤄지는 시장이기 때문에 왠지 스타트업은 낄 자리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발짝 들어가보면 의외로 AI로 성과를 거두는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AI 기반 코드 에디터를 개발하는 ‘애니스피어(커서)’와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2022년 설립돼 2023년 ‘커서’라는 제품을 출시한 애니스피어는 현재 13조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각국의 벤처캐피털들은 여전히 AI 스타트업을 주목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바이오, 제조, 콘텐츠, 로보틱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반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스타트업은 어떤 전략으로 생존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실리콘밸리와 한국을 넘나들며 수많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는 알토스벤처스 신정환 파트너에게 지금 한국 AI 생태계의 가능성과 과제를 물었다.
신정환은 누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후 NHN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NHN재팬 팀장과 NHN 비즈니스 플랫폼 부장을 거쳐 카카오 CTO를 역임했다. 카카오 재직 기간 동안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등 주요 서비스 개선과 기술 통합 프로젝트(PMI)를 수행했다. 또한 전사 데이터 활용 역량 강화와 자체 클라우드 전환 가속화에 기여하며 카카오의 기술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해 9월부터 알토스벤처스에 합류했다. 투자한 기업의 기술 및 제품 개발, 운영 효율성 부문의 성장 전략을 지원하고 있으며, AI 및 첨단 기술 분야의 유망 초기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AI를 국정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방향성에 대해 맞다고 보십니까?
정부 주도로 시작하는 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정우 대통령실 수석 비서관, 배경훈 과가정통부 장관처럼 전문가를 모셔서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미국도 AI를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AI가 국력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래 개별 국가가 정부차원에서 AI에 접근하는 것에 다소 부정적이었는데, 딥시크 임팩트 이후로 시장이 크게 달라져서 각 나라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세팅하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니고, 자본이나 기술이 필요한데 우리에게 그런 역량이 있다고 보시나요?
물론 자본은 너무 부족하죠. 2025년 정부 예산 670조원 중 산업에 사용되는 예산이 약 10% 정도 되더라고요. 메타나 구글이 100조원씩 투자하는 상황에서 그들과 인프라 경쟁을 하는 건 버거운 상황입니다. AI는 특성상 어느 정도 인프라를 확보하지 않으면 결과를 내기 힘듭니다. 민·관이 힘을 합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재 측면에서도, 메타가 AI 인재 한 명 영입을 위해 1000억원 쓴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들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저도 모르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분들 중에도 그런 역량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네이버는 네이버대로, LG는 LG대로 각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개별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싸움이 안 되죠. 구글의 자본지출(CAPEX)이 네이버의 200배 이상 될 겁니다. 자본력으로는 경쟁이 안됩니다. 중국도 텐센트만 해도 매출이 거의 구글만큼 나오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어떻게 개입할지가 핵심일 겁니다. 지금 보면 광주에도 AI 데이터센터가 있어요. 이런 곳의 규모를 크게 늘려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메타나 오픈AI도 우리가 보기에는 엄청나게 큰 인프라지만, 빅테크 내부 연구팀들도 자원을 할당받기 위해 내부 경쟁이 치열해요. 정부가 인프라를 각 기업에 나눠줄 것인지, 기업들끼리 경쟁하게 할 것인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은 자본주의에서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
‘우리 이렇게 할게요’라고 제시한 뒤 자원을 할당 받는 게 아니고, 처음에는 조그맣게 자원을 할당받아서 거기서 성과를 내면 좀더 할당받고 하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빅테크도 이렇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고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런 부분들은 벤치마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을 하면 이 경쟁에 실력있는 스타트업도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인재 측면에서 경쟁력은 어떻다고 보시나요?
한국 출신의 AI 연구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학교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분들이 꽤 있어요. 하지만 AI는 큰 규모로 연구해야 경험도 쌓이고 결과도 나와요. 지금은 이런 경험을 갖춘 분이 많지 않죠.
하지만 우리가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게 되면, 달라져요. 디테일을 집요하게 파는 작업은 한국인이 정말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환경이 구축되면,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10분의 1의 인프라를 가지고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100을 만들었다면 저희는 환경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95이상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소버린 AI’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요, 소버린 AI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부에서는 “AI와 관련된 모든 것을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서 우리 것만 써야 한다”는 개념으로 소버린 AI를 접근하기도 합니다. 중국처럼 GPU도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관점도 있죠. 하지만 미국도 알고 보면 TSMC 공장이 갑자기 사라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현재는 LLM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LLM 이후의 ASI(인공 초지능)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LLM은 그저 과정의 한 단계일 뿐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블랙웰 같은 칩을 사재기하는 이유도 단순히 LLM 때문이 아닌,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초지능 ASI는 국방, 의료 등 산업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 핵무기급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ASI 개발을 위해서는 탄탄한 인프라와 인재가 필수적입니다. LLM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LLM 다음 ASI를 위해 인프라가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씀이죠?
