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의 눈은 카메라일까 라이다일까…“싸우지 말고 다 쓰자”

라이다를 쓸 것이냐, 카메라만 쓸 것이냐.

이는 자율주행차 업계의 논쟁거리 중 하나다.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디바이스로 라이다를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카메라만으로 충분한가를 두고 논쟁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논쟁은 지난 2019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불을 붙였다. 그는 “카메라만으로도 주변 상황과 거리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며 테슬라 차량에는 카메라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라이다는 비싸고 쓰기 어렵다. 사람의 눈처럼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시각 정보로 충분히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다. 머스크는 라이다 센서를 두고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말했다.

라이다 전문 기업 에스오에스랩의 정지성 대표는 라이다에 대한 머스크의 우려가 이제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1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자율주행산업 컨퍼런스에서 크기도 작아지고, 가격도 저렴해진 자사 기술을 소개했다.

정 대표는 “머스크가 라이다를 안 쓴 이유는 너무 커서가 아닐까”라는 농담을 던졌다.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무인택시만 봐도, 차량 외부에 덕지덕지 붙은 라이다가 미관을 해친다는 인상을 준다.

소형화한 라이다 센서를 소개하는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정 대표는 자사 라이다는 모터와 구동부를 제거한 고정형으로 구조를 바꾸고, 두 개의 렌즈와 두 개의 칩으로 간소하게 구성해 부피를 줄였다고 소개했다. 축구공만했던 라이다가 현대 제네시스 차량의 얇은 테일램프 중간 부분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에스오에스랩은 구조를 간소화해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머스크가 비싸다고 지적한 문제도 해소했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며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관계이므로 세 방식을 활용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물체의 색을 인식할 수 있고 해상도가 높아 객체 인식에 유리하다. 그러나 거리를 측정하는 기능이 없고, 안개가 끼거나 어두운 밤길에서 주변 상황을 인식하기 어렵다. 전파로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 레이더는 날씨나 광량에 영향을 받지 않고 먼 거리까지 탐지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아 객체를 파악하기 불리하다.

라이다는 전파 대신 레이저를 발사해 주변 지형을 파악한다. 카메라에 준하는 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쉽고 광량에 관계없이 동작하며 거리 측정에 유리하지만 악천후에 성능이 떨어지고 객체의 색상 구분이 불가능하다. 정 대표는 세 방식을 섞어 사용하면 각각의 장점만 취사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다는 향후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될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정 대표는 내다봤다. 라이다는 주변 환경을 인지하는 센서 역할에 집중하고, 라이다가 수집한 정보는 차량에 탑재한 프로세서가 처리하는 식으로 이원화하면 지속적으로 기능과 성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이다는 그대로 둔 상태로 프로세서의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기능을 추가·개선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이용성 오토엘 대표 (사진=바이라인네트워크)

라이다 전문 스타트업 오토엘의 이용성 대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다. 그 또한 라이다가 카메라와 레이더를 보조하는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가 달리는 동안 차량에 탑재한 여러 센서가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는데, 그중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고르고 대응하는 속도를 높이는 게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라고 이용성 대표는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객체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을 판단해 적절한 제어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객체를 인식하는 과정에 라이다가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객체가 있다는 것은 쉽게 인지하지만 거리와 위치를 가늠할 수 없고, 레이더는 객체의 위치를 포착하지만 어떤 객체인지 알 수 없다. 라이다는 객체의 형태와 거리를 모두 파악할 수 있어 카메라와 레이더를 보조하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의 의견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병찬 기자>bqudcks@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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