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뭔가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에서 ‘선불충전금’에 주목해야할 이유
스테이블 코인 시대가 다가오면서 ‘선불충전금’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상용화되면, 이용자가 많고 담보 자산으로 쓸 수 있는 선불충전금을 많이 가진 간편결제사가 시장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선불충전금은 이용자가 미리 결제사나 플랫폼에 넣어둔 돈으로, 아직 결제나 송금에 쓰이지 않고 예치된 금액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페이 머니, 네이버페이 포인트, 교통카드 충전금 등이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결제를 편리하게 하는 수단을 넘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때의 담보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불충전금은 플랫폼 안에 보관된 현금성 자산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려면, 발행사는 1대1 가치로 교환할 수 있는 담보를 꼭 확보해야 한다. 이 담보가 안정적일수록 스테이블 코인의 신뢰와 교환성이 유지된다.
선불충전금, 스테이블 코인 잠재력 가늠하는 지표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이 바로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 자산을 안정적인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은 선불충전금을 기반으로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필요한 담보를 쌓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선불충전금의 규모가 클수록, 이를 담보로 발행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 규모도 커질 수 있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선불충전금을 스테이블 코인의 ‘잠재력 지표’로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사업에서는 담보 자산 규모가 곧 수익과 연결된다. 선불충전금이 많으면 더 많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결제 네트워크도 더욱 넓어진다. 플랫폼 안에 묶여 있는 유동성은 새로운 금융 네트워크를 열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결제 인프라가 완성되면 이용자들의 지급과 결제 방식도 자연스럽게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현금’이나 ‘카드’를 거의 거치지 않고 디지털 결제로 넘어간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향후 간편결제 기업들은 선불충전금과 닮은 스테이블 코인 구조를 바탕으로 결제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의 선불충전금이 주목받는 이유
카카오페이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조건에서 비교적 우위를 갖췄다는 평가다. 충전 후 ‘송금과 결제’ 구조를 갖춰 스테이블 코인을 자연스럽게 기존 시스템에 녹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자금 관리 경험과 기술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카카오페이의 올해 2분기 기준 선불충전금은 5911억원이다. 이는 네이버페이(1617억원), 토스(1344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이 충전금은 신탁회사에서 별도로 관리되고 있는데, 스테이블 코인 발행 때 필요한 지급준비금 관리 구조와 유사하다.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1위, 카카오 이커머스 연계, 카카오톡 기반 송금, 증권 자회사 투자 기능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접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카오 그룹은 최근 스테이블 코인 태스크포스(TF)를 새롭게 꾸렸다. TF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으로 이끈다. 특히 미국의 지니어스법과 같은 강력한 스테이블 코인 발행 규제가 도입될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카뱅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면, 금융당국 관리하에 있는 카뱅이 관련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권태훈 카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테이블 코인이 아직 법제화되지 않아 변동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카카오 그룹 차원에서 TF를 구성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CFO는 카뱅도 디지털 자산 생태계와 관련해 발행, 유통, 중개, 보관, 결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시장 상황에 맞춰 그룹과 함께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