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업 대표들이 말하는 ‘벤처기업 편입’ 의미와 숙제

정부가 가상자산 기업을 벤처기업 대상에 포함하기로 하면서 관련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은 이번 조치에 기대를 걸면서도,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일부 개정을 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산업을 벤처기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는 가상자산이 과거 ‘유흥주점업’ 등과 함께 사행 산업으로 분류됐던 오명을 벗고, 기술 기반의 혁신 산업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정식 인정받게 되면 ▲기업 성장 및 투자 유치 활성화 ▲기술 중심 산업 재편 가속화 ▲부정적 인식 개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 심사 기준 완화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공인을 통해 기업 신뢰도가 높아져 국내외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유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가상자산 산업은 ‘투기’, ‘사행성’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번 벤처기업 편입은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의 기술적 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인정한 상징적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산업의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과제로는 현재의 단일 VASP(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 체계를 사업 모델의 특성에 맞게 세분화하는 것이 꼽힌다.

현행 VASP 신고 제도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를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천만 고객의 자산을 다루는 거래소, 기술 중심의 지갑 개발사, 기관 대상의 수탁사 등이 동일한 규제 틀 안에 놓여 있다.

업계에서는 사업 유형별로 라이선스를 구분하고, 각 업종에 맞는 맞춤형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라이선스 세분화’는 향후 추진될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류춘 헥슬란트 부대표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벤처기업 제외 업종에서 빠졌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지갑·커스터디·API 개발’은 어떤 업종 코드로 분류되는지 여전히 모호하다”고 밝혔다.

류 부대표는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마련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자로 편입되기 위해서는 각 역할에 따라 필요한 요건이 명확하게 정리돼야 한다”며 “기술적·물리적·인적·환경적 조건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기업들이 실제로 사업 진출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벤처기업 인증의 핵심 기준인 ‘기술의 혁신성’을 판단하기 위한 명확한 기술성 평가 기준 마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기업을 ‘기술 기반 벤처기업’으로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평가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담당자의 이해도나 해석에 따라 동일한 기술이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가상자산 업계 특성상, 현장과 제도 간의 간극이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실제 평가 과정의 일관성 확보와 평가 담당자에 대한 사전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의 실질적 지원 연계와 투자자 보호 강화도 과제로 제시됐다.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들이 가상자산 기업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는 벤처기업 인증이 실제 금융 지원과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업 진흥이 투자자 보호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장 안정성과 이용자 자산 보호장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현우 크로스앵글 대표는 “가상자산 사업자도 다른 스타트업처럼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카드사에서 모두 거절하고 있다”며 “신보나 기술보증기금에서 다른 스타트업과 동일하게 지원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테이블 코인 결제 서비스 허용, 비수탁형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서비스 개방 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재현 Noone21 대표는 “법인 명의의 가상 계좌가 허용되지 않아, 가상자산으로 발생한 수익을 현금화하기 어려운 기업이 많다”며 “가상자산 기업들이 법인 계좌조차 만들 수 없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대표는 “정부는 가상자산을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하라는 가이드를 내놨지만, 정작 기업들이 법인 계좌가 없어 개인 명의로 거래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불법이나 편법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수민 기자>Lsm@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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