네, 인프라와 인재가 무조건 있어야 되는 거죠.
자본 경쟁이 어려우니 파운데이션 모델보다는 제조 AI와 같은 특화 솔루션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강하므로 이 분야의 경쟁력 유지와 우위 확보를 위한 기술이 필요해요. 여기서 ‘LLM’이라는 용어가 맥락상 정확히 맞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제조 현장의 효율 향상인데, 이를 위해서는 자동화나 로봇 기술이 필요해요. 우리 제조회사들이 이 부분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풍부한 데이터가 필요한데, 여기서 우리나라가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R&D가 핵심인데, 현재 연구에도 LLM이 적극 활용되고 있어요. ASI가 등장하면 더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산업 특화 솔루션은) 산업 현장의 효율 향상은 잘할 수 있지만, 그것이 궁극적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작년까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우리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딥시크 출시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어요. ‘저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 싱가포르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딥시크를 개발할 수 있는 정도의 인프라도 없습니다. 이게 문제인 거죠. 모델의 파라미터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GPU가 필요한데, 블랙웰 같은 고성능 칩이 있어야 비용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합니다.
스타트업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글로벌 AI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요?
크게 보면 두 방향이 있습니다. 독자적인 데이터로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과 기존 모델을 개선하는 영역입니다.
헬스케어 이런 쪽 AI 스타트업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데이터셋 확보가 핵심입니다. 반면 커서처럼 기존 LLM을 응용해 UX를 개선하거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선하면서 엄청난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곳도 있습니다.
국내는 어떤가요?
한국에도 이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존재합니다. 바이오 분야의 AI 적용이 활발하고, 로봇 분야도 활발합니다. 캐릭터 챗처럼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한 분석이나 콘텐츠 생성 스타트업들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알토스는 주로 플랫폼 투자가 주이긴 하지만, 헬스케어나 AI에이전트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의 AI 투자도 하고 있습니다. (알토스의 AI투자기업은 숨빗AI(한), 마크비전(미), 보이저엑스(한), AiderX(한), Answer AI(미) 등이 있다.)
한국 AI 스타트업이 성공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저도 아직은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국방 분야의 성과를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산업 중에 뜨거운 분야가 국방이잖아요. 국방 관련 산업이 엄청 성장했는데, 처음에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정부가 국방 예산을 많이 지출했고, 덕분에 국내 방산 기업들이 조금씩 수혜를 입었죠. 그걸 기반으로 열심히 연구개발 하면서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볼 건 아니고 (AI 발전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길게 간다면 10년이나 20년 뒤에는 (K2 전차처럼) 빅테크와 어느 지점에서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국방처럼 정부가 예산을 지출해서 AI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인거죠?
네, 흔히 AI를 핵무기급 파괴력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예를 들면 극단적으로는 국방비의 일부를 여기에 이전해서 써도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반도체 산업도 처음을 보면 미국 국방성이나 NASA에서 구매를 해 준 덕분에 시작될 수 있었던 거죠.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에도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포스코의 사례처럼 특정 기업을 정부차원에서 키워주는 전략도 있을 수 있고, 스타트업 지원금을 늘려서 여러 스타트업에 도전 기회를 지원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대기업에 인프라가 집중적으로 할당될 것 같은 걱정이 좀 있어요. 우리나라가 스타트업 환경도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서 좋은 젊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에 많거든요. 그 중에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겠다는 회사도 있어요.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경쟁을 통해 인프라 자원을 할당하게 되면 스타트업도 이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경쟁이 필요한 거죠.
우리나라에 인재가 많다고 해도 한정적인데 여러 스타트업에 분산되어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모두 힘을 합치는 게 낫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앞서 GPU를 할당받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경쟁을 하는 빅테크 연구자들 이야기를 했는데요. 경쟁하는 단위의 팀의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한 네 명 정도가 한 팀을 이뤄서 합니다. 100명이 같이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에요.
정부가 예산으로 AI 기업들을 지원하면, 알토스 같은 벤처캐피털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나요?
정부가 세금으로 급여를 주거나 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연구의 결과를 낸 팀이나 인재에게는 특별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겁니다.
AI 관련한 투자 흐름이 있나요?
남들이 가지지 못한 데이터를 가진 곳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거든요. 경쟁에서 확고한 해자를 가지고 있는 거죠.
저희는 또 AI 애플리케이션 쪽도 보고 있습니다. 캐릭터 챗처럼 약간 감정적인 접근을 하는 앱이나 재미를 추구하는 앱, 또는 학습을 추구하는 앱 등이 있는데요. 기존에 쌓인 기반 기술 위에 부가적인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것들이죠.
이런 것들을 한국인이 잘 할 거라고 생각해요. K-콘텐츠 흐름과도 맞다고 봅니다. 그런 쪽으로 투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