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AI 행동 계획’ 살펴보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적 인공지능(AI) 분야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AI 경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연설하며, AI 규제 완화와 주도권 확보를 강조했다.
미국 행정부는 “우리가 우주 경쟁에서 승리했듯이, 미국과 동맹국들이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AI 경쟁에서 승리하면 인류의 번영, 경제적 경쟁력, 그리고 미국 국민의 안보라는 새로운 황금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지난 23일 AI 행동 계획을 공개했다.
AI 행동 계획은 크게 ▲AI 혁신 가속화 ▲미국 AI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 및 보안 주도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성명은 마이클 크라시오스 과학기술정책국 국장과 데이비드 색스 AI 및 암호화폐 담당 특별 고문,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포함해 기술 및 AI 전문가로 구성된 팀이 작성했다.
1단계 : AI 혁신 가속화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AI 기술 개발 및 보급에 있어, 경쟁국들보다 더 빠르고 포괄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이러한 혁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에 행정명령 14179호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방해하는 장벽 제거’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 행정부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AI 위험에 있어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했던 것에 비해, AI 규제를 완화하는 기조로 바뀌게 됐다.
미국 행정부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을 보유해야 하지만, 동시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적용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연방 정부가 민간 부문 주도의 혁신이 꽃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AI 혁신을 위한 첫 단계를 설명했다.
AI 혁신 가속화를 위해 ▲번거롭거나 불필요한 규제 제거 ▲AI 시스템에 언론 및 표현의 자유, 미국적 가치 보장 ▲오픈소스 및 오픈웨이트 AI 모델 장려 ▲의료, 연방 정부, 기업 등에 AI 도입 활성화 ▲미국 근로자 역량 강화 ▲자율 드론, 로봇공학, 자율주행 등 차세대 제조 지원 ▲단백질 구조, 신소재 등 AI 기반 과학 투자 ▲세계 최대 규모, 최고 품질의 AI 지원 과학 데이터 세트 구축 ▲AI 평가 생태계 구축 ▲정부 AI 도입 가속화 및 국방부 내 AI 도입 촉진 ▲딥페이크 등 AI 위험에 대한 법률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됐다.
세부적으로 AI 규제 등을 근거로 주 정부의 연방 기금 지원을 제한하고, 과학기술정책국(OSTP)은 기업과 일반 대중에게 AI 혁신과 도입을 방해하는 현행 연방 규정이 있으면 정보 요청 실시 등이 포함됐다. 관리예산국(OMB)은 모든 연방 기관과 협력해 AI 개발 또는 배포를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규정, 규칙, 각서, 행정 명령 등을 식별해 개정 또는 폐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AI 규제를 저지하는 방안들이다.
이와 함께 오픈소스 같은 개방형 모델로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연방 정부는 개방형 모델을 위한 지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딥시크나 알리바바 등 중국 AI 개발 기업들은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산 AI를 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개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단계 : 미국 AI 인프라 구축
“AI는 현대 사회에서 미국이 현재보다 훨씬 큰 에너지 생산 시설을 건설하도록 요구하는 최초의 디지털 서비스다. 미국의 에너지 용량은 1970년대 이후 정체되어 있는 반면, 중국은 급속도로 전력망을 구축해 왔다. 미국이 AI 주도권을 차지하려면 이러한 우려스러운 추세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원 등 AI 관련 인프라 구축 가속화를 위한 규정들이 담겼다. 대기청정법, 수질청정법 같은 환경 규제 등에 예외 항목을 만들어, 정부가 보호하는 자연 보호 구역, 군사 지역을 포함한 연방 정부 소유지에 중요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쉽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데이터센터, 반도체 제조를 위한 간소화된 허가 제도 구축 ▲전력망 개선 및 확장을 위한 포괄적인 전략 수립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활성화 ▲군사 및 정보 커뮤니티 사용을 위한 고도 보안 데이터센터 구축 ▲AI 인프라를 위한 숙련 인력 양성 ▲중요 인프라 사이버 보안 강화 ▲보안 중심 AI 설계 및 배포 ▲시스템 장애 등 AI 사고 대응을 위한 연방 역량 강화 등을 제안했다.
미국 정부는 “우리는 광대한 AI 인프라와 이를 구동할 에너지를 구축하고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취임 이후 행정부가 해왔던 것처럼 급진적인 기후 도그마와 관료주의를 계속해서 거부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건설하라, 베이비, 건설하라!’”라고 주장했다.
AI 인프라에 중국 등 적대 세력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립 및 반도체 공급망 보호, 사이버 보안 등에 중점을 뒀다.
3단계 : 국제 AI 외교 및 보안 주도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은 자국 내 AI 장려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산 AI 시스템, 컴퓨팅 하드웨어, 그리고 표준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데이터센터 구축, 컴퓨팅 하드웨어 성능, 모델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우위를 활용해 지속적인 글로벌 동맹을 구축하고, 적대국들이 우리의 혁신과 투자를 무임승차하지 못 하도록 막아야 한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과 파트너에 AI 기술을 적극 수출하고, 중국과 같은 나라를 적대국이라 규정하며 영향력에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미국의 AI 동맹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국가에게 하드웨어, 모델,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표준을 제공한다”며 “미국 기술의 보급과 확산은 전략적 경쟁국들이 우리 동맹국을 외국 적대 기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상황을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AI를 국제적으로 보급하고 경쟁국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거버넌스 기구와 협력 ▲AI 컴퓨팅 수출 통제 시행 강화 ▲기존 반도체 제조 수출 통제 허점 보완 ▲미국 주도 민감한 기술에 대한 강력한 수출 통제 시행 ▲미국 프런티어 모델에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보안 취약점 파악 등을 추진한다.
미국 정부는 “가장 강력한 AI 시스템은 가까운 미래에 사이버 공격, 화학·생물·방사능·핵 무기 개발 등 새로운 국가 안보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이 AI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적대 세력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미국의 AI 기술이 적대국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통제 계획을 같이 이행하도록 장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단단한 동맹을 구축해 외교적 영향력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AI 행동 계획에서 ‘국가 안보’라는 단어는 23회나 언급됐다. 이 숫자는 ‘데이터센터’, ‘일자리’, ‘과학’과 같은 주요 용어보다 많은 수치다. 그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I 경쟁에서 중국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AI 행동 계획의 상당한 부분을 첨단 AI 기술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적대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막는 데 중점을 둔 이유다.
AI 행동 계획 발표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후 AI 관련 행정명령 3건에 서명했으며, 내용은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설립 허가 절차의 신속한 진행 ▲미국 AI 모델 해외 수출 촉진 ▲AI 모델이 진보 성향(woke) 등 이념적 편향 이론 배제 등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은 “AI 경쟁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명확한 정책 목표는 미국이 세계 기술 표준을 설정하고, 세계가 미국 기술을 계속 사용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최가람 기자> ggchoi@